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꼴찌에게 박수를 본문
아침기온 8도로 달리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출발 때는 쌀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달리면 더울걸 예상해 싱글렛을 입었다.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오리털 점퍼를 입은 이들도 보인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 아침 풍경이다.
어제보다 한결 몸이 가볍지만 많아 좋아진 건 아니다. 이젠 몸뚱이가 회복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느지막이 나와도 아직 해가 돋기 전이다. 동지로 가는 해는 매일매일 조금씩 늦장을 부린다. 시동을 거는 시간이 길어 속도는 점증적으로 올라간다. 무리해서 속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그건 부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몸은 대사기능이 월활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날 달리는 런너를 만나면 동지 같이 반갑다. 한마디 "파이팅!" 인사가 위안이 된다. 매일 같이 달리다 보니 낯익은 이들이 많아졌다. 만나지 못하면 기다려지기도 한다. 늘 한강길에서 12km를 걷는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다. 왤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분은 내가 달리는 거리를 매일 걷는분이다. 나는 12km를 뛰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분은 나와 생각이 반대다. 12km 걷기가 쉽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각기 생각이 다르지 틀린 건 아니다.
5km를 지나니 속도가 조금씩 올라 간다. 마음은 빨리 달리고 싶지만 몸이 천천히 가자 한다. 회복이 덜 된 게다. 오늘은 몸의 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몸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부상으로 간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면 구암나들목으로 가야 하는데 편한 달리기를 생각하고 염강나들목으로 들어왔다. 황금내 공원 길은 편히 달릴 수 있는 낙엽을 밟으며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어제는 마트에 가는 길에 가양사거리 앞에는 가을을 맞이하여 직장인이 퇴근하는 시간대에 거리공연을 한다. 해만 떨어지면 썰렁한 거리에 관객 2 ~3명이 코트깃을 세우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는 폼이 여차하면 떠날 것 같다. 만약 이름이 알려진 유명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면 교통통제를 하고 난리가 났을 게다.
유명인과 무명인의 차이를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버스킹을 하는 그분도 가을 분위기에 맞는 곡을 선곡했고 손이 시려도 열정적으로 기타를 치며 흥을 돋우지만 관객은 냉담했다. 노래가 끝나면 기침도 했고 힘들어 보였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가수의 콘서트엔 5분만이 비싼 돈을 내고도 매진되는 반면 무명가수는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마라톤도 또한 같다. Jtbc서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옷을 갈아입고 후미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피니쉬라인 300m 전에 자리를 잡고 105리 길 마지막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뒤로 갈수록 달려오는 모습이 더 힘들어 보였다. 절뚝거리며 한 발로 달리듯 한 발을 제대로 디딛지 못하고 달리는 분도 있고 다리에 경련이 올라 와 절뚝거리며 달리는 분도 있고 걸어오는 분도 있었다.
"걸으면 오늘밤 후회합니다."라는 응원과 겹쳐 씁쓸했다. 그분도 뛰고 싶지 걷고 싶지는 않을 게다. 오죽하면 걸을까? 300m를 달릴 여력이 없어 걸을 수 밖에 없는 그분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선두권에 들어오는 런너에게는 큰 박수를 치며 응원하지만 5시간이 지나자 큰소리로 준비한 응원도구로 열열히 응원해 주던 피니쉬 라인 주변도 한산하다 못해 썰렁해졌다.
기다는 사람은 아직도 들어 오지 않은 가족들 뿐이다. 하나마 들어올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가족이었다. 지금도 달리고 있을 아빠를 딸아이는 목이 사슴처럼 길어진 것 같다. 뒤에 들어오는 오래 달리는 런너가 편하게 달려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빨리 먼저 들어온 런너보다 더 힘이 든다. 달리는 시간이 길기에 길바닥에 달리는 시간이 길기에 힘은 더 많이 든다.
영상을 찍어 올리니 중반대 런너 보다 오히려 후반대 러너들의 조회수가 더 높았다. 그리고 감사의 댓글도 더 많았다. 세상은 승자를 위한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더 힘들고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에게도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꼴찌에 가까운 후속 주자들의 얼굴을 보게 되어 잠깐 실망한다. 다른 사람들도 일등 주자의 기록에만 관심을 표한다. 하지만 나는 꼴찌의 얼굴 표정을 보고 감동한다. 꼴찌주자의 모습은 고통스럽고 고독하지만 위대해 보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기를 바라면서 그 선수에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박완서 작가님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수필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꼴찌에도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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