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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를 들고 달린 2024 시즌 오픈 챌린저 마라톤 본문

국내 마라톤/풀코스

고프로를 들고 달린 2024 시즌 오픈 챌린저 마라톤

산달림 2024. 3. 6. 11:15

2024 시즌 오픈 챌린저 레이스 풀코스 완주 메달

 

1월 초 여수해양마라톤을 달리고 올해 들어 두 번째 대회지만, 2월 3일 하프 훈련주 이후 '봉와직염'에 걸려 근 2주를 달리지 못했다. 한주를 남겨두고 한강에 나가서 달려보니 몸이 총체적 부실이다. 훈련주 한다는 생각으로 고프로 카메라를 챙겨 런너들의 달리는 모습을 담으며 달리기로 했다.

챌린저 레이스 마라톤 대회는 첫 번째 반환점으로 마곡철교 앞과 두 번째 반한점으로 철산대교 앞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라 한 방향만으로 달리면 뒷모습만 담게 되는데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니 앞모습도 담을 수 있겠다. 달리면서  고프로카메라 고정이 중요한데 춘천마라톤에서 기념품으로 준 조끼에 클립으로 고정하니 두 손이 자유로워 그런대로 괜찮다.

대회장이 가깝고 출발시간이 9시 30분이라 준비가 여유롭다. 1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해 대회장을 스케치하고 롱타이즈에 얇은 긴팔에 러닝셔츠로 대회 복장을 챙겼다. 다행히 한강의 바람이 잠잠해 달리기 좋은 날이다. 풀코스 주자는 그리 많지 않아 출발선이 여유롭다. 부족한 훈련량과 고프로를 핑계로 내심 서브 3.5(3시간 30)를 목표로 정했다. 1km당 5 분주면 가능한 기록이다. 촬영지점은 전구간은 베터리 문제로 모두 담을 수 없고 출발과 1차 반환점인 마곡철교 왕복길과 2차 반환점인 철산대교 왕복길 그리고 골인지점 1km를 선정했다.

출발 때 잠시 뿌리던 가랑비는 그치고 9시 30분 출발이다. 출발의 긴장감을 풀고 덤덤하게 가볍게 출발이다. 500m를 달리고 마포대교를 지나서 고프로를 끄고 달렸다. 기계를 작동하다 보니 레이스에 집중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카메라를 작동할 때마다 기록을 까먹는다.

1차 반환점인 마곡철교 가는 길은 매일 아침마다 달리는 길이라 눈에 훤하다. 그만큼 페이스 조절이 쉬운 구간이다. 9km를 향해 가는 길에 선두가 반환점을 돌아온다. 1, 2, 3 등의 거리가 상당하다. 그룹을 지워 달리는 게  아니라 각기 달린다. 섭 3 그룹도 15명 정도 무리를 지어 달린다. 고구려 마라톤과 같은 날 열려서 인원이 분산된 탓이다.

선두부터 촬영하여 반환점을 찍고 하프주자 후미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안양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초반부터 3명의 여성과 함께 했다. 목동마라톤의 송*애, 목동성당의 여성분, 그리고 부부가 함께 참가한 여성이다. 다들 대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서거니 앞서 달렸다. 동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분들이다. 신체 구조상  차량으로 말하면 남성이 2500cc급이면 여성은 2000cc급으로 심폐기능이 작아 신체적으로 불리 하지만 훈련으로 잘 극복하고 있는 분들이다.

 

안양천 28km 통과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최고기량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니 달리기가 여유롭다. 고정을 한다고 해도 덜렁거리는 고프로 카메라 탓에 달리기도 좀 불편하다. 철산대교 전에 25km를 지나고 2차 반환을 했다. 하프를 지나면서 후반에 페이스를 높이면 319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부족한 훈련량에 마라톤의 마의 구간인 30km를 지나면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체력은 바닥이 나고 정신력으로 달리는 구간이다. 고프로 전원도 끄고 목마의 여성 런너와 함께 그룹으로 달리니 떨어지는 페이스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달렸다.

함께 달리던 강서 철인클럽의 50대 후반의 런너도 계셨는데 "젊음이 부럽다!" 하신다. 공감! 공감! 그분도 결국 38km 지점에서 뒤로 밀려나고 뒤로는 부부팀의 여성이 쳐지고 목동 성당여성분과 4명이 함께 했다. 몸은 따라오지 않고 마음만 달려가려 애를 쓰니 착지자세가 달라져 급기야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신발 앞부분에 닿아 통증이 전해 온다. 이건 십중팔구는 엄지발톱이 빠지는 경험이 있다. 매 걸음걸음에 진하게 전해 오는 통증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다. 어쨌든 완주는 해야 한다.

 

마라토너는 반환점까지는 달린 거리를  생각하고  이후는 남은 거리를 생각하며 달린다.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으로 향해 달리면 남은 거리는 줄어든다.  이제 여의도로 접어든다.  남은 거리는 불과 2km 남짓하다. 40km를 지나면서 승부 근성이 발동되는데 오늘은 그냥 달리고 싶다. 체력도 고프로도 핑곗거리가 되고 5일 후면 3.1절 기념 풀코스 마라톤도 있다. 오늘은 훈련으로 장거리를  달리고 5일 후를 기약해야겠다.

마지막 500m는 다시 고프로를 켜고 골인하니 3:23:58로 189번째 풀코스 완주를 했다. 처음 목표한 기록은 달성을 했지만 뭔가 찜찜한 뒷맛은 남는다. 역시나 2개를 동시에 하는 도랑치고 가제를 잡는 건 쉽지 않다. 4시간 목표로 촬영에 집중하던지 해야지 레이스와 촬영의 두 마리 토끼는 힘든다.

 

2024 시즌 오픈 챌린저 레이스 풀코스 마라톤  완주
완주 성적표


마라톤이 정직한 게 잠시만 쉬어도 달려보면 금방 표시가 난다. 쌓아 올리기는 어려워도 허물어지는 건 순간이다. 잠시만 방심을 해도 무너지는 게 마라톤이다. 대회장 탈의실을 나오면서 김*모 님을 만났다. 245 주자로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아직도 50대인데 319를 했단다. 철인 한다고 달리기를 소홀히 했더니 그렇단다. 훈련을 않으면 꽝! 인 게 마라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