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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태백산 천제단 산행과 눈꽃축제 본문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청 OB 산악회 정기산행 날이다. 옛정을 나누며 그간 일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니 추억을 많이 떠 올리게 되고 싶게 공감하게 좋다. 지난달에는 한분이 돌아가셨다.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떠나는 날은 순서가 없다. 그런 부음을 접할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저승 갈 때 가지고 가지 못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 맞다.
새벽같이 시청을 출발해 태백으로 가지만 치악 휴게소에서 남자화장실도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태백산 눈축제로 전국 산악회에서 목적지가 같다. 아니나 다르까 유일사 입구 들머리는 전국 산악회 차는 다 몰린듯 주차뿐만 아니라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산객들이 넓은 등산로를 가득 채우고 올라간다. 대단한 한국인들이다. 영하 -12도의 한파주의보 속에 그래도 올 사람은 차고 넘친다. 명동길을 걸어도 이렇게 밀리지는 않을게다. 밀려서 올라간다는 말이 맞다.
유일사 삼거리에 올라 서니 태백의 산바람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사람이 많아도 춥기는 매한가지다. 태백의 칼바람이 쌩쌩분다. 드문드문 고사목 지대를 지나면 장군봉이다. 장군봉이 1,567m로 태백산에서 가장 높은 봉이다. 앞에 보이는 돌로 쌓아 만든 제단이 있는 곳에 천제단이다. 한배검이란 주홍글씨가 있다. 토속민간 신앙의 성지로 한배검은 대종교에서 단군왕검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떡과 과일 소주, 막걸리 등 제단 앞에는 재물이 가득하고 엎드려 절하는 분이 여럿이다.
태백산 정상석을 그 아래에 있다. 오늘도 칼바람과 눈보라가 날리는 정상석에서 정산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선 줄이 길다. 사람이 같이 나오면 어떠랴 옆에서 인증사진 찍고 문수봉으로 향했다. 산바람이 모질게 불어 서 있기가 힘들다. 안부에도 천제단을 돌로 쌓아 놓았다. 제단이 두군데 나 있는 하부 천제단이다. 무당들을 그 기를 받기 위해 천제단에 많이들 온다.
점심때가 한참을 지나 능선 안부에 해파리 비닐을 치고 12명이 들어 가니 꽉 찬다. 겨울에는 바람만 막아 주어도 포근하다. 버너는 피울 수 없고 보온통에 데워 온 정종이 따끈하니 좋다. 여름철 그리 인기 있던 막걸리는 이제 인기 하락이다. 추울 때는 따뜻한 게 최고다.
문수봉은 1,510m로 문수보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장군봉 아래에는 만경사가 있고 단종 위패를 모시고 있다. 산이 완만하고 겨을 설경이 좋아 겨울철 산행과 새해 해돋이 산행으로 유명하고 한국인의 기가 흐르는 태백이다. 백두대간 능선에 있어 겨울에는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태백이다. 건너편 함백산과 운탄고도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산산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고운 한국의 산이다.
하산길은 당골로 어제부터 태백산 눈꽃축제가 3년만에 열렸다. 축제하면 전국에서 찾아들 오니 주차장마다 만원이다. 눈으로 만든 토끼의 해에 토끼부터 눈으로 만든 대형 눈조형물이 전시와 느린 우체통, 눈썰매 미끄럼틀, 얼음썰매, 전통 팽이치기, 연날리기, 미니 눈사람 만들기, 추억의 연탄불 먹거리 등 눈으로 즐기고 입이 즐거운 축제다. 혼잡한 주차장을 빠져나와 상경길에 영월에서 뒷풀이를 하고 올라왔다.
이런 곳은 늘 가면 고생이란 걸 알면서 또 가게 된다. 인간은 본시 외로운 존재였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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