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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안산 선감 역사박물관 가는길 본문

국내 걷기여행/경기만 소금길

안산 선감 역사박물관 가는길

산달림 2020. 11. 12. 18:09

 

대부도 길 동영상

 

안산 선감역사 박물관

선감원은 일제 강점기에 감화시킨다는 미명으로 조선의 가난한 소년 불량아, 불량소년으로 낙인찍어 강제 수용했던 시설이다. 오늘은 그곳까지 걸어간다. 해방 후에도 선감학원으로 바꾸어 40여 년간 역사에 갇혀 우리 곁에 사라진 소년이 부지기수다. 그들은 묻고 있다. 가족과 함께 했으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애를 썼던,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어도 좋았을 그 시절을 누가 왜 빼앗아 갔냐고.

 

아일랜드cc 옆 비박(좌), 하루가 시작되는 여명(우)
영흥도로 가는 선재교


탠트 안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6시30분에 하루를 시작했다. 대부도 해솔길 3구간의 시작점이다. 아일랜드 cc 울타리를 따라 걷는 길이다. 노란 야생 들국화 향이 진하게 풍겨 온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작은 산으로 오르는데 이름은 큰산이라 한다. 정상에는 울타리를 쳐 놓고 산불감시 카메라가 있다. 걷기 좋은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선재교다. 선재도와 영흥도로 가는 다리다. 이 다리는 영흥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만든 다리다. 뱃길에만 의지해 설던 섬사람들이 다리를 통해 육지의 해택을 누리고 있다.

고즈넉한 해변길이 좋다. 해솔길은 석양을 상징하는 주황색과 갯벌을 상징하는 은백색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시점은 홀곶 15통 마을화관에서 시작된다. 그간 쉬지 않고 걸었더니 어깨가 묵직하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야겠다.

 

해솔길 안내목(좌), 물빠진 갯벌(우)


해변으로 길은 이어진다. 바닷가에는 정감 가는 이름을 가진 쪽박섬이 있다. 이곳에는 해물칼국수와 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두어 개 있다. 오전은 썰물이라 갯벌이 길게 드러나 있다. 둑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메추리섬으로 들어가는 길과 만난다. 섬의 이름을 하나 같이 작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메추리섬 진입로 앞에는 이곳 주민들이 관리하는 흘곶 갯벌체험장이 있다. 해안가에 지어 놓은 정자 쉼터가 있어 다리 쉼도 하며 젖은 탠트 외피를 말렸다. 요즘 일교차가 커서 탠트 외피에 결로현상으로 젖어 무겁다. 무게도 줄이고 오늘 밤을 포근하게 자려면 미리 말려 두어야 한다.

 

메추리섬앞 흘곶 개벌체험장
쉼터에서 탠트도 말리고 재정비 후 출발


대남초등학교 부근은 학교가 있으니 가게라도 있을까 찾아봐도 없다. 이 구간은 식당이나 가게가 없는 동네다. 배낭에 있는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면 물이 필요하다. 집들은 많이 보이지만 펜션과 외지인의 집들이라 굳게 닫혀 있다.

들깨를 도리깨질하고 있는 어르신께 "주변에 편의점이나 가게 있어요."하고 여쭈어 보니 고개만 좌우로 흔들어 보이신다. 아침과 저녁은 배낭에 준비해 온 쌀라면과 누룽지로 해결을 하지만 점심은 잘 먹어야 걷기에 식당을 이용한다. 이 구간은 식당이 없어 낭패다. 방법은 식수를 구하여 쌀라면을 끓여 먹는 방법이다. 마실물은 준비해 다니지만 라면 물은 어디서 구해야 한다.

 

소금길 운송지점인 고래숲 캠핑장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가정집은 아니고 스님이 계시는 도량 같은 곳이다. 마침 할머니가 뭔가를 하고 계신다. '할머니 물 좀 얻을 수 있어요.' 했더니 '물을 마시는 시늉으로 오른손을 들어 입으로 갖다 덴다. '네, 물요' 했더니 물통을 달라고 하신다.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좀체 나오시지 않는다. 그때 비구니 스님이 나오시더니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신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물을 담은 통을 내주신다.

 

물과 달걀 2개를 주신 비구스님이 계신 집

그러면서 비구니 스님이 요즘 공사 중이라 식사를 대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시며 라면 끓일 때 넣어 먹으라고 달걀을 2개 주신다.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드리고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본시 절이란 스님이 계신 곳을 말한다. 그래서 oo정사, oo도량이란 곳도 절이다. 이곳도 그런 곳 중 하나인 것 같다.

해안가 갯벌이 잘 보이는 곳에 쉼터가 있다. 역기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시장했던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다. 거기에 달걀 2개도 깨트려 넣으니 스님의 자비로운 마음까지 담아 먹었다. 먹었으니 이제 힘내 걸어야지. 가을 햇살에 걷기 좋은 날이다.

유리섬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다. 유리섬은 조형작가들의 예술혼이 녹아 숨 쉬는 유리 조형작품들을 관람도 할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무라노섬이 있다면 한국에는 대부도 유리섬이 있다.

 

한국의 무라노 섬인 대부도 유리성

 

말부흥 가는 길은 반도 끝을 돌아오는 길이다. 대부도 해안을 전부 돌아 오는 코스다. 가는 길에 해솔길 5코스를 지나간다. 말부흥 끝에는 말봉 바다낚시터가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베르아델 승마장이 있다. 원형 실내 승마장으로 그 크기다 대단하다. 예약을 하면 말을 타 볼 수 있다 한다.

 

해솔길 5코스 (좌) 말부흥 버스 종점(우)
베르아델 승마장

해솔길 마을 주택으로 가는 길에 경기만 소금길을 걷는 분을 처음으로 만났다. 시간이 없어 오늘 중으로 누에섬 입구인 타도까지 걷는다고 한다. 일몰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부지런히 걸어야 하겠다. 서둘러 앞서 가고 느긋히 걸었다. 해솔길 마을 전원주택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이런 집은 은퇴자들의 로망이다. 대부분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텃밭을 가꾸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소금길에서 만난 도보꾼(좌), 해솔길 전원마을 주택(우)

펜션 앞을 지나 둑방길을 걷는다. 썰물 때라 붉은색의 풀이 자라고 있다. 갯벌이 길게 뻗어 있다. 둑길에는 억새가 곱게 폈다. 그런데 여기서 신고 있던 잠발란 중등산화의 발 앞의 고무가 입을 벌렸다. 그간 잘 신고 다녔는데 풀에 결려 입을 벌린 것 같다. 참 낭패다. 주변에서 비닐을 줍고 경기만 소금길 리본을 끈으로 묶어 감고 걸었다. 조심스러운 발거음이다.

 

동주염전 가는 길

뚝 안으로는 염전이 있다. 논 같은 곳에 바닷물을 담아 햇살을 받고 증발되어 소금이 만들어지는 곳이 염전이다. 소금은 하늘이 만든거란 말에 공감이 간다. 태양의 열과 바람의 기운으로 만든 게 소금이라 한다.

 

태양의 열과 바람의 기운 동주염전
동주염전

등산화를 수선하려면 접착제가 필요해 도로로 나가서 대형 마트에서 오공본드를 구입해서 선감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오르막 길에서 길을 재촉하는데 농가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한다. 마음이야 바쁘지만 좀 쉬었다 갈 마음의 여유는 있다. 1,000평의 땅에 예전에는 캠핑장을 하다가 지금은 사과나무를 심었다며 사과를 주신다. 이제 노년을 편하게 보내려고 땅을 일부 처분해 노후를 즐기고 싶다고 하신다. 그렇다. 어느 신부님이 '내가 가진 돈이 내 돈이 아니라 내가 쓴 돈이 내 돈이다.' 하셨다. 그간 힘들게 벌어 자식을 이 만큼 키웠으니 좀 쉬어도 된다. 이야기 중에 소금길 걷는 분이 힘들게 걷고 있다. 후일을 기약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저녁 노을(좌), 포토존(우)

노을이 곱게 드리우는 바다를 지나니 포토존이 있다. Mt가 있는지 회사원들이 하루를 쉬려고 물건을 바리바리 내린다. 지금이 가을 야유회나 단합대회할 시기다.  고개를 넘으니 선감 역사박물관이다. 1988년 폐원될 때까지 수많은 소년들의 눈물과 절규를 담고 담담히 서있다. 너무 늦어 내부는 둘러보지 못하고 언덕을 넘으니 안산 경기 창작 센다. 이제 어둠이 내려온다.  정문을 나와 잔디밭에 탠트를 쳤다. 오늘은 명당자리에 하룻밤으로 보낼 수 있어 운 좋은 날이다.

 

땅거미가 지는 안산 선감도
경기 창작센타 옆 잔디밭에 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