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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동네 백무동에서 장터목 대피소 가는 길 본문

국내 산행/경상도

하늘 아래 첫동네 백무동에서 장터목 대피소 가는 길

산달림 2024. 1. 10. 11:57

지리산 장터목의 노을

 

신년산행으로 지리산으로 간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했다. 서울을 빠져나올 때도 어둠 속이다. 겨울철은 지리산 산행 비시즌이라 산객은 모두 7명으로 단출하다.

백무동에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참샘을 거쳐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과 한신계곡을 지나 세석으로 가는 길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산으로 들어야 하는데 비시즌 주중이라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부탁하여 6명이 김치찌개만 된다는 말에 군말 없이 감지덕지로 먹고 산길로 들어섰다.

 

백무동 들머리 지리산 국립공원


함께 온 분들은 한신계곡으로 세석대피소까지 간단다. 백무동 지킴이터를 지나면서 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다. 겨울철 산행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게 아이젠과 스페츠다. 산아래에서 바라볼 때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리의 겨울은 봄까지 눈이 쌓여 있다.

예전에 장이 섰다는 장터목까지는 줄곳 오르막 길이다. 아직 얼지 않은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가장 먼저 봄이 올 때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고로쇠나무가 많이 보인다. 싸늘한 기온에 청량한 공기 맛이 좋다. 이걸 느끼려고 지리산에 온다.

 

장터목 가는 길의 중간쯤 되는 참샘



딸애가 잘 걸어 줘서 장터목까지 가는 중간지점인 참샘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목조건물이 보인다.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시설로 굳게 잠겨져 있다. 소지봉으로 오르는 길은 본격적인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능선에 오르니 산바람이 차갑다. 산의 높이만큼 기온은 떨어진다.

 

산행을 끝내고 내려 오는 산객들



동절기에는 대피소의 입실시간이 오후 3시부터 가능해 시간이 여유롭다. 높이를 더하니 중봉과 천왕봉이 가깝게 보인다. 어리석은 사람도 지리산에 들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지리는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어머니 같은 모두를 품어 주는 산이다.

 

천왕봉 일출을 보기 좋은 장터목 대피소


대피소 입실 시는 일일이 본인 확인을 한다. 산악 사고 발생과 성수기 대리 예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겨울이고 평일이라 산객이 20여 명으로 대피소가 한산하다. 북적거리는 것보다 한가하고 여유로움이 좋다. 산에서 만이라도 느림을 느껴보고 싶다. 장터목에서 바라보는 지리 주능선이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함에 힘이 느껴진다.

 

장터목 대피소 내부 모습 겨울 혹한기에도 난방이 잘 되어 가벼운 침랑도 춥지 않았다.

 

이날은 이용자가 적어 남자는 1층, 여자는 2층을 이용했다. 난방이 잘 되는 장터목 대피소



대피소에서 시간은 느리게 간다. 일단 TV가 없으니 시간 부자가 된 느낌이다. 스마트폰 마저 없다면 더 지루했을 것이다. 피곤한 산객은 미리 자리를 깔고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대피소는 난방시설이 잘되어 있어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다. 단지 코로나 이후로 모포대여가 되지 않아 침낭을 각자 가지고 올라야 한다. 입실시간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다.

어둡기 전에 취사장으로 내려가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의 특식은 채끝살이다. 산중에서 먹는 맛은 단연 엄지 척이다. 아쉽다면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잔의 술이 그리운 시간이다.

 

산중의 밤은 일찍 찾아오고 하늘과 한 뼘 더 가까운 지리의 장터목은 하늘의 별들을 만나기 좋은 곳이다. 뚝 떨어진 알사한 밤공기에 잠깐 하늘의 별을 봤다. 북도칠성도 삼태성도 또렷이 보인다. 별 보기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흑룡담이라는 큰 늪이 있는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여인이 유복자로 세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 어머니는 아들 삼 형제가 여덟 살 되던 해에 십 년을 기약하고 훌륭한 재주를 배워 오라고 집에서 내보냈다.

삼 형제는 각기 흩어져 신기한 재주를 배웠는데, 첫째는 하늘을 나는 방석을 타고 날아다니는 재주를 배웠고, 둘째는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구만리까지를 볼 수 있는 재능을 배웠으며, 셋째는 무예를 익혀 칼과 활의 명수가 되었다. 십 년 후에 삼 형제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하루는 풍폭우가 몰아치더니 해가 없어지고 말았다.

삼태성의 설화는 삼 형제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해를 찾아올 것을 명령하였다. 삼 형제는 해를 찾아 몇 년을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고 스승을 찾아가서 상의한 뒤, 스승의 스승을 찾아가서야 비로소 흑룡담에 사는 한 쌍의 흑룡이 해를 삼켰기 때문임을 알아내었다.

삼 형제는 곧바로 방석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흑룡과 싸우기 시작하였다. 흑룡은 매우 흉포하였으나 삼 형제와 그들 스승의 협력으로 해를 삼킨 흑룡을 활로 쏘아 해를 토해 내게 하였다. 두 마리의 흑룡은 삼 형제에게 패해 달아나다가 한 마리는 흑룡담으로 피하여 숨고 또 한 마리는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지상에서는 해를 되찾아 환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삼 형제의 어머니는 살아남은 흑룡이 언제 다시 해를 삼킬지 알 수 없으니 삼 형제에게 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해를 지키라고 하였다. 이에 삼 형제는 하늘에 올라가 삼태성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서쪽 능선으로 하루해가 진다.


대피소의 밤은 일찍 시작된다. 저녁 8시가 되면 내일 산행을 위하여 불을 끈다. 다들 피곤해 곤해 잠을 자지만 코골이가 많아 예민한 분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평소 골지 않는 분도 피곤해서 코를 고는 경우도 있다. 길고 긴 동짓달 밤은 길고 길다. 내일의 산행을 위해 꿋꿋하게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