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겨울이 오는 백두대간 이화령에서 은티마을 본문

국내 산행/백두대간

겨울이 오는 백두대간 이화령에서 은티마을

산달림 2023. 12. 3. 21:08

빛내림이 있는 아침의 백두대간 산능선

 

이화령에 도착하니 새벽 2시 30분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30분을 더 눈을 감고 있다가 버스에 내렸다. 새벽 밤공기는 겨울바람으로 차갑고 매섭다. 단절된 동식물을 위해 설치한 생태통로를 지나 이화령의 철망문을 열고 산길로 들어섰다.

백두대간 길은 가을 마라톤 대회로 두 번을 참석하지 못했다. 그새 죽령에서 이화령까지 남진을 했다. 이제 절반을 지났으니 나머지 절반이 남았다. 마라톤 대회가 우선이니 얼마나 자주 참석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걷기와 달리기는 많아 닮았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등산에 빠져 있었다. 단독  백두대간은 물론 낙종정맥도 종주헸고 틈나면 바위와 씨름하며 암벽도 했고 잠시 빙벽의 맛도 봤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라톤에 눈을 뜨게 되었다.

마스터즈에게 출전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1996 ~ 7년경으로 기억된다. 그전에는 마라톤이란 실업이나 대학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국민소득 1만불 이상이 되면 마라톤을 할 여력이 된다. 그때부터 비만이 생기고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조깅으로 발전하고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다. 등산으로 다져진 다리 덕분에 많은 분들이 10km, 하프, 풀코스의 도전 과정을 가지지만 바로 1999년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 38분으로 첫 풀코스를 완주했었다. 그건 등산으로 단련된 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벽 3시 이화령 출발


그렇게 달리기와 등산은 늘 같이 하면서 살아 왔다. 대회가 끝나면 산행으로 피로해진 몸을 풀기도 했다. 가을이 가나 했너니 그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어 동계용 장비로 아이젠도 챙겨야 했다. 첫 번째 만나는 조봉으로 가는 길은 내린 눈과 낙엽으로 많이 미끄럽다.

겨울에는 해뜨는 시간이 늦어 7시 30분경에 일출을 만날 수 있으니 4시간 반은 어둠 속에 걸어야 한다. 야간 산행은 랜턴이 비추는 길만 볼 수 있다. 거친 숨소리와 겨울바람 소리뿐이다. 북쪽인 괴산 쪽에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오른쪽 빰이 얼얼하다. 황학산(915m)까지 고도를 높여 가는 오르막 길이다.

 

 

먼저 만나는 조봉

 

 

낙엽이 쌓이고 눈이 내린 미끄러운 길을 걷는 겨울 백두대간 길

 

 

다음번 만나는 황학산 915m



문경 쪽 도시 불빛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번 길은 괴산 쪽 분지리 마을을 한 바퀴 휘감아 도는 그런 길이다. 그 길의 꺾이는 곳이 백화산(1,063m)으로 이번 산행에 가장 높은 산이다.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꺾어서 평전지를 지나 곰틀봉으로 향한다. 동쪽 하늘에 붉은빛이 긴 수평선을 이루고 조금씩 밝아진다.

 

야간 산행은 랜턴이 비추는 길만 보인다.

 

이번 대간길에서 가장 높은 백화산(1,063m)


이만봉을 앞두고 바람이 덜 부는 남쪽 산능선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이화령을 출발한 지 4시간 40분이 지나 서다. 겨울산은 특히 체력소모가 커서 배고프기 전에 미리 먹어 둬야 한다. 잘 먹어야 잘 걷는다. 육산이 바위산으로 변해 군데군데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는 곳이 많다.

 

밧줄을 잡고 건너야 하는 바위구간

 

예전에 없던 계단이 설치되어 바위를 잡고 오르지 않아도 되었다.


이만봉(990m)을 지나면 시루봉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시루봉은 대간의 능선에 조금 벗어나 있다. 여기서 크게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서 희양산으로 향한다. 산은 늘 그렇지만 오르면 내려가는 오름내림을 반복한다. 우리네 삶도 그와 많이 닮았다. 맑은 날도 있지만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있듯 좋은 날고 있고 힘든 날도 있기 마련이다. 이 또한 겪어야 하는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겨울백두대간 능선

 

 

 

어둠을 뚫고 하루를 시작하는 먼동이 트는 백두대간

 

이만봉에서 흔적을 남기고

 

이번 구간은 로프를 잡는 구간이 많다.


희양산은 멀리서 보면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 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곳의 천년고찰 봉암사는 조계종 스님들의 선수련장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고 있으며 1년에 딱 하루 사월초파일에만 개방을 하는 곳이다. 대간길에서 봉암사 쪽은 나무목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한다. 혹시나 스님들의 수련에 방해가 될까  해서다.

 

1,000m에서 1m가  부족한 희양산


희양산 바위에 올라 서면 앞이 탁 트려 전망이 최고다. 여기서 대간길의 지름티재까지는 난코스로 압권이다. 바위 낭떠러지를 굵직한 밧줄을 잡고 4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곳이다. 군대시절 유격장을 방불게 한다.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밧줄 하강은 가슴을 쫄깃하게 한다. 많은 산객들은 그 맛에 이 길을 걷기도 한다.

 

눈긴, 낙엽길 그래서 미끄러운 대간길

 

봉암사로 통하는 지릅티재

 

여기서 은티마을은 2.4km


지름티재에 무사히 도착해 숨을 돌리며 마지막 간식을 먹고 은티마을로 향했다. 여기서 남진을 하면 첫 번째 만나는 산이 구왕봉이다. 내리막길이 순해 편히 걷는 길이다. 이곳 산골마을에도 사과 과수원이 여럿 보인다. 산골에서 고소득 작물로 사과가 그래도 쌀농사보다 고수익을 보장한다.

은티마을 주차장에 새벽에 보았던 빨간 버스가 보인다. 12시 23분에 산행을 끝냈지만 후미는 언제 오려나. 오늘 일찍 산행을 끝내고 1시에 출발해 양재에서 송년회 하기로 했는데 늦을 것 같다. 결국 후미는 2시 40분에 도착해 컵라면으로 허기만 면하고 상경하여 예정보다 2시간 늦은 백두대간 송년회가 되었다. 올 한 해도 사고 없이 잘 걸었고 내년에도 즐산, 안산이 되길 소망해 본다. 함께 해서 한 해 동안 좋은 산행이었다.

걸은 궤적 이화령에서 은티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