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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가족 가을 단풍산행 지리산 천왕봉 본문
올 가을 가족산행은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 오기로 했다. 운전의 피로를 생각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부터미널 08:40분 출발하는 프리미엄 버스를 타고 편하게 중산리 가는 들머리인 원지는 3시간 20분 만에 도착했다. 12시 50분에 중산리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산행은 힘을 쓰는 운동이라 소고기 불고기로 든든히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2시에 천왕봉이 가장 가까운 하늘 아래 첫 동네 중산리에 도착했다. 중산리 탐방센터까지는 아스팔트 길을 2km를 더 걸어 올라야 한다. 산 아래는 아직 단풍이 이르지만 산 아래로 단풍이 많이 내려왔다. 14시 30분 지리산 탐방센터 앞에서 14시 20분 순두류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웬 떡이냐 하고 올라 타니 우리 가족뿐이다.
산속으로 족히 3km를 올라 경남환경연구원 입구에 내려 준다. 왼쪽 길인 생태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천왕봉 가는 길이다. 초입에 푸른 던 잎들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간다. 단풍은 그새 지리산 아랫부분 가까이 내려왔다. 산에 드니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청량감과 신선함이 있다. 이 공기만 마셔도 그냥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가끔은 나무다리도 건너고 계단도 오르면 아리랑 고개를 만난다. 깔딱 고개란 이름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감이 간다. 숨이 깔딱깔딱 턱까지 숨이 차오른다 해서 붙여진 깔딱고개란 이름보다 한결 낫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만 쉬어도 금세 땀이 마르고 춥게 느껴져 오래 쉬지도 못하고 걷는다. 생각보다 불평하지 않고 다들 잘 걸어 주는 두 여인이라 마음은 편하다.
능선에 가로막혀 해가 기우니 음지가 되어 서늘하고 땅거미가 빨리 찾아온다. 마침 진주에서 초등학생들이 천왕봉 올랐다 내려오는데 능력껏 법계사까지만 다녀오고 일부는 천왕봉을 올랐단다. 어린 학생들이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인솔교사가 많이 힘들어한다. 어떤 학생은 아예 바위에 벌러덩 누워 쉬니 뒤에서 기다려 준다.
오후 5시경에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새벽에 해돋이를 만나려 올라간다. 1,300m 정도 높이인 이곳은 해가 지면 금세 추워진다. 이런 곳에 선 삼겹살에 배추쌈이 딱이다. 여기서 먹는 삼겹살은 가장 맛있는 고기다. 요즘 대피소는 음주가 금지되고 모포를 빌려 주지 않기에 각자가 가지고 산을 올라야 한다. 혹시나 모포로 감염이 될까 소독이 힘든 대피소의 대책으로 이게 코로나 후유증이다. 대피소도 정원의 60 ~ 70%만 예약이 가능한 것 같아 침상이 여유롭다. 대피소는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밤 9시만 되면 소등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리의 밤하늘엔 별들이 초롱하다. 이곳에선 불면증은 호사스러운 말이다. 그냥 베개에 머리를 붙이면 그냥 잠이 온다.
새벽 4시. 어둠 속에 일어나 렌턴을 켜고 침낭을 접어 배낭을 꾸렸다. 4시 30분에 법계사 앞을 지날 때 세상 만물을 깨우는 산사의 범종소리가 들린다. 쿵우 ~ 웅 종소리는 묵직했으며 청아한 새벽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간다. 이는 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과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고통 속의 중생을 구제하는 의미가 있다.
청왕봉까지는 2.1km로 거리는 짧지만 돌길에다 가파른 계단을 자주 올라야 한다. 새벽 공기도 차가워 장갑을 끼지 않으면 스틱을 쥔 손가락이 시려웠다. 렌턴이 비추는 바닥만 확인하고 걷고 걷는 길이다. 큰 호흡을 하면 쉴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밤하늘엔 별들이 참으로 많다.
어둠 속에서도 개선문이 보인다. 이제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래에는 줄지어 올라오는 렌턴 불이 보인다. 다들 지리산 1 경인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올라오는 행렬이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 님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첫 구절이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 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지리산 일출은 연중 100여 일만 만날 수 있다. 한다. 오늘도 그런 행운이 있길 기대해 본다. 일출 예정시간이 6시 50경으로 20여분은 기다려야 된다. 해돋이는 늘 그런 기다림의 연속이다. 지리산 정상석 주변에는 일출을 기다리는 산객으로 가득하다. 기다림 끝에 구름 속에 붉은빛을 토해 내더니 금세 쑥 올라온다. 빛과 따뜻함을 함께 준다. 핫팩으로 손을 녹이며 기다린 보람이 있다. 환호와 탄성이 나오고 저마다 사진으로 담는다고 바쁘다. 정상은 많이 추워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서둘러 장터목으로 향했다.
해가 뜨니 양지와 음지는 기온차가 크다. 모진 비바람과 엄동설한에 용케도 버티던 나무가 죽어 고사목이 되어 이곳을 지키고 있다. 그 나무가 이곳이 척박한 환경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보이는 반야봉과 그 너머로 노고단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통천문을 지나면 곧 제석봉이다. 밋밋한 봉이지만 몇 그루 남은 고사목을 만났다. 자유당 말기 농림부 장관의 삼촌이란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제석단에 제재소를 차리고 거목을 베어 냈다. 그 후 도벌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증거인멸을 하려고 불을 질러 제석봉의 나무를 모두 불태웠다. 그 남은 흔적이 지금의 모습니다. 인간의 추한 욕망을 여기에서 본다.
내려서면 경상도와 전라도의 장사꾼이 모여 장이 섰다는 장터목이다. 이곳은 중산리와 백무동의 갈림길이다. 늦은 아침식사를 먹기 위해 지리산에 오른 산객들이 예전의 장터꾼 같이 모였다. 늦은 아침을 여기서 먹었다. 산에 오면 밥맛이 최고란다. 산객들은 제각기 갈길을 간다. 세석으로 백무동으로 혹은 천왕봉으로 각자 제갈길을 간다.
우리는 내리막길은 중산리길로 잡았다. 장터목 샘터를 지나 계곡길로 이어지는 길에는 윗쪽은 벌써 나무들이 겨울 준비를 끝냈다. 유암폭포까지 내려 길도 순해지고 계곡 주변에 빨갛게 물든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단풍은 계곡 주변이 짙은 선홍색 빛을 띄운 게 더 곱다. 단풍은 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서서히 물든다. 단풍이 절정이란 의미는 중간쯤이 물들었을 때가 절정이라 하나 보다.
너무 예쁘게 물든 단풍이 많아 갈길 바쁜 산객의 다리를 자꾸만 멈추게 한다. 단풍 위로 파란 하늘과 빨갛고 노란 단풍이 연중 가장 곱게 화장을 한 가을 산이다. 침으로 고운 단풍이다. 날머리인 중산리엔 대봉감이 서리를 맞아 노랗게 잘 익었다. 가을은 산도 들도 풍요롭다. 그렇게 가을은 만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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