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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만추의 향이 짙은 경기옛길 평해길 10 ~ 7코스 솔치에서 용문역 본문

국내 걷기여행/경기옛길

만추의 향이 짙은 경기옛길 평해길 10 ~ 7코스 솔치에서 용문역

산달림 2023. 11. 26. 16:17

폐구둔역 나란히 놓인 철길

 

 

올해 마라톤 대회가 끝나 코앞에 계획된 대회가 없으니 마음이 느긋하다. 햇살이 좋은 날 자연을 벗 삼아 달리는 재미도 솔솔 하다. 아직 들 녘은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다. 지난번 의주길과 강화길은 모두 달려고 이번엔 평해길을 달려 보기로 했다.

평해길은 한양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로 관동대로라고도 한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가며 걷던 길이고,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손잡고 걸었던 길이며 원주 원님과 관동 지방 군, 현에 부임한 관원들이 한양으로 오가던 길이다.

오랜만에 덜컹거리는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작은 간이역 삼산역에 나 홀로 내렸다. 자가용이 대중화 되면서 차를 이용하고 시골마을에는 어르신들만 남아 바깥세상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고 찾아오는 아들, 딸들은 자가용을 이용해 찾아온다. 시골 간이역은 하루 두 번 기차가 정차를 한다.

6시 23분 전철로 집을 나섰지만 삼산역에 도착하니 9시다. 바로 출발이다. 오늘의 출발지는 솔치로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문막으로 가는 도경계 지점에서 출발이다. 4km는 족히 아스팔트 길을 달려서 올라야 한다. 국도를 달려 올라서니 겨울바람이 차갑다. 출발 인증사진만 찍고 바로 출발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솔치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임도길을 달릴  때는 잡초도 많이 걸린다. 소나무 잎인 솔가리가 떨어져 융단처럼 쌓여있어 쿠션이 있고 솔향도 있어 상쾌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추수로 배추와 무도 뽑아 들판은 휑하다. 4km를 달려 내려오니 삼산2리 마을을 지나고 이제 양동역으로 향한다. 양동이란 지명은 양평의 동쪽이라 양동이란 지명이 붙여졌다. 정미소의 쌀 도정하는 소리가 시골의 정적을 깬다. 옆에는 어른 두 명이 안아야 안길 정도로 500년 된 은행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없이 전해 준다.

 

양평의 동쪽 양동역


단석천을 거슬러 오르면 면소재지인 양동이다. 11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지만 이후로는 식당이 없어 점심식사를 하고 가야 한다. 휴대폰 충전도하고 석곡천을 따라 출발이다. 양평 물소리길과 잠시 함께 한다. 매월천으로 갈라지고 매월교를 지나면 오래된 토끼굴을 지나고 매월리 임도 길이 시작된다.  아늑한 곳에 분지 같은 곳에 집이 몇 채 있다. 평해길 9코스인 구둔고갯길은 두 개의 임도길을 지나는 산길이다. 산림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조성된 임도는 산허리를 감싸고 돌고 도는 길이다. 오름과 내림의 연속인 길로 흙길을 달릴 수 있어 감촉이 좋다. 고개를 넘으니 세하마을이다.

가을걷이를 끝낸 마을은 조용 그 자체다. 이곳도 전원주택이 많아 겨울이면 대문이 닫혀 있고 도시로 겨울나기를 간 것 같다. 마을 뒷길로 오르니 옛 철길이 나온다. 레일은 걷어 내고 자갈만 그대로 남아 있다. 터널은 안전을 고려해 입구를 막아 놓았다. 길은 등산로 같은 산길을 넘어간다. 반대편은 터널 출구로 다시 철길을 만난다. 자갈밭을 달리기는 힘이 든다. 그 길의 끝은 폐구둔역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 촬영지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폐기차도 그대로 멈춰 있다. 철길은 그리움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떠나고 만남을 이어주는 곳이 철길이다. 여기서 9코스를 끝내고 8코스 고래산길로 향한다. 한 구간씩 하는 분은 일신역으로 향하겠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폐 구둔역 간이역
옛 구둔역사 모습

 

 

구둔역에서 촬영한 영화


고래산길도 이름 그대로 임도길을 달리는 길이다. 18.3km로 긴 길이며 대부분 임도 길이다. 금당천을 달려가다 어르신 부부가 지나면서, "어디로 가는냐?"라고 하신다. '석불역'으로 간다 하니 "찻길을 따라가면 금방 가는데 왜 돌아가느냐?'라고 하신다. 임도길로 간다고 했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가까운 길을 두고 빙글빙글 산길을 돌고 돌아가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일신마을 뒷길로 올라 임도길을 접어드는 길은 늦가을 바람만 맞아 준다. 혼자서 헉헉거리며 산길을 달리고 달렸다. 고래산 입구는 가파는 철계단이 놓여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고래를 닮아서 고래산(542m)이라 한다. 여름철 무너진 임도길을 보수하는 포클레인 기사만 만났다. 준비한 물도 얼마 남지 않아 아껴 마셔야겠다. 당분간 가게가 없다.

 

고래산 정상가는 길 안내 이정목
고래산 등로 입구
고래산길 중간 쉼터


산중턱에는 백운정사란 암자가 있지만 인기척이 없다. 망미마을 가는 길은 가을걷이가 끝난 논이 휑하다. 철길을 따라 오르면 동화 속 그림 같은 석불역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이 고래산길 종점으로 간이역이다. 돌부처가 있다 하여 붙여진 석불역으로 하루 두 차례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다.

 

석불역 경기옛길 스템프함
정방향 고래산길 시적점인 석불역
고래산길 임도 입구로 가는 길
동화 같은 석불간이역


이제 44km를 달려왔고 지평향교길 10km가 남았다. 요즘 짧은 낮시간을 생각하면 서둘러야 한다. 돌아가는 차편을 생각하면 전철이 자주 다니는 용문역까지 가야 집으로 가기가 편하다. 잠시 물소리 길과 함께 하더니 산으로 오른다. 이번 구간은 전부 산길과 함께 한다. 마지막 민가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니 얼마 전 산불로 표시리본이 전부 불타고 길이 희미하다. 숲길에서 잠시 길을 놓쳐 Gps로 길을 찾아 올라섰다. 산속에 길을 잃으면 힘이 쫙 빠진다. 신발도 숯검댕이로 많이 더럽혀졌다.

능선을 넘어 서니 지평 1리 햇골마을이다. 지평면소재지 들어시니 농협하나로 마트가 있다. 석불역에서 물통을 다 비웠더니 물이 없으면 물이 더 그리웠다. 지평은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곳이다. 지평양조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 지은 건물로 자체 우물을 가지고 막걸리를 빚었다. 이 건물은 지금 국가지방문화재로 남아 있고 양조장은 다른 곳에서 술을 빚고 있다. 이곳이 6.25 동란 때는 UN군 지휘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지평 양조장 옛건물
지평의병, 지평 전투 기념관
지평향교
지평향교 내 학동들이 공부하던 명륜당


지평천을 따라 달리면 지평향교로 향한다. 학동들이 모여 시나 문장을 짓는 교육과 선형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명륜당이 자리 잡고 있고 기숙사인 우측에는 동재 좌측에는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향교 기념비에는 안향, 송시열, 조광조의 이름이 보인다. 옆에는 지평의병, 지평 전투기념관이 있다. 고종 때 단발령이 선포되자 의병이 이곳 지평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고 하며, 625 동란 때 중공군에게 밀리기만 하던 전선이 이곳 지평전투에서 승리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역사적 기념관을 나오니 땅거미가 진다. 서둘러야겠다.

지평역으로 가는 길은 들판을 지난다. 용문까지는 4.3km가 남았다. 송현1리에서 전원마을 휴암빌리지로 들어 서니 가로등 불빛이 길을 밝혀 준다. 어지간히 달렸더니 배가 고프고 허기도 밀려와 오르막이 나타나면 걸어야 했다. 어지간히 지쳤나 보다. 그루고개를 넘으니 용문시내의 환한 불빛이 보인다. 흑천을 이어주는 회전교를 지나니 용문 시내로 접어든다.

배가 고파서 용문터미널부근에서 북엇국을 먹고 용문역에 18시 49분에 출발하는 전동차에 올랐다. 오늘은 긴 하루를 보냈다. 같은 시간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헛되이 보내는 시간도 있다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