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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가을대회를 위한 백신 철원DMZ 국제평화마라톤 본문

국내 마라톤/풀코스

가을대회를 위한 백신 철원DMZ 국제평화마라톤

산달림 2024. 9. 9. 21:27

2024 철원국제평화마라톤 대회 풀코스 출발!

 

목동역 6번 출구 앞 새벽 5시 50분은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작년에 비해 1대 늘어난 철원 Dmz마라톤 대회장으로 가는 버스로 달림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이 하나 같은 공통점은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이 시간에 여기 오려면 4세에는 일어났을 거다. 6시 5분 출발한 버스에 잠시 부족한 잠은 보충하고 7시가 넘어서 준비해 온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8시에 대회장에 도착하니 수도권 각지에서 출발한 버스와 자차로 오신 달림이 들로 고석정 광장은 인파로 빽빽하다. 오늘 출발 때 23도의 기온은 정오 무렵이면 30도로 올라간다는 예보를 확인했다. 더위에는 싱글렛보다는 쿨 반팔을 입고 팔토시를 준비했고 쇼트팬츠와 목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꺼냈다. 햇살이 강할 때는 살갗을 최대한 가리는 게 덜 덥게 달리는 방법이다. 이런 날 멋진 폼을 잡으려고 싱글렛을 입었다간 작은 확상을 각오해야 한다.

철원 DMZ마라톤코스는 철원평야를 달리는 길로 그늘이라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작년에도 폭염으로 3시간 50분 53초로 완주하였으니 마음은 서브 4지만 더위에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한때는 3시간 1분 31로 완주도 했지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옛이야기다. 마라톤은 지금이 중요하고 추억은 의미 없는 이야기다.

빨리 달리지도 못할 거면 여유 있게 고프로를 가지고 추억을 영상에 담아 보기로 했다. 보조 베터리가 4개에 파워겔이 4개를 넣고 허리에 들렀더니 몸이 묵직하다. 출발선에는 한창때 함께 했던 분들이 가뭄에 콩 나듯 몇 분이 보인다. 60대 동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심*성님, 늘 서브 3을 놓치지 않았고 입상 단골이었던 김*중님, 노원의 풀코스 500회를 넘긴 안*규님이 아직도 같이 주로에서 만나는 분들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도 건재하다고. 그때 그 시절 함께 했던 달리기 지인들은 은퇴 아닌 은퇴를 했다.

9시 5분 풀코스 주자부터 출발이다. 폭염의 더위 속에도 풀코스 주자만 해도 1천 명이 넘는 참가자가 출전했으니 요즘 줄어든 대회에 반비례하여 달리기의 열정은 더 커졌다. 웬만한 수도권 대회는 풀코스 대회 신청이 완주만큼 힘들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참가자 연령도 많이 젊어졌고 4~50대 실력자들이 많다. 이젠 여유 있게 뒤쪽에서 천천히 출발했다.

고석정 꽃밭을 지날 때는 가을꽃밭을 잘 조성해 놓았다. 9시가 넘으니 금방 기온이 올라 머리에서 흐른 땀이 등을 타고 다리까지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도 더위와의 일전이 예상된다. 4시간 페메를 따르는 무리가 많아 살짝 앞에서 달렸다. 530을 전후로 달리면서 전반전 체력을 아끼면서 달려 보기로 했다. 이런 날 욕심을 부렸다간 DNF 당하기 딱 좋은 날이다.

매 5km마다 고프로를 촬영하며 통과시간을 정리했다. 5km를 지나기도 전에 10여분 뒤늦게 출발한 10km 선두주자가 앞서 5km를 반환한다. 아직 여름의 열기는 그대로지만 들녘은 벼를 베고 햅쌀을 찧는 정미소가 열일을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햅쌀 출하에 바쁜 시기다. 그때를 맞추어 대회가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단의 상징인 DMZ(미무장 지대)를 통과하는 주자들



이제 주로가 정리되니 무리 지어 달린다. 가끔 여성 주자도 보이는데 이 더위에 풀을 뛰는 열정이면 달리기 경력이 몇 년은 되는 것 같다. 오덕사거리를 지날 때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처럼 사람 구경에 모여서 응원도 해 주신다. 하시계교삼거리를 지나면 10km를 지난다. 런너들의 팬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햇살에 빛이 난다. 57분대로 계획대로 잘 달리고 있다. 이대로만 버텨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망해 본다.

월하삼거리를 지나면 만나는 작은 오르막을 그간 힘써 올랐지만 이번에는 한 템포 늦추어 편히 올랐다. 오른쪽으로 노동당 사가 있는 곳이다. 아직도 복원공사 중이고 이곳을 지나면 군 검문소를 지나 DMZ으로 들어간다. 이곳을 지나면서 느끼는 마음은 아직도 우리나라는 분단국으로 휴전상태다.  앞으로 곧게 뻗은 내리막 길을 달리면 15km 지점이다. 한결 더워진 기온에 걷는 런너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을 지나면 못 먹어도 고를 해야 한다. 포기한 주자는 되돌아 나오는 모습도 보인다.

 

그늘도 없는 땡볕을 달리는 철원마라톤 코스


20km로 가는 길은 은근한 오르막길이다. 철원코스는 하프까지는 오르막이 많고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 길이 많은 게 특징이다. 고맙게도 더운 날을 감안해 급수통에 얼음을 채우고 통에 물통을 담가 놓아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대회 운영자의 배려가 돋보였다. 타는 속을 시원한 생수를 들이키며 갈증을 덜어 냈다. 정오를 향해 가는 시간이라 햇살이 점점 뜨거워진다.

21km 지점은 옛 월정리역으로 하프주자들이 이곳에서 아침에 출발한 곳으로 동숭저수지가 있다. 이곳 통과시간이 2시간에는 3분의 여유가가 있지만 오늘 날씨를 감안하면 서브 4도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든다. 갈림길에는 경찰들이 DMZ에서 길을 잃지 않게 길목을 지키고 있다. DMZ안에서 길을 잃으면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풀코스 거리를 맞추기 위해 돌아 나오는 길에서 23km를 지났다. 내리막길을 달려가는데 5km 지점에서 부지런히 앞서 가던 외국인이 여기서 걷고 있다. 남은 길이 먼데 남의 일 같지 않다.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여기부터 속도를 내기 좋은 구간이다.

 

철원의 가을들판을 달리는 달림이들


초반에 만난 4시간 페메는 여기서 다시 만났지만 두 분이 한분으로 줄어들고 풍선도 날려 보내고 들쑥날쑥한 속도로 홀로 달린다. 4시간 전후로 달리는 분들은 모두 힘겨운 사투가 시작이 되었다. 25km 급수대에서 3컵의 이온음료를 마셔도 돌아 서면 물을 찾게 된다. 간간이 철원평야에는 콤바인이 잘 익은 벼를 베는 소리만 들릴뿐 폭염의 열기만 더한다.

양지리 검문소를 지나면 이제 DMZ를 빠져나오고 30km 급수대가 보인다. 더울 때는 찾는 게 어디에 급수대가 있는가 쳐다보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급수대 천막 안에는 더워를 피해 달리던 주자들이 몸을 식히고 있다. 이왕 달리기 시작한 건 쉰다고 길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두 발로 달려야 거리가 줄어 드니 한 발 한 발 더해서 결승선으로 향한다.

이제 걷뛰 하는 분들이 많아 늘었고 다리에 쥐가 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분도 간간이 만난다. 모두가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업보인지도 모른다. 이번 코스에는 대위리부터 쿨링존이 설치되어 있다. 대회본부에서 주로에 살수존과  아이스크림을 준다. 위에서 뿌려주는 살수존은 신발이 젖을까 봐 옆으로 달렸고 싱싱 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달렸다. 원래 아이스크림을 잘 먹지 않지만 워낙 더워 올 들어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어 봤다. 잠시나마 체온을 식히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마음의 위안은 컸다.

풀코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35km 지점


고프로 카메라는 1시간 정도면 베터리가 닳아 교체하려면 걷다시피 하며 교체를 해야 하니 달리기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힘드니 발음도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었다. 풀코스에서 달리면서 촬영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아직은 걷지 않고 꾸준히는 달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고석정 결승선에 간다는 희망으로 달렸다.

달리다 보면 늘 마주치는 분은 자주 만난다. 걷뛰 하는 분들을 걷는 시간에는 앞서고 빨리 달리는 시간에는 뒤로 처지니 자주 만나는 젊은 친구는 달리기 이력은 짧은데 풀코스를 많이 달려보지 못해 페이스 조절에 실패를 하여 힘든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오늘 쓴 경험을 몸으로 배웠으니 다음에는 더 잘 달릴 수 있을 게다. 실패는 실패로 끝난 게 아니고 성공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거다.

40km까지는 가끔 불쑥불쑥 다리게 쥐가 오려고 꿈틀거렸지만 달래고 왔지만 이제 한계점에 온 것 같다. 걷지만 말고 완주하자 다짐했지만 몸이 더 이상 허락을 하지 않는다. 다리에 오는 쥐를 달래려고 걸으면 달릴 때 사용하던 근육이 쉬면서 회복이 되니 걷기로 다리를 풀었다. 몸은 열기로 잔뜩 달구어져 있고 옷을 땀으로 푹 젖어있다. 다행이라면 아직 신발은 젖지 않은 거다.

남은거리는 2km라 생각하니 다시 힘이 난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잊고 남은 거리만 생각하며 아스팔트 지열이 후끈 달아 오른 길을 재촉하지 않고 다리가 가자는 대로 달렸다. 결승선이 가까워지자 동료들이 마중을 나와 함께 달리며 힘을 전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라톤은 온전히 두 발로 105리 길을 달려야 하는 건 주자의 몫이다.

 

 

2024 철원 DMZ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 기록증



시작이 있으면 도중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빠르고 늦음의 차이는 있지만 결승선에 도착한다. 힘듦이 있었기에 성취감도 있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더 행복하지 않듯 행복은 결승선에 빨리 도착한다고 더 행복한 건 아니다. 찜통 같은 이 더위에 달려 완주한 것만 해도 충분히 큰 선물을 받았다. 좀 더 시원해진 가을대회를 가기 위한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의 경험으로 본게임이 열리는 10월 하순 대회는 좀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