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백두대간 별이 솟아지는 진고개에서 대관령 26km 본문
옛 직장 후배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가는 대간 산행길에 함께 했다. 이번 산행은 진고개를 출발하여 남으로 진행하는 길로 매봉과 삼양목장 동해전망대를 지나 곤신봉을 지나고 선자령을 올라 국사당을 지나 대관령에 이르는 26km 길이다.
전날 밤 11시에 시청을 출발하여 진부령에 도착하니 새벽 1시 50분으로 바로 산행에 나선다. 진고개는 진고개 차량통행 길이 뚫리기 전에는 오지중의 오지로 산장이 있었지만 진고개 길이 뚫리면서 쌍전벽해한 곳이다. 전날에는 강남국제평화마라톤대회를 참가해서 피로도 남았고 이동 버스에서 잠도 2시간 밖에 자지 못해 컨디션이 꽝이다. 걷기는 달리기 근육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니 걷기는 될 거라는 기대로 참가한 산행이다.
노인봉으로 가는 5km의 길은 예전에 백두대간 단독 산행을 했을 때만해도 계단이 없는 산길이었지만 국공에서 계단을 많이 설치해 힘이 든다. 싸늘한 밤공기에 맑은 밤하늘엔 별들의 축제가 있는지 오랜만에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은 셀 수 없는 별들이 있어 어둠 속을 걸어도 눈이 즐겁다.
노인봉의 유래는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아랫마을에 사는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 노인봉에 올랐다가 어두워 잠을 자는데 꿈에 머리가 흰 노인이 나타나서 "무 밭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무를 캐라."하고 일러 주고 사라졌는데 꿈에서 깨어 노인이 알려 준 곳에 갔더니 오래된 산삼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그 산을 노인봉으로 불렀다고 한다.
1,338.8m의 노인봉은 대간길에서 200m 정도 벗어나 있고 소금강으로 내려 가는 길과 연결이 된다. 소황병산으로 가는 길에는 옛 노인봉대피소 자리에 무인대피소가 자리하고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이곳에 예전에 노인봉 대피소가 있던 자리다. 당시 성*수란 분이 이곳 산장지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과 결혼한 부인을 만난 사연은 소금강으로 등산을 온 미대생이 강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소금강으로 들어섰는데 강은 나타나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조난을 당해 노인봉 산장을 관리하던 그분이 그녀를 구해준 게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했단다.
소황병산 가는 길은 숲 속길로 밤하늘의 별만 보고 걸었다. 요즘 해 뜨는 시간이 늦어 6시가 넘어야 밝아지는데 헤드랜턴 불빛을 의지하여 걷고 걸었다. 앞으로 황병산 군부대 불빛만 보이는 암흑세계를 걸어 매봉을 오를 때 동해 바다 위로 붉게 물든다. 해돋이는 언제 봐도 생명의 탄생을 보는 듯 장관이다.
매봉까지 오르면 거의 절반을 걸은 것 같다. 이제 초원을 걷는 길이다. 이곳은 국유림으로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낙농산업 발전을 위하여 목장으로 개발하도록 허가해 주고 싼 가격으로 국유지를 임대해 주어 지금의 목장으로 조성된 곳이다. 한국의 알프스 같은 대관령 초원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드넓은 초원길을 걸을 때는 밤새 내린 이슬로 등산화와 바짓가랑이가 촉촉이 젖어 온다. 지금은 이슬의 계절이다. 삼양목장 동해전망대는 동해가 앞으로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파란 하늘에 녹색 초원 위로 하얀 글씨로 써진 "여기는 삼양목장" 표지글씨도 풍력발전기와 잘 어울린다.
목책으로 만든 울타리 따라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런 길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가을 햇살이 좋고 드넓은 초원의 목장길 따라 걷는 대간길은 모처럼 바람이 잠잠해 풍력발전기도 게으름을 피운다. 파란 하늘, 녹색초원 거기다 하얀 뭉게구름에 깨끗한 공기까지 자연이 주는 선물을 한 아름 받은 날이었다. 대관령의 가을 풍경은 엄지 척이다.
이제 목장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곤신봉의 표지석이 비스듬히 누웠다. 곤신봉은 매봉과 선자령 사이에 있는 봉으로 곤신이란 명칭은 강릉부사가 집무하는 동헌에서 바라 보아 서쪽인 곤신에 위치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곤신은 옛날 방위 용어로 서쪽을 의미한다. 그냥 서산이 그럴듯한 곤신봉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번 구간의 마지막 봉은 선자령이다. 령은 고개를 의미하는데 선자령만은 작은 봉 위에 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길 1,400km의 중간쯤에 있다는 선자령이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오늘은 천천히 돈다. 한 겨울에 올라오면 윙윙 거리는 소리가 무섭게 느껴진다.
선자령 아래는 캠퍼들의 성지로 오늘도 초원에 빨강, 파랑 탠트가 조화롭다. 겨울에는 설중산행으로 이곳에서 탠트를 치고 대관령 칼바람과 한판 씨름을 하는 곳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은 그게 낭만이 된다. 이제 5km만 더하면 대관령이다. 내리막길에는 억새와 가을의 꽃 구절초가 눈 인사릏 한다.
국사당은 범일국사를 모신 유서 깊은 사당으로 오늘도 굿판을 벌이고 있다. 작은 규모의 당집이지만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사당이다. 마지막 길은 시멘트길이라 피곤했다. 새벽같이 출발해 대관령에 도착하니 11시로 9시간이 걸린 긴 산행이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지지만 대관령의 파란 하늘과 녹색 초원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은 두고두고 기억될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행복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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