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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의 눈꽃산행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겨울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의 눈꽃산행

산달림 2024. 1. 30. 18:35

대관령 겨울왕국 같은 설경

 

유럽의 겨울 풍경 같은 대관령 설경

 

눈꽃산행은 겨울산의 꽃이다. 요즘 강원도 쪽에 눈이 많이 내렸다 하여 길을 나섰다.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아하니 영동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 평창 청소년동계올림픽과 겹쳐 주말이라 더 밀린다. 10시 도착할게 1시간 늦은 11시경에야 들머리인 대관령에 도착했다. 도떼기시장 같이 등산복을 입은 산객과 나들이객이 겹쳐 인산인해로 주차가 전쟁이다.

 

영동 동해 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영동 동해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로 오르는 길은 눈길 빙판이다. 아이들은 웬 떡이냐 하고 엉덩이 썰매를 탄다. 넘어져도 연신 웃음이 가득하다. 눈은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눈을 만나면 즐거워한다. 대관령은 지리적으로 동해를 끼고 있어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다. 올해는 눈풍년으로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 하니 농사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능겨옹 가는 산객들


능경봉 오르길은 거리도 짧아 산객이 아니더라도 눈사진을 찍으려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눈송이 앞에서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예쁜 사진을 남기려고 연신 웃음이 가득하다. 눈이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소녀의 마음은 남아 있다.

 

능경봉 가는 길 안내표지


내린 눈이 많이 쌓여 등로에서 한걸음만 벗어나면 무릎까지 푹 빠진다. 나뭇가지에 쌓인 겨울왕국 속으로 들어간다. 스키어들은 이런 눈을 반가워하며 나무 사이로 자연스키를 탄다. 능경봉은 대관령에서 불과 2km 거리라 웬만하면 이곳까지 올라온다. 내려다보는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고루포기산을 가는 길은 백두대간 길이면서 강릉 바우길이기도 하여 길 안내판은 잘 정비되어 있다. 응달은 지난번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설경을 제대로 보여준다. 고루포기산을 오르는 길은 계단길을 눈이 덮어 된비알을 힘들게 올랐다. 뒤 돌아보면 선자령의 풍력발전기가 열심히 돌아간다. 특히 바람이 많은 이곳에 하얀 기둥의 끝에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멀리서 보면 작은 선풍기 같다.

 

겨울 풍경의 진수 눈꽃
대관령에서 2km 지점인 능경봉
눈꽃 터널


혹한에 벗어난 이곳의 기온은 여전히 영하의 기온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등에는 땀으로 촉촉이 젖는다. 산객만 걷는 길이라 붐비지 않아 좋은 눈길이다. 젊은 산객 네 명이 아이 키만 한 배낭을 메고 거친 숨을 쉬고 오르고 있다. 여성도 낀 이들은 겨울야영을 즐기러 나온 등산객이다. 눈을 다지고 그 위에 탠트를 치고 보내는 하룻밤도 겨울의 낭만이다.

 

설국이 따로 없다. 여기가 설국!
겨울산은 눈이 있어야 겨울산 답다.
눈이 있어 겨울산이 사랑을 받는다.


전망대에 오르니 대관령과 선자령 그리고 횡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모두가 발아래에 있다. 이 맛에 산을 오른다. 이제 오늘의 최고산인 고루포기산이 가깝다. 대간길 능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산바람이 차갑다. 1,238m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오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별을 보기 좋은 안반데기가 이 산자락에 있고 남으로 길을 잡으면 대간길인 닭목재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길인 고루포기산 정상 1,238m

 

응달의 눈이 더 화려하게 눈꽃을 피웠다.
눈이 있어 겨울산이 사랑을 받는다.
눈길을 걸을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오늘 갈 길은 왔던 길을 되짚어 가서 횡계 평창 라마다호텔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리막길에는 엉덩이 썰매를 탈 수 있는 길이다. 예전에는 비료포대를 깔고 타곤 했지만 요즘은 플라스틱 눈썰매를 가지고 와서 타는 이가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동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경사가 급할수록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이 또한 겨울의 낭만이다.

 

평창 라마다 호텔 옆의 날머리


응달은 여전히 눈이 그래도 쌓여있어 겨울의 정취가 느껴진다. 처음부터 산행 끝까지 땅 한번 밟지 않고 눈길만 걸어 눈꽃 산행 제대로 한 고루포기산 눈산행이었다. 겨울산은 역시 눈이 있어야 겨울산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