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2024년 서울마라톤 21번째 연속 마라톤 여행 본문
해마다 3월 셋째 주 일요일엔 광화문으로 가는 새벽 전철을 탄지가 햇수로 24년째고 21번째다. 3번은 코로나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광화문 지하철 출구는 런너들로 가득하고 국제대회답게 외국인 참가자가 여럿 눈에 뜨인다. 서양인들,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지아 등 달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방금까지 내린 비로 세종대왕 동상 앞 바닥이 촉촉이 젖었다.
여명이 채 걷히기 전인 이른 시간 105리 길을 달리기 위해 새벽밥을 먹고 나왔다. 7도 정도의 기온에 흐린 날씨로 달리기에는 적당한 날로 봄바람만 없다면 최적의 날이다. 오늘 복장은 러닝팬츠에 러닝 싱글렛이다. 7시 30분까지 물품보관을 끝내라는 방송이 연신 울린다. 명예의 전당 배번호라 1호 차량이라 찾기가 쉽다.
출발 전까지 체온유지를 위하여 비닐봉투를 입고 세종문화회관 뒤편길에서 워밍업주를 하였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낯익은 얼굴이 많았지만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안면 있는 분이 그리 없다. 70을 바라보는 나이는 마라톤을 달리기에는 너무 많은 나인가 싶다.
한번 명예의 전당에 입성을 하면 평생 인정하여 출발 시 가장 앞자리에 출발을 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지만, 출발 10분 전에 명예의 전당 다음그룹인 3시간 20분 런너가 달리는 A그룹에 자리를 잡았다. 3시간 이내 그룹인 명예의 전당 그룹에서 출발을 하면 초반 분위기에 휩쓸려 오버 페이스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주변에는 젊음으로 가득하고 다들 하나 같이 비만은 남의 이야기로 몸에 군살이 없다. 기록을 목표로 달릴 때는 긴장감을 느꼈지만 그간 숫한 경험인지 덤덤하게 출발을 기다렸다. 엘리트 선수와 명예의 전당 그룹이 출발하고 A그룹 출발이다.
숭례문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 길이라 다들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그 넓은 길도 런너들로 가득 찬다. 1년에 딱 한번 있는 기회다. 을지로로 접어들고 얼마 달리지 않아 반대편에는 엘리트 선수들의 선두 주자들이 달려 나온다. 달리는 게 로봇 같이 빠르게 달려 나간다. 동대문디자인 파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5km를 지나면서 22분 17초가 찍힌다. 나쁘지 않고 지금 몸상태로는 적당한 속도다.
다음은 청계로로 접어든다. 많은 주자에 비해 길이 좁게 느껴진다. 추월하는 주자보다 추월해 가는 주자가 많다. 다들 속도를 높여 가는 구간이다. 이제 호흡도 안정화되고 걸음만 더해 본다. 젊은 여성주자들의 당찬 걸음걸이가 힘차 보인다. 10km를 지나면서 힘이 떨어지기 전에 파워겔을 열었다. 몸이 데워지니 등에는 땀이 촉촉이 젖는다. 응원 나온 분들의 복장은 겨울용 파커를 입고 있지만 러닝셔츠 한 장만 입었을 뿐인데 덥다. 그만큼 혈액 순환이 빠르다.
달리는 길 양 옆으로는 가족들의 응원문구와 달리기 클럽의 현수막과 그리고 시민들의 응원이 있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고산자교에서 반환하니 13km를 지난다. 이젠 몸이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되었지만 몸이 가볍진 않고 현상유지만 된다.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며 몸이 허락하는 만큼 달린다.
종로거리로 나오니 주로가 탁 트이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간 데워진 몸으로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19km를 지났으니 20km 지점에서 주는 파워겔을 생각하며 급수대에서 물을 마셔 주고 파월겔을 받았다. 예전보다 하프지점이 많이 당겨졌다.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으로 접어든다. 한낮으로 가면서 날이 맑아지고 바람이 분다.
신답지하차도를 지날 때는 힘듦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 큰소리를 지르며 지난다. 소리의 공명 현상으로 더 크게 울려온다. 지하 차도의 작은 오르막을 오르면 27km를 지나고 조금씩 지쳐가는 런너들이 보인다. 군자교 작은 오르막은 보폭을 좁혀 빠르게 올랐다. 군자역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여 어린이대공원을 향해 달리는 길에 다시 작은 오르막을 만난다. 작년엔 이 길을 힘차게 올랐지만 그런 힘이 나지 않는다.
어린이 대공원역을 지나 30km를 지날 때는 여러 마라톤 클럽에서 중간급수와 간식을 준비하고 큰 응원이 있다. 30km는 이제 체력이 서서히 고갈이 되어 가는 거리다. 점점 무거워져 가는 몸을 다독여 성동교 앞 사거리를 지나 서울숲으로 향하는 길에서 왕년의 런다 우승왕인 김*욱 님을 만났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새삼 느껴본다.
이제 32km를 지났으니 남은 거리는 10여 km다. 런너는 달려온 거리는 잊고 남은 거리만 집중을 해 본다.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길인 잠실대교 오르기 전인 자양동길이다. 4km 정도 길이지만 33km 이후 만나는 길이라 더욱 멀게 느껴지는 길이다. 힘든 만큼 거리응원도 있어 최선을 다하는 구간이다. 35km를 지날 때 한창때 함께 섭 3을 하던 윤*원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윤형! 방가방가 ~ "
"진형, 많이 늙었네."
"세월 앞에 장사 있나."
"파이팅! 하자꾸" 그렇게 잠실대교로 향했다.
늘 힘차게 달렸던 잠실대교에는 강한 봄바람이 뒤에서 강하게 불어준다. 땡큐! 땡큐다. 지쳐가는 런너들이 힘겹게 달린다. 이런 힘듦이 없다면 마라톤이 힘들다 할 수 있을까? 힘듦이 있고 고통을 겪고 참고 견뎌야 완주의 성취감도 더하는 것이다.
잠실대교 중간쯤인 38km 지나면 남은 거리는 4km로 줄어든다. 시계를 보니 이런 페이스라면 3시간 13 ~ 14분에는 결승선에 도착할 것 같다. 마라톤에는 이변이 없다. 15분 내외로 생각했는데 혹시 나는 역시나다.
물 흐르듯 달려온 지금의 페이스는 나의 지금 삶과도 많이 닮았다. 지금의 페이스로 거리를 줄어 나갔다. 잠실운동장 안에서 골인하던 결승선이 올해부터 잠실역 앞 도로로 변경되었다. 근 1km 이상 당겨진 골인지점이다. 골인지점이 가까울수록 응원의 열기가 더해진다. 이름을 부르고 달리기 클럽의 이름을 부르며 연신 큰 소리로 외쳐준다. "다 왔어!!!"그 속에 나를 묻어 본다. 2024년 서울마라톤의 성적표는 3:13:15 "잘 달렸어."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그렇게 서울마라톤 211번째 여행이자 풀코스 191번째 여행이 끝났다.
대회 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MZ세대들이 기록판 앞에서 점프하면서 점프 사진을 찍길레 따라하기를 했다. 풀마 후 점프가 되네. 너무 편히 달린게 아냐? 그래서 점프샷 하나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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