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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지리산 천왕봉 아래 첫 대피소 장터목 본문
오늘 걸을 길은 거리도 짧고 간밤에 잠도 넉넉히 자고 나니 몸에 생기가 돈다. 대피소의 소등 시간은 밤 9시다. 군대 같이 내일 산행을 위해 강제로 재운다. 남녀로 분리하고 군대같이 침상을 쓴다. 힘든 산행 탓인지 코골이들이 단잠을 깨웠지만 무시하고 꿋꿋하게 잤다. 산에서 잠은 깊이 잔다.
먼동이 틀무렵부터 하루 산행은 아침식사로 시작된다. 서양인 커플이 간편식으로 재빨리 식사를 끝낸다. 우리의 식단은 너무 복잡하다. 밥 식은 반찬이 문제다. 봉지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7시 반에 벽소령을 향해 출발이다. 아침공기가 초록초록 숲과 함께 상쾌함을 전해 준다.
1,450m 형제봉에 오르니 곰탕이다. 여름 지리산은 구름이 산 아래로 가라 앉는다. 주능선길도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거리도 줄어들었다. 한 시간 남짓하면 벽소령에 닿는다. 아침에 식사를 하지 않고 먼저 출발한 부부가 이곳에서 고기를 굽는다. 아이스 팩에 잘 냉장해 왔단다. 산에서 먹은 아침 쇠고기 맛은 당연 최고다.
덕평봉에는 예전에 보지 못한 쉼터가 있다. 덕평은 아래에 평평한 덕평마을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만 해도 2 ~ 30 가구가 사는 마을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잠시 땀을 식히고 출발했다. 내려 서면 선비샘이다. 이 샘의 유래는 생전에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기 전에 노인이 이 샘 위에다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이 샘물을 뜨기 위해서는 허리를 숙여야 하니 그 절을 받고 싶어서였단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튼 물이 귀한 지리능선에 샘이 있다는 건 산객에겐 오아시스다.
그늘에 잠시만 쉬어도 땀이 마르고 시원하니 여름피서치 치곤 최고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을 해도 이 넓은 지역까지 시원하게 할 기술은 없지만 자연은 높이를 더하면 절로 시원해 진다. 칠선봉을 지나면 까끌막에 계단을 힘겹게 올라야 한다. 영신봉 전에 암봉은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기 좋은 명당자리지만 곰탕이라 시야가 없다.
영신봉을 지나면 세석대피소다. 정오가 가까워 점심식사를 하고 가야겠다. 세석평전은 진달래와 철쭉이 많은 평전이었는데 숲이 무성하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에서 무예를 연마했다고 한다. 인간의 출입을 막으니 자연은 본래대로 알아서 돌아간다.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다지 급경사는 없어도 금방 식사를 하고 오르면 힘든다. 어? 낯익은 얼굴이다. 십수 년 전 백두대간 통일 마라톤을 같이 했던 분이다. 요즘 구례에서 산다더니 거림에서 천왕봉을 왔다가 내려가는 길이다. 인연을 침 질기다. 그러길래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간 안부를 나누고 가던 길을 걷는다.
촛대봉에서 천왕봉이 빤히 보이는 곳이지만 안개로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일에나 보여 주려나 보다. 길가에는 붉은빛의 버들강아지 같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폈다. 산오이풀이다. 냄새를 맡아보면 오이냄새가 난다고 하여 산오이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8월의 지리산 능선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붉은색 꽃이다.
연하봉을 넘으니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이다. 오래전에 장터목 북쪽의 함양 마천사람들과 남쪽인 산청 시천사람들이 각각의 특산물인 곶감과 소금, 건어물을 이곳 능선인 장터목에서 만나 물물교환을 하던 장소였다. 국공 발족 전에는 이곳이 야영장으로 탠트를 치고 놀던 그런 곳이었다.
대피소 입실 개시시간 전에 도착했다. 장터목은 천왕봉 전초 기지로 늘 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낮기온이 25도니 산아래 마을은 폭염주의보가 내렸지만 딴 세상이야기다. 선선하다 못해 긴팔이 딱 어울린다. 여성분이 대피소 직원에게 "밤에 히타 켜 줘요." 하고 묻는다.
하늘을 보니 흰구름이 높다. 긴 폭염도 끝나고 곧 가을이 올 하늘이다. 지리산은 반걸음 먼저 계절을 앞서 가고 있다. 여름 지리산은 시원해서 좋다. 일찍 도착하니 마음이 여유로워 좋다. 그냥 쉬어도 좋은 장터목 대피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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