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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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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행/경상도

폭염엔 최고 피서법 지리산 종주

산달림 2023. 8. 28. 13:17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1,732m 반야도인에서 따온 말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오래간다. 색다른 피서법으로 지리산 종주를 떠 올렸다. 1,500m 이상의 높이는 한결 시원하다. 지난 유명산 자연휴양림도 무척 시원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심야버스가 한방에 연결된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밤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새벽 2시 50분에 성삼재에 내려 놓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첫마디가 "아이구 추워"다. e마트 24시 실내로 자리를 옮긴다. 지리산의 입산 시간은 새벽 3시부터 문이 열린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찻길이라 걷기 좋은 길이다. 춥던 몸도 배낭을 메고 걸으니 등이 촉촉이 젖어 온다. 노고단 대피소는 공사 중이다. 노고단으로 바로 오르는 길은 폐쇄되고 차길로 돌아 오른다. 노고단 고개가 지리산 종주길의 들머리다. 깜깜한 밤하늘에 별똥별이 긴 꼬리를 남기며 빠르게 떨어진다. 오랜만에 보는 유성이다.

깜깜한 밤을 밝히는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걷다가 임걸령 샘터에 이르니 주변이 밝아 온다. 최근 자주 내린 비로 샘물이 가득이다. 여기서 아침을 먹고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오르기로 했다. 주능선에서 벗어난 봉이지만 시간도 넉넉하고 오랜만에 반야봉에 오르고 싶었다.

지리산 10경 중에 반야봉 낙조는 4경으로 꼽히고 있으며 반야에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지리산의 딸인 마고할미와 불법을 닦던 반야와 혼인하여 8명의 딸을 낳았는데 반야는 득도한 후 돌아 오겠다고 하였는데 돌아 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석상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을 가진 반야봉이다. 예로부터 늘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게 했다는 이야기다.

뱀사골로 가는 화계재 전에는 삼도봉이다. 전라남, 북도 경상남도의 3개 도가 만나는 봉이다. 본시 이름은 낫과 같이 생겼다 하여 날라리봉으로 불렀는데 3도 조형물이 설치되면서 삼도봉이라 부른다.

토끼봉 오르는 길은 그리 된비알을 아니지만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삼도봉애서 먼저 출발한 두 여인이 철퍼덕 쉬고 있다. 어디까지 가느냐 물으니 세석대피소를 예약했단다. 의욕만 앞선 것 같다. 힘들 것 같다 했더니 그런 것 같단다. 산을 그리 만만히 보면 안 된다.

명선봉 가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 간밤에 3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을 눈만 붙였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제 무박산행은 힘든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11시 반이다. 오늘의 목적지다. 혼자 계획을 했으면 벽소령이나 세석을 갔을 텐데 아내와 함께 준비했다가 건강검진으로 같이 오지 못했다.

산길 15km를 걸었으니 작게 걸은 건 아니고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걸어야 하는 건 더욱 아니다. 산에서도 쉬는 게 필요하다. 일본 산장만 해도 잠만 자는 곳이 산장의 역할은 아니다. 책도 읽고 주변도 산책하고 술도 한잔씩 한다. 일종의 휴게소 같은 분위기다. 우리는 너무 빨리 가려고만 한다. 목표가 중요하고 과정은 그리 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빨리빨리의 근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

입실 시간이 많이 당겨져 오후 3시부터 대피소에 들어갈 수 있다. 책도 여러 권 비치되어 있어 산에서 오랜만에 책을 펴 봤다. 선선한 그늘에서 책을 읽을 읽는 재미도 솔솔 하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 님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에서 마지막 구절에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새벽녘 성삼재

 

구례의 야경과 지리산 노고단의 밤하늘의 별 눈으로 본 별은 더 많았다.
본격 산행 싯점인 노고단
산객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고마운 임걸렴 샘
임걸령 안전 쉼터
지리산 반야봉, 이곳의 낙조는 지리 10경중 하나
가을이 오는 한결 푸르른 지리산 산과 하늘
지리산의 8월이면 곱게 피는 산오이풀 꽃
오세암 동자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동자꽃
전라 남, 북도 경상남도 3개의 도가 만나는 삼도봉 일명 날라리봉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시지 마시라
샘이 대피소 앞에 있어 편리한 연하천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