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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봄 산행에도 좋은 정선 민둥산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봄 산행에도 좋은 정선 민둥산

산달림 2024. 4. 29. 11:33

옛 직장 Old Boy들과 함께하는 산행으로 이번 달 산행지는 정선 민둥산이다. 시청 앞에서 7시 출발해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도착해도 3시간만에 산행 들머리에 증산초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초록초록 물들어 가는 녹색 향연으로 채색되어 가는 가는 민둥산이다.

민둥산 억새마을 등산로 초입

 

초록의 신록으로 물든 민둥산 길
민둥산 능선길


증산초등학교 앞이 들머리인 정상가는 길은 급경사 길과 완경사길로 나뉜다. 거리상으로는 300m 차이가 나는 가파른 길과 돌아가는 길은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선택해 올라 가는 길이다. 바로 올라가는 짧은 길인 된비알 길을 선택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땀을 좀 흘리고 싶어서다. 소나무 숲을 지날 때는 진한 솔향과 함께 치토피드로 상쾌함이 느껴진다.

산벚꽃은 활짝 피고 이젠 꽃비를 내리며 가지에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 난다. 낙우송 숲을 지날 때는 녹색의 새싹이 연초록으로 칠해져 있다. 낙우송 특유의 연녹색으로 햇순의 색을 좋아한다. 새싹의 순들이 더해져 녹색을 진하게 옅게 칠하가니 봄산은 파스텔 톤으로 묽게 진하게 입체감을 준다.

봄철 민둥산 능선길


한바탕 가뿐 숨을 몰아 쉬고 2km 지점인 전망대에 오르니 56분이 걸렸다. 경사가 급하긴 했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민둥산역과 무릉리 산속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산 높이에 따라 초록의 색이 진하게 칠해 오다가 산정으로 가면서 점점 그 색이 옅어진다. 초록의 색으로도 산 높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600m만 오르면 민둥산 정상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억새를 베어 내고 넓은 들판 같다. 민둥의 의미는 나무가 없어 헐벗은 산이다. 민둥산은 예로부터 나무가 없었던 산이었다. 산 정상부는 온통 억새밭으로 다른 산보다 특별해 가을이면 억새를 만나기 위해 민둥산을 특별히 찾는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억새
산정상에서 먹는 도시락 맛은 꿀맛!


그늘이 없는 능선길이지만 봄산의 일광욕을 즐기며 걷다 보면 산들바람이 불어 시원함이 느껴지니 콧노래가 나와 절로 흘얼거리게 된다. 아직은 덥지 않아 봄산행으로도 좋은 산이다. 1119m의 민둥산은 나무가 없어 조망이 좋아 멀리 태백산, 소백산, 두타산까지 조망이 된다. 강원도 사투리로 "여가 민둥산 정상" 글귀가 있다. '여가'는 '여기가'의 강원도 사투리다.

정상 옆 데크에서 봄볕을 맞으며 둘러앉아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힘들게 걷고 먹는 밥맛은 뭘 먹어도 맛이다. 수분 보충 겸 마시는 산정의 막걸리 맛은 달다는 느낌이다. 음식은 배가 고플 때 먹으면 뭐든 맛이 있다.

뒤 돌아 본 민둥산


화암약수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억새 밭이 끝나고 소나무 숲이 시작된다. 가끔은 잣나무 숲도 지난다. 침여수림을 지날 때는 시원함이 있어 좋다. 삼내약수와 갈림길이다. 북으로 진행하면 산길이 흐릿하다. 이 길은 산객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지난 겨울엔 강원도지방에 유난히 폭설이 많이 내리더니 소나무, 잣나무 가지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길을 막는다. 있던 길도 사라져 버린 길을 자주 만났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야한다. 그리고 만난 임도길을 따라 걸었다.

 

폭설로 휘어진 나무들


우연히 만난 곰취. 곰발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곰취라 하는데 해발 1000m 정도 되는 높은 산에 많이 자란다. 그 귀한 곰취를 만나 한 움큼 뜯었다. 봄산을 산나물이 많은 계절이다. 임도 길에는 다래순과 참취도 자주 눈에 뜨인다. 산길 옆에서 우연히 더덕 순을 발견! 꼬챙이로 캐니 엄지손가락 만하다. '심 봤다!!!' 우연한 횡재다. 심심찮게 두릅도 꺾고 가끔 엄나무 순도 꺾을 수 있었다. 봄산은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산나물이 지천이다.

 

춘양목 그 나무 한번 잘 생겼다.


분홍색 산복숭아꽃이 곱게 피어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생각하게 했다. 도화꽃 위로 파란 하늘과 대조롭게 어울린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윗제동마을로 나오니 수덕사의 연등이 길게 내 걸린걸 보니 사월초파일이 가깝다. 내친김에 몰운대까지 2.5km를 더 걸어 몰운대에 도착했다. 시골가게에 들렀더니 문이 잠겼다. 두들겨서 문을 열어 콜라를 사는데 아직 냉장고를 가동하지 않는단다. 그만큼 여긴 아직 밤에는 추워서 냉장고를 끄고 산단다. 산골의 겨울은 길고도 길다.

일행 중 한 분이 골든벨을 울려서 늦은 산행 후 식사비를 부담했다. 누구나 살 수는 있지만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또한 돈이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 들면 '말은 적게 주머니는 풀어라.'를 실천하는 분이다. 참 곱게 잘 늙어 가는 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dyUCadUkoI&t=4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