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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덕유산 동엽령에서 육십령 눈길 27km 본문

국내 산행/전라도

덕유산 동엽령에서 육십령 눈길 27km

산달림 2025. 1. 23. 17:58

무룡봉 오르기전에 만난 덕유산 해돋이

 

지난주부터 감기증상이 있어 타이레놀을 먹고 버티다가 차도가 있어 백두대간 덕유산구간 신년산행이 있어 참여했다. 전날 밤 11시에 시청 앞을 출발해서 무주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이따금 눈발이 날리는 새벽 2시 40분으로 스페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털모자와 방풍의로 꽁꽁 싸매고 길을 나설 때는 새벽 3시였다.

 

새벽 밤길 덕유능선 길



어두운 밤길에 눈발이 날리는 동엽령까지 오르는 구간은 높이를 더해 갈수록 쌓인 눈이 많아지고 겨울바람도 강해지더니 동엽령에 올라서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눈바람이 몰아 친다. 능선길에는 바람에 날려 온 눈이 무릎 높이로 눈이 푹푹 빠지니 힘은 힘데로 들고  걷는 속도가 늦어진다. 겨울산행은 잠시만 쉬어도 땀이 식으면 추워서 계속 걸어야 한다.

무룡산 올라 가는 길의 능선길은 상고대와 눈으로 겨울산행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지만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기온은 감내해야만 만날 수 있는 혹한의 풍경이다. 7시가 넘어야 먼동이 트니 4시간은 꼬박 걸어 바람이 적게 부는 길바닥에서 간식을 챙겨 먹고 무룡산을 올랐다.

 

무룡봉 오르긴 전에 만난 해돋이



눈길을 걷을 때는 체력 소모가 많아 잘 먹어야 걷지만 오늘 같이 추운날은 먹는 것도 고역이니 난감한 일이다. 사탕을 먹으면  시장기를 달래며 철쭉나무의 사슴뿔 같은 상고대에 마음을 빼앗긴다. 무룡산을 앞두고 여명이 밝아 오고 동녘하늘이 열린다. 하늘이 붉게 물드더니 상고대 나뭇가지 사이로 해돋이를 만났다. 랜턴을 정리하고 밝은 날에 보는 덕유능선은 하얀 설국으로 겨울왕국이다.

 

덕유능선 눈길
남덕유6.4km 향적봉 8.4km 중간에 자리한 무룡산 1492m


무룡산은 향적봉에서 남덕유 사이 중간쯤 되는 곳으로 가장 높은 산이다.  내려 서면 삿갓골재 대피소가 있다. 6시간을 걸어 늦은 아침을 챙겨 먹었다. 이곳에 대피소가 있어 잠시 몸을 녹일 수가 있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니 고프로가 작동을 않는다. 핫팩으로 보온을 해야 작동하는 게 많이 아쉽다. 휴대폰도 얼어 배터리 충전이 되지 않아 가슴에 품고 다녀야 한다. 혹한의 산행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곤 한다.

 

무룡산 내림 계단의 설국
겨울 상고대가 으뜸인 덕유능선



삿갓봉을 올라가는 길은 내려온 산객들이 히프 썰매를 타고 내려온 길이라 두 배나 힘들게 올랐다. 삿갓봉을 지나면 월성재 가는 길이다. 상고대는 높이에 따라 굵고 진하게 피었다가 내려서면 가늘어지곤 한다. 이것 보려고 오늘도 많은 산객들이 덕유산을 찾았다. 월성재에서 남덕유산은 더욱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한다.

겨울산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잘 만들어 놓았고 철쭉나무는 산호군락지로 변신을 했다. 정상 300m 전에 대간길을 벗어나 남덕유산을 다녀와야 한다. 그 300m가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최근 가정 먼 300m 길이었다.

 

남덕유산 오름 눈길

 

 

남덕유산 1507m
눈터널을 걷는 덕유능선길

 

서봉에서 바라 본 남덕유산



혹한에도 남덕유산 인증사진을 찍는 줄이 길다. 옆에서 셀카로 아쉬움을 달래고 서종으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지지만 벌써 8 시간째 눈길을 걷고 있으니 다리도 많이 무거워졌다. 서봉을 올라가는 로프구간을 지나면 마지막은 철계단이다. 하늘로 올라 가는듯한 계단은 오늘따라 유난히 멀게 느껴진다.

서봉에서 바라보는 남덕유산은 흰색으로 칠한 설산으로 얼굴을 달리 한다. 산은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이 각기 달라 그 산의 본모습을 보려면 계절별로 올라야 제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서봉에서 육십령까지는 7.3km지만 진을 빼고 올라온 길이라 남은 길은 갈수로 시간이 더 걸린다.

 

덕유산 서봉 1,492m



할미봉으로 가는 길은 덕유산 육구종주 코스로 꾼들이 체력을 시험하려 즐겨 찾는 길로 육십령에서 구천동까지 종주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길과 달리 산객들이 덜 찾는 곳이라 길이 한적하다. 할미봉은 바위산으로 오르고 내리는 로프구간과 마의 가파른 계단도 버거운 길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마라톤 같이 중간포기는 없는 게 산행이기도 하다.

할미봉에서 바라보는 서봉과 남덕유산이 멀리서 보인 때 할미봉에 올랐다. 다리가 천근만근이 되듯 무겁다. 아직도 3km는 족히 남은길이다. 긴 산행으로 무릎도 시큰거리는 느낌이고 몸도 이젠 예전 같지 않다. 마음은 그대로지만 몸은 세월을 거슬러 가지 못함을 느낀다.

 

육구중주길에 만나는 할미봉 바윗산으로 로프구간


멀리서 차소리가 반가운걸 보니 많이 힘들었나 보다. 육십령이라는 지명유래에 대해서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그 하나는 안의와 장수 읍치에서 고개까지 거리가 60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60개의 작은 구비를 넘어와야 육십령에 이른다는 설이다. 세 번째는 이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장정 60명이 함께 넘어가야 도적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육십령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예전에는 보지 못한 생태통로도 설치되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해가는 풍경에 어리둥절이다.  

새벽 3시에 무주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여 남덕유산을 찍고 도착하니 27km를 걸었고 14시간 30분이 걸려 16시 30분에 산행을 끝냈다. 눈길을 참 많이도 걸었고 힘들게도 걸었다. 무박산행이 점점 힘들어진다. 감기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신년산행을 너무 빡세게 한 것 같다. 이제 편한 산행으로 즐겨야겠다.

 

 

영남과 호남의 경계인 안의 60리, 장수60리 그래서 육십령이란 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