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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소식에 달려 간 설악 대청봉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폭설 소식에 달려 간 설악 대청봉

산달림 2023. 2. 22. 17:28

상고대가 고운 설악 겨울산

설악에 폭설 소식에 가슴이 쿵꽝 뛰고 마음이 설렌다.  누가 그랬다 가슴 설렐 때는 떠나라고. 설악의 겨울 풍경이 그려진다. 국공 홈피를 방문했더니 17일 04시에 입산통제가 풀렸다. 그것도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계속 통제다. 한계령에 오르면 설악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감지덕지로 오색에서 올라갈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6시 30분에 동서울을 출발하여 오색에 도착하니 10시 조금 넘었다. 지금 오르면 중청대피소 입실시간이 너무 이르다. 흘림골을 다녀올까 하고 확인하니 입장 인원이 매진으로 예약이 되지 않는다. 용소폭포를 다녀오기로 하고 오색약수터 계곡을 따라 올랐다. 한계령을 넘기 전에 남설악 설경이 와 ~ 할 정도로 상고대가 곱게 폈는데 양지는 그새 녹았다.
성국사는 겨울철이라 절을 비우고 내려 가셨다. 아름답던 계곡도 계곡이 꽝꽝 얼어 눈 속에 덮였다. 적막만이 가득하여 고요 그대로다.

 

용소계곡에 눈이 내려 겨울계곡 풍경이 남설악 답다


오색에서 대피소 예약자는 12시까지 오색탐방안내소를 통과해야 하기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다. 오색 국공 탐방안내소를 지나자 TV조선에서 취재를 나왔다. 기자가 겨울산행의 준비물과 조심해야 할 사항을 묻길래 필수장비 사항과 겨울철은 빨리 해가 지니 오후 3시에는 산을 내려가야 조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터뷰를 했더니는 그날 밤 9시 뉴스에 나왔다고 몇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색 오름길의 설경


오색코스는 대청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인 반면 그 만큼 가파르다. 처음 1km는 급경사 계단길이다. 1km를 50분에 걸쳐 올랐다. 1시간 넘게 걸리는 분들이 많은 구간이다. 요즘은 중간중간 쉼터를 많이 만들어 쉬어가면서 울라 돌연사를 예방하고 있다. 계곡을 건너야 절반을 오른다. 양지쪽에서 점심으로 준비해 온 햄버거를 먹고 힘을 내 본다. 겨울산은 눈이 내린 량에 따라 같은 거리라도 시간 차이가 많이 난다.

 

설악의 설경
설악의 상고대


능선길을 오를 때 50대 후반의 여성분이 대피소도 예약하지 않고 당일치기로 대청봉을 오른단다. 벌써 많이 지쳤는데 대청봉 찍고 내려가려면 랜턴이 필요한데 준비하셨냐고 하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책 없는 무모함이다. 9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아직 1km도 훨씬 더 남았다. 힘드시면 중간에 돌아가시라 하고 먼저 올랐다.

 

대청봉 아래는 상고대가 형성 되었다가 그게 녹아 얼음 구슬이 되었다. 파란 하늘과 수정 같은 구슬이 대조가 되어 곱다.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어느 작가가 이렇게 오묘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까?  자연보다 위대한 예술가는 없다. 혹한의 날씨에 바람마져 불어주면 더 명품의 작품을 만든다. 그걸 만나러 설악으로 달려 온다.

 

대청봉 1,708m 정상
중청 기상 레이다
화채봉 능선과 속초 앞바다
천볼동 계곡
공룡능선


1,708m 대청봉은 겨울이라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산객이 없어 좋다. 마침 반대쪽에서 오는 부부팀을 만나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대청봉의 바람은 청량고추보다 더 매운 칼바람이다. 멀리 속초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앞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중청대피소에 들어 서니 입실이 막 시작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담요를 빌려 주지 않아 매고 올라와야 한다. 한 방만 운영하고 남녀 혼숙이다.

 

중청 대피소와 기상상황
중청 상고대


시간이 여유로워 중청 아래 응달에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가 고와서 사진을 찍고 왔다. 취사장에 가서 떡국과 김치만두에 꼬꼬면을 끓이니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코로나 이후 첫 이용하는 중청대피소는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5시가 되니 -13도로 떨어진다. 여긴 기온보다 바람이 세게 불어 체감온도가 무섭다. 중청의 골바람은 가장 날카로운 칼바람이다.

지하층이라 아늑하지만 공기 순환이 잘되지 않는 게 흠이다. 무료한 시간에는 책이 있어 잠시 읽어 보기도 했다. 취침 소등시간이 겨울철에는 밤 8시면 불을 끈다. 요즘 금주 및 금연이라 할 일은 그리 없다. 한 칸씩 띄우고 잠자리를 하기에 큰 불편을 없다. 오색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길의 피로감이 있어 뒤척이지 않고 잘 잤다. 아직도 깜깜한 06시에 기상시간이라 늦잠을 많이 자는 분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바람소리만이 긴 겨울밤을 지키는 산중 대피소다. 산에 오르면 세상에 찌든 생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오직 산만을 생각하며 힘든 길을 걷다 보면 정신에 청량함에 베여든다. 그게 산이 주는 큰 선물이다.

 

새벽의 중청대피소
아직도 길이 막힌 서북능선과 대청봉의 여명
소청봉 갈림길 / 백담사와 설악동 가는 길이 나눠 짐
공룡능선길

몸이 뻐근 할까 했는데  산이 주는 선물인지 오히려 가뿐하다. 산을 내려 가는 길로 천불동계곡과 백담사 계곡을 선택하는 중에 좀 더 긴 백담사 계곡을 선택했다. 요즘 폭설 이후로 백담사까지 운행되던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으니 7km를 족히 더 걸어야 하지만 백담계곡의 눈쌓인 풍경이 아른거렸다. 소청까지는 앞 바람이지만 내려서면 그나마 걸을 만하다. 소청대피소는 적막감이 느껴진다. 중청에 비해 찾는 이가 적은 대피소다.

 

소청대피소
중청봉의 기상 레이더와 소청대피소 이정목


오늘은 대부분의 구간이 내리막길이다. 어제 오를 때 고생은 차지하고라도 내리막 눈길이 달리기는 좋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봉정암을 지나 해탈고개를 내려서면 본격적인 계곡길이다. 그간 추위로 계곡은 꽝꽝 얼어있고 전나무 위로 내린 눈이 설국을 이루고 있다. 인적도 뜸해 혼자 걷는 길이 조용해서 좋다. 가장 멋진 쌍룡폭포도 얼음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자주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 난간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봉정암의 겨울


설악에서 가장 긴 계곡이라 길긴 길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염시암을 지나고 백담사까지 13km의 거리다. 여기서 용대리 백담마을 까지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7km를 더 걸어야 한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님이 머물면서 지은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절이다. 예전에는 늘 걸어 다니다가 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다시 걷게 되니 새삼스럽다. 백개의 담과 소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 계곡미는 뛰어 난 곳이다.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의 설경
쌍룡폭이 꽁꽁 얼었다.
수렴동 대피소 가는 길
수렵동 계곡길
오세암, 봉정암  갈림길
영시암의 고즈넉한 풍경
옛 백담산장 지금은 백담지킴이 센터
백담사의 겨울풍경


황태덕장이 있는 이곳은 얼어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맛을 더해가는 명태 건조가 지금이 적기다. 용대리 주변은 지금도 황태구이가 맛집으로 많은 가게에서 황태를 판매한다. 코로나 이후로 버스 운행회수인 배차간격이 드물어 오후 3시 버스를 기다리면서 늦은 점심을 황태구이 정식으로 주문했다.

백담마을 조형물
용대리 황태백반 정식


눈이 내려 찾아간 설악은 설악의 이름처럼 눈이 내려야 제대로 된 설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예전처럼 눈이 귀한 요즘에 눈산행을 다녀오길 잘했다. 언제 다시 눈 소식이 들리면 다시 찾아도 좋은 겨울 설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