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인제천리길 2-1구간 읍내가던 길 본문
상반기 인제 천리길 마지막 걷기 길이다. 이 길은 차도로 밀려난 사람길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오래전 사람들이 걷던 옛길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번 길은 자작나무 숲이 있는 원대리 인근 주민들이 장날이면 콩, 옥수수 같은 곡식을 지게에 지고 소 질매에 싣고 걷던 길이다. 그들이 걸었던 길을 역코스로 걷는다.
인제를 출발하여 소양강을 따라 살구미대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에는 마릴린 몬노 동상이 있다. 웬 동상인가 했더니 미군 장병 위문을 위해 이곳 인제를 다녀 갔단다. 살구미에서 춘향고개를 지나 성황당에서 소양강 둘레길과 헤어져 박달고치로 올라간다.
원시림 계곡인 고봉골에는 이름도 특별한 야생화를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이끼가 파랗게 살아 있는 계곡은 인적이 뜸한 곳임을 알 수 있다. 풀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런 풀냄새가 좋다. 계곡 밖은 불볕더위지만 계곡 안은 냉장고 같이 시원하다. 숲은 인간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선물한다.
이 길은 박달고개만 넘으면 인제로 이어진다. 지금은 인제가 원통보다 큰 읍내지만 당시에는 원통이 더 큰 장이 섰다. 인제에서 원통까지 11km를 더 걸어야 했다. 그래도 살림살이에 필요한 일용품을 사려면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 곡식을 팔아 장이 보고 돌아왔던 길이다.
박달고치 숲길의 작은 고봉골은 고개마루 정상까지 가는 지름길이라 갈길이 급한 사람들이 주로 다녔다. 정상 가까이 다 달으면 가파르기가 사람도 네발로 걸었을 정도로 발딱 서 있어 험하다.
박달고치는 인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라 캠퍼들이 고개 정상에 탠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장소다. 내려다보는 인제읍내와 설악산 자락이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힘들게 올랐으니 내림길은 임도를 따라 걷는다. 길가에는 동자꽃, 하늘말나리가 곱다. 햇살 구상 숲 안내목 앞에서 인제 천리길 리본을 따라 내려가면 남전 1리 햇살마을이다. 오늘 종점이 여기다. 이곳에는 6.25 때 중공군과 5사단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원대리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의 초입이기도 하다.
산길로는 짧은 거리지만 차로 돌아돌아 가면 먼길이다. 차가 없던 시절에 이 길은 소중한 생명의 길이었고 외부로 나가는 소통의 길이기도 했다. 본시 땅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그 뒤를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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