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삼천포 와룡산 민재봉 본문
더울 땐 계곡이 최고 피서지다. 섬은 계곡이 깊지 않다.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골이 깊어야 계곡에 물이 넉넉하다. 가까운 곳으로 삼천포 와룡산이 있다. 와룡산(臥龍山)은 해발 799m로 1m가 부족하며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와룡산이라고 한다. 용머리에서 시작하여 용꼬리로 내려오는 종주코스는 6시간 안팎의 거리라 오늘은 백천계곡에서 시작하여 민재봉을 오르기로 했다.
여름철 산행은 일찍 출발해야 땀을 적게 흘리고 산행을 할 수 있다. 8시 되기 전에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백천계곡 코스는 숲이 울창하여 햇살을 피해서 걸을 수 있는 여름 산행의 적지이다.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산 모기와 깔따구만 없다면 환상적 길이다. 기피제를 뿌리고 걸었다.
백천고개 가는 길에 중간쯤 너덜지대를 만난다. 꽤나 긴 너널지대에는 이정표가 촘촘히 설치되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중간중간에 의자가 있어 쉬어 갈 수도 있다. 백천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걸을 수 있어 청량감이 있다.
초록초록의 숲길을 걸어 백천고개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아 걷기 좋은 길이다. 민재봉으로 오르는 길의 주능선은 백천고개에서 시작한다. 넓은 평상에서 잠시 쉬어서 간다. 능선에 오르면 바람이 함께 하여 시원함이 더한다. 능선 바람에 땀을 식혀가며 민재봉으로 한 걸음씩 보탠다.
지금까지 온 길과는 달리 경사가 조금은 급해진다. 땀으로 등이 촉촉이 젖어 온다. 숲 속 길이라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좋고 바람이 있어 좋고 높이를 더해 가니 북으로 지리산 자락과 남으로는 남해안의 섬 사량도가 빤히 내려다 보인다. 다음엔 섬 산행으로 사량산을 다녀와야겠다고 콕 찍어 두었다.
능선의 끝에는 와룡산의 최고봉 민재봉이 보인다. 마지막 힘을 보태서 799m 민재봉 정상에 섰다. 1m만 더하면 800m가 되는데 아쉽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상사바위와 새섬봉이 보이는 방향이 용의 머리로 가는 방향이고 기차바위 방향으로 가면 용꼬리 방향으로 이 코스가 와룡산 종주코스다.
남해 바다와 지리산이 함께 보이는 와룡산 정상의 평상은 더위는 저만큼 날려 보내고 시원함을 선물해 준다. 이곳까지 오름에 힘듬을 보상이라 하듯 신선의 세계가 여기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아내는 선선하다며 바람막이를 챙겨 입는다. 발아래 보이는 삼천포 시내는 덥다 더워하는데 여긴 딴 세상이다.
산에 오르고 난 후 하산길은 왔던 길로 코스를 잡지 않는데 여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시원해진 몸으로 내리막 길에는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백천고개에서 너덜지대를 지나 계곡으로 가는 길이 있어 계곡으로 내려가니 수량도 풍부한 계곡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오르며 고생한 발을 계곡수에 담그니 시원함이 온몸으로 전해 온다. 이 맛에 여름 산행을 한다.
돌아오는 길에 백천계곡 입구에 자리한 백천사를 들렸다. 백천사는 와불로 유명한 사찰이다. 와불은 길이 13m 높이 3m로 중국에서 들여온 2300년 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 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놨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 몸속 법당이라고 불린다. 근엄한 와불 몸속에 8명 정도가 들어갈 법당이 있다.
무더위 속에도 백천사를 찾는 신도들이 줄을 잇는다. 한때 소가 목탁치는 소리를 낸다 하여 우보살로 유명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농장에 가 있단다. 피서는 바다도 좋지만 계곡도 좋다. 더울 때는 달리기 대신 산행도 대체운동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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