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왕 초보 두 여자와 오른 설악 대청봉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왕 초보 두 여자와 오른 설악 대청봉

산달림 2021. 11. 25. 12:25

두 여인과 함께 오른 대청봉 1,708m

 

시집간 딸애가 가을이 가기 전에 대청봉을 가고 싶단다. 바쁜 아들은 빠지고 두 여인을 모시고 설악의 품으로 고고.

최근에 장거리 산행을 해보지 않았고 코로나로 설악산의 대피소가 모두 문을 닫아 당일 산행을 다녀와야 한다. 한계령에서 대청을 올라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초보자는 10시간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하루 전 도착해서 오색에서 하룻밤을 자고 6시 한계령 출발이다. 숙소는 늦게 예약했더니 오색 쪽 숙소는 만원이고 가성비를 생각하여 양양국제공항호텔로 예약을 했다. 오색에서 거리는 좀 멀지만 차량으로 이동이라 그리 문제 될 게 없었다. 널찍한 공간과 3명이 지낼 침대도 좋다. 가격도 착해 여러모로 만족이다.

 

한계령은 이른 새벽에도 주차가 힘든다. 한계령 휴게소는 밤에 폐쇄를 한다. 갓길에 주차를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운 좋게 한 군데 자리가 나서 주차를 했다. 어둠 속에 대청으로 향하는 산객이 많다. 이 시간쯤 해서 서울에서 산악회 버스도 속속 도착을 한다. 가족단위 팀도 여럿 보인다. 늘 강풍이 불어 대는 이곳이 오늘따라 포근하다. 출발 인증사진을 찍고 바로 출발이다.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아내와 딸애가 잘 걷는다. 언제까지 잘 걸을지 그게 걱정이다. 첫 번째 오름길에서 해돋이를 만났다. 좀 더 부지런을 떨면 대청봉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하니 그건 프로나 하는 것이란다.

 

첫 번째 바위 봉우리를 오르면 내려 서고 다시 오른다. 한계령에서 출발은 가장 높은 곳에서 출발하기에 오름이 짧은 반면 길이는 오색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길게 걷는다. 오름에 유난히 약한 아내를 위한 맞춤길 선택이다. 한계령 삼거리 가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계단에 많다고 투덜거리는 아내에게 길에 맞추어 산을 오르지 나에 맞게 산은 배려해 주지 않는다. 했다. 험하면 험한 데로 가파르면 가파른 데로 산의 색깔에 맞추어 올라야 한다.

 

내가 원하는데로 상대가 바뀌어 새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보는 관점이 바뀌면 상대는 새 사람이 된다 했다. 상대가 좋은 사람도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건 상대의 행위에도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한계령 삼거리

한계령 삼거리는 서북능선 한계령에서 올라 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는 다들 잠시 쉬어간다. 고도를 높여서 조망이 좋다. 설악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단풍 산행길을 서북능선이 따뜻이 맞아 준다. 귀떼기청봉을 뒤로 두고 대청봉을 향해 걷는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좋단다. 그게 한계령에서 오르는 맛이다. 능선상에 자리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주목이 설악의 사연을 알려 준다.

 

서북능선 길에 전망대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 오르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바위 위에 올라 서려면 담력을 필요로 한다. 높이 올라야 주변을 어우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담력이 약한 아내와 딸애는 포기하고 아래에서 찍고는 사진이 뭐 이래 한다. 바위 위로 올라 가야 멋진 사진을 찍지. 세상은 나 위주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전망대 바위

간식을 거의 챙겨 먹지 않는 딸애도 새벽부터 길을 나섰으니 먹고 가자 한다. 움직이면 시장하지 더 심하게 움직이면 더 빨리 배가 고플것이다. 아침을 굶고 다니는 건 운동량이 적다는 것이다. 아침 운동을 해 봐라 아침 굶고 갈 수 있나.

평소 먹지 않던 사과도 주면 주는데로 받아먹는다. 심지어 맛있다 한다.

 

완만한 서북능선은 걷기 좋은 길이다. 가끔은 너덜지대를 지나기도 하지만 전망이 좋아 내설악 풍경과 남설악 풍경을 제대로 즐기면서 걸었다. 연무현상이 없다면 멀리 금강산까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가야 할 중청봉은 둥근 구슬 같이 보이는 곳이고 그 아래 중청대피소가 있고 거기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 했다.  그곳에서 600m를 더 걸으면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이라 했다.

산에 가면 다 맛있단다. 음식의 맛은 나의 몸 상태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설악에는 설악산이 없다.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이 있을 따름이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두루 어우려서 전체를 설악산이라 한다. 서북능선에서는 먼저 끝청봉을 올라서 중청으로 이어진다. 설악은 크게 내설악과 외설악으로 나눈다. 내설악은 공룡능선을 기준으로 내륙인 가야동계곡, 수렴동 계곡이 있는 백담사 쪽을 말하고 외설악은 천불동 계곡과 신흥사가 있는 바다 쪽을 일컫는다. 그 기준은 백두대간 능선길이 이어지는 공룡능산이 기준이 된다.

 

내외 설악 모두 화강암 바위가 다른 산과 특별하다. 바위 산에 협곡이 깊으니 계곡을 흐르는 물은 폭포를 이루고 그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설악의 풍경은 절경이다. 끝청에 내려다보면 봉정암에서 시작되는 용아장성은 용의 이빨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고 공룡능선 또한 공룡의 등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능선 사이에 가야동 계곡이 대청봉에서 발원한 물이 희운각을 거쳐 흐른다. 용아장성과 서북능선 사이에는 구곡담 계곡과 백운동계곡이 흘러 수렴동 대피소에서 만나고 가야동계곡에서 흘러 온 물과 만나 수렴동 계곡이 되어 백담사까지 흘러가서 다시 흑선동계곡에서 흘러 온 물과 만나 백담계곡을 이룬다. 그러고 보니 설악은 계곡과 능선이 반복해서 이어진다. 길은 산을 만나면 고개가 되고 다시 물가를 만나서 건너게 된다.

설악산 마가목

길가에는 겨울 준비를 끝낸 나무들은 나목이다. 아직 열매을 떨구지 않는 것은 설악에서만 자주 만나는 마가목 열매다. 유난히 붉고 조롱조롱 달린 게 파란 하늘과 대조적이다. 설악에서만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인데 인제군에서는 가로수로 마가목 나무를 많이 심는다. 중청봉은 기상 레이더가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산허리를 가로질러가면 중청대피소다.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간다. 설악산에는 대피소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취사를 할 수 없다. 물 2L에 3,000원이다. 코로나로 산객으로 붐벼야 할 대피소가 근 2년째 문을 닫고 있다. 단지 매점은 열고 있어 식수는 구할 수 있다. 

중청대피소의 컵라면 맛 최고! 최고!

매뉴는 컵라면이다. 부지런히  걷고 먹는 커라면 맛은 엄지 척이다. 음식의 맛은 요리사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느 때 먹느냐도 음식 맛을 좌우한다. 스위스 여행 중에 융프라우 오흐에서 쿠폰 주고 공짜로 먹은 컵라면 맛이 그리도 맛이 좋아 오래 기억하고 있는데 중청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 맛도 끝내 준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국물과 면발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줬다. 든든히 배를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단지 금방 식사하고 오르는 대청봉 600m는 힘들었다. 식사하고 오르는 오름길은 편하지 않다.

 

힘들게 올라 선 대청봉은 정상석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줄이 길다. 족히 40여분은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견딜만 하지만 칼바람이 불면 기다리지 못해 그냥 내려갔을 게다. 철들고 처음 오른 대청봉이니 오래 기억하게 사진은 남겨야지. 파란 늦가을 하늘 아래 독사진도 찍고 셋이서도 찍고 부부끼리도 찍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고 아내는 많이 찍자  했다.

대청봉 울 부부 인증사진

천불동 계곡을 내려다 보고 이제는 하산 길이다. 오색 코스는 대청봉을 올라 가는 가장 짧은 길이지만 가장 가파른 길이기도 하다. 길이가 짧다 보니 계단이 많고 토사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돌을 많이 깔았다. 그 위에 낙엽이 쌓이니 미끄럽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더 힘든 길이 내리막 길이다. 초반 내리막은 그런대로 내려오더니 설악폭포 전부터 힘든다 한다. 이때부터 굼벵이 걸음이다. 눈이 즐거운 풍경도 없고 오로지 걷는 길이다. 힘들다고 자주자주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설아에서 가장 멋없는 길이 오색에서 대청봉 가는 길이 아닐까. 그 흔한 물길도 딱 두 군데인 설악폭포 위 물길 건널 때와 끝 지점인 오색 탐방로 입구다.

아내의 하산길

내리막을 좋아 한다는 아내도 이런 내리막은 싫단다. 돌바닥 아니면 계단에 다리가 아프단다. 급기야 게걸음이다. 앞으로 걷는 게 아니라 옆으로 걷는다.  그러다가 힘들면 뒤로도 걷는다. 어느 하나 편한 방법은 없다. 그간 10시간 걷기를 처음 걸으니 한계치를 넘으면 힘든 건 당연하다. 쉼터에서 쉬는 시간도 잣아지고 물 마시는 시간도 잣다. 거리는 점점 줄어든다. 이 내리막길의 끝은 언제 끝나냐 한다. 같은 길도 누구에게는 고통의 길이지만 누구에게는 행복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 지는것 같다. 그래도 끝은 있다. 10시간 목표를 30여분 앞두고 오색 입구 탐방안내소에 도착했다. 언제 모두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무사히 설악 대청봉을 다녀올 수 있었어 행복했다. 가족이라 든든했고 함께 해서 즐거웠다. 덤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차량이 불을 켜고 지나간다. 하루해가 많이 짧아졌다. 올 가을 가족 단풍여행은 대청봉 오르기 극기훈련이 되었다. 오래도록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두여인과 함께한 대청봉 산행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