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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인제 천리길 8코스 응골 피난길 본문
폭염으로 쉬었던 인제 천리길을 9월에 다시 이어 간다. 덕적리 은혜교가 들머리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개울물이 불어 물 건너기가 만만찮다. 이 길은 백두대간 트레일 양구 후리에서 홍천 광원리로 이어지는 길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한계리로 넘어 가는 길에는 1,000m가 넘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만만찮은 길이다. 길가에는 구절초가 가을을 알리고 숲길에는 다래가 떨어져 있다. 말랑말랑한 다래를 입속으로 넣어 깨물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져 온다.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한계 고갯마루에 올라 서면 눈앞으로 설악산 서북능선의 안산에서 귀떼기청봉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설악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어릴 적 고향에서 보았던 하늘을 여기서 만났다.
푸름이 가득한 울창한 잣나무 숲을 내려 서면 응골이다. 한계리에서 시작하는 응골은 계곡이 깊어 난리도 피해 간다는 피난골이다. 풍부한 수량이 바위로 떨어져 폭포를 이루어 여름 한철은 더위를 피하고 시름을 잊고 살 수 있는 곳이다.
인제 골짝골짝과 마을을 이어 주는 옛길을 찾아 걷는 길이 인제 천리길이다. 가을이 오는 길에는 산이 주는 먹거리가 있어 더 넉넉한 길이다.
가을의 첫길로 응골 피난길을 걸었다. 응골은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깊은 계곡이다. 날머리 한계 삼거리에서 바라본 한계령의 하늘이 쪽빛으로 물들어 있다. 참 좋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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