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조계산 선암사에서 송광사 봄산행 본문
남녘의 봄산이 떠 올라 순천 조계산을 찾았다.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는 봄소식을 전하는 홍매화 선암매가 유명해 상춘객이 많이 찾는다. 선암매가 지고 10 ~ 15일 지나면 왕벚꽃이 선암사를 곱게 장식한다. 왕벚꽃과 BAC 100 명산인 조계산 장군봉을 오르고 송광사 가는 길에 심신골짜기에 보리밥집에서 늦을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길을 떠났다.
안내 산악회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라 순천은 워낙 먼 거리라 아침 6시 40분에 사당역을 출발해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55분이다. 산행시간이 6시간이라 서둘러 길을 걸어야 한다. 선암사까지는 1.2km의 거리로 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들어 초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승선교를 만나면 다리 아래로 내려가 승선교 무지개다리 사이로 강선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달력에서 자주 보았던 그 풍경이 된다. 승선교는 보물 400호로 선암사의 대표적인 사진 맛집이다. 신선들이 머물다 간 곳이란 강선루 아래를 지나면 선암사로 이어진다.
이곳은 신선과 관련된 신선 仙으로 지어진 이름이 많다. 선암사, 승선교, 강선루 모두가 신선과 관련된 곳으로 그만큼 선경이란 의미다. 선암사는 대처승 종단인 태고종 본산으로 승병들의 집결지로 나라 사랑을 실천한 곳이며 태고종은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 태백산맥의 조정래작가도 아버님이 승려이자 시조시인으로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왕벚꽃의 몽실한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피었고 여인들은 꽃을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른다. 여인의 꽃과 자연의 꽃이 서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오래도록 왕벚꽃 아래에 초점을 맞추고 기다라던 사진작가가 화룡점정으로 아가씨 한 분을 모델로 섭외하니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나도 순간 한 장을 남겼다.
왕벚꽃 옆에 선암사 홍매화 선암매가 자리하고 있다. 벌써 매화꽃은 떨어졌고 작은 파란 매실에 달렸다. 수령 600년이 넘는 선암매로 선암사에 봄을 전하는 홍매화다. 선암사에 명물 중 하나인 뒷간도 특별하다.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냄새가 나지 않는 구조다. 남자 8칸 여자 6칸 규모의 화장실로 입구에 자연을 그대로 살린 부드럽게 휘어진 나무곡선이 일품으로 해우소가 지방문화재 214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장군봉 가는 길은 대각암을 거쳐서 오른다. 888m의 장군봉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에 계단도 자주 만난다. 양지쪽에 노랑제비꽃이 한번 보고 가라고 손짓을 한다. 잠시 한숨을 돌리며 사진으로 담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이제야 진달가 막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산의 높이에 따라 진달래 개화시기도 늦어진다.
올 들어 처음으로 반팔을 입고 산을 올라도 땀이 흐른다. 이제 산을 오르려면 물을 잘 챙겨야겠다. 장군봉 정상에는 두개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더 큰 정상석 앞에서 정상인증을 하였다. 장군봉의 기세가 얼마나 센지 선암사 일주문에는 잡귀를 물리치는 사천왕이 따로 없다.
송광사로 가는 길에 조계산 보리밥집을 들려서 가기로 했다. 작은굴목재로 가는 길에는 배바위를 지난다. 천지창조 때 이 바위에 배를 묶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로 밧줄을 잡고 오르면 선암사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초록으로 물든 봄산에는 희끗희끗한 산벚꽃이 흰점을 찍어 놓았다.
계곡길을 따라 가는 보리밥집이 얼마나 유명하기에 방향 표시목에 보리밥집 가는 길이란 표기가 있다. 월요일이라 윗보리밥 집은 쉬는 날이고 아랫보리밥집을 찾았다. 먼저 내려 온 산객들이 따뜻한 봄햇살을 받으며 평상에서 7~8가지 나물과 고추장과 참기름에 공기밥을 양푼에 담고 숟가락으로 쓱쓱 비며 먹으면 장군봉을 오르며 힘들게 걸었던 터라 개눈 감추듯 넘어간다. 거기다 막걸리 한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한 끼 식사다.
배도사 대피소를 지나 오르막 길을 올라 송광 굴목재에서 천자암을 들려 가기로 했다. 천자암에는 쌍향수란 곱향나무는 천연기념물 88호로 엿가락처럼 꼬인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나무를 만지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안내문에 적혀있어 많은 불자들이 천자암을 찾고 있다. 쌍향수와 산벚꽃이 어우러진 게 절 달력에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송광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햇살이 비치지 않는 숲길을 걷는 길로 운치 있는 길이다. 운구재에 도착하니 송광사 1.9km가 남았다. 오늘 산행도 종반으로 간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아낙들이 밭에서 김을 매고 그새 감자순이 반뼘은 자랐다. 쭉쭉 뻗은 송광사 왕대숲을 지나니 우화각과 삼청교를 만난다.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으로 지은 누각 건물로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맛집이다.
대웅전 앞은 초파일을 맞이하려고 연등으로 가득 찻고 유명한 배롱나무는 아직 움을 틔우지 않고 늦장을 부린다. 삼보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수많은 승려를 배출한 도량이다. 법정스님도 이곳 불일암에서 20여 년 수행정진하셨다.
주차장 가는 길에는 왕벚꽃이 주먹만 한 큰 꽃을 가득 피웠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편백나무 숲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 속으로 쭉쭉 뻗은 나무줄기가 하늘을 찌른다. 참 멋진 봄날을 즐겁게 보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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