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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동계적응 영남알프스 산행(1) 본문

국내 산행/경상도

동계적응 영남알프스 산행(1)

산달림 2006. 12. 5. 17:49

 

올 봄 이후에는 여름철에 아내와 함께 시도한 지리산 종주를 빼고는 장기배낭을 메고 산행을 떠난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간혹 시청 한북정맥팀을 따라 스피드주 한다고 가볍게 배낭을 챙겨 메고 수피령~광덕고개, 광덕고개~노채고개 까지 하고 그것마저 그만두었으며 산과는 가깝게 다가가면서 근교산만 콧바람 쒸며 가볍게 다녔던 것 같다.

산은 그래도 진득이 몇일씩 산속에 묻혀 반은 산사람이 되어 봐야 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올해 마라톤 시즌도 끝났겠다 부담없이 떠나보리라 생각하고, 마침 어머님 기일도 있어 내려가는 김에 영남알프스를 곳곳이 두발로 걸어보리라 산행계획을 했다.

 

 영남알프스 산행도 (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12월 첫날 23시 서울역을 출발하여 밀양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메어보는 장기배낭의 묵직함이 어깨로 전해 온다. 그래 이맛이야!

내일 종일 산행을 위하여 미리 잠을 자두어야 하기에 억지로 눈을 붙이니 머리 속에는 벌써 밀양역에서 석골사 ~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고 있다.


새벽 3시 30분 쌀쌀해진 날씨로 몸이 움츠려 지는 밀양역에 내렸다. 남쪽지방은 따뜻 할줄 알았는데 갑자기 닥친 한냉전선의 영향으로 매서운 첫 혹한이 밀려 왔다.

밀양역에 내린 손님들은 삼삼오오 역사를 모두 빠져 나가고 혼자남아 시간 죽이기를 했다.

어차피 기다림에 익숙해져 있어 첫차가 다니는 6시까지 역에 죽치고 있다가 첫버스를 타고 밀양시외터미널로 향했다.

갑자기 밀어 닥친 한파로 시장입구에는 화톳불을 피우며 언손을 녹이고 있었고 7시에 첫차가 있으니 그동안 된장찌개로 아침요기를 하고 주먹밥 한덩이를 따로 싸달라 하여 점심에 먹을 밥을 준비했다.


아직도 어스프레한 7시에 석남사로 향하는 버스를 타니 냉기로 가득하다. 손님도 별로 없어 을씨년스러운데 창틈사이로 냉기가 파고든다.

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몇 명이 타니 그들의 재잘거림이 과히 싫지는 않다. 원지는 밀양 얼음골 산사과의 주산지이며 사과의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여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석골입구에서 나만 내려 놓고 버스는 횡하니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고 아침 7시 40분에 산행의 들머리인 석골로 들어섰다.


지금은 왠만한 산은 산불방지기간이라 입산이 통제되는데 이곳은 다행히 출입이 가능하였다. 아직도 사과나무에는 빨간 사과를 수확하지 않고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과는 영하 2 ~ 3도 까지는 얼지 않는다 하니 당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수확을 미루고 있다한다.


석골계곡도 여름철이면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계곡으로 입구에는 입장료 징수 안내판이 걸려 있다. 아침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전형적 농촌의 모습이 한편의 수채화를 연상하게 한다.


마지막 주차장을 지나자 들머리엔 석골사란 조그만 암자가 있다. 암자도 이른시간 탓인지 인기척이 없어 조용히 길을 재촉해 계곡안으로 들어 섰다. 산속의 공기맛이 도회와 달리 향긋하게 폐부를 적셔온다. 이맛이야! 이계곡은 참나무가 많아 등산로엔 낙엽이 수북하다. 오늘은 바람도 거세고 눈마져 뿌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씬데 아직은 무거운 배낭에 적응이 되지 않아 어깨를 짓눌러 온다.

통상 한 30여분 걸으면 위드자켓을 벗고 간편한 복장으로 걸어도 되련만 추운 날씨 탓에 이마에 땀이 맺히질 않고 힘만 든다.

하지만 그간 달리기 하면서 쌓은 내공으로 그리 속도는 내지 못했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는 걸을 수 있어 전체적으로 잘 진행하고 있었다.

 

 산행 갈림길 - 억산, 상운암 갈림길


이번 코스는 내가 영남알프스를 올때 마다 즐겨 찾는 코스로 힘이 들면서도 고루 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코스다. 예나 지금이나 산은 그리 변하지 않으니 지나면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는데 무척 힘들었다는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가 생겨서 별로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지구력이 좋아 진다더니 그걸 입증하는 걸까? 지구력 하면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 남알프스 종주 때 종반인 아카이시다케에서 내려와 히지리다케를 쉬지 않고  오른 기억이 새로운데 인내의 극치였다.


이번 코스는 상운사로 오르는 계곡코스를 버리고 딸각재로 올라 능선을 타고 운문산을 오르기로 했다. 아무래도 능선은 조망 좋아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아침부터 뿌린 눈이 바닥을 채색할 정도로 내리더니 이내 흐린 날씨로 바뀌면서 바람만 강하게 분다.

 

 딱밭재 갈림길

 

 등산로에 설치된 고정로프


몇군데 설치된 고정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른 다음에야 11시경 운문산(1,188m) 정상에 섰다. 운문은 구름雲에 문門이니 구름도 잠시 쉬어 간다는 산으로 영남알프스의 자락에 있으며 운문사를 감싸 안고 있다.

마침 기맥을 종주하는 2명의 일행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급경사길아래에 있는 아랫재로 향했다. 돌길이라 속도를 낼수 없었고 더구나 낙엽이 깔려 있어 무척 미끄러웠다.

 

 

 운문산 정상(1,188m)

 

  운문산 정상(1,188m) 표지석


오늘 점심은 아랫재에서 먹기로 했으나 아직 시간이 일러 남명리쪽 계곡으로 내려가 수통에 물을 채워 가지산 쪽으로 향했다.

아랫재에는 휴식처가 있었는데 요즘은 손님이 없어 문은 잠겨져 있었고 황량하기 그지 없다.

 

 아랫재 가운선방 건물 - 잠겨 있었다.

 

급경사길을 올라서는데 또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이제 이마져도 달관한 듯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듯 이것도 우리내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 라는 생각하며 오르고 또 올랐다.


능선 정상에 오르자 가야할 산 가지산이 저만치에서 내려다 보이고 얼음골 건너편으로 천황산과 사자평의 넓은 평전이 눈에 전개 된다.

오늘의 목적지는 능동산 샘터 까지로 잡고 시간을 확인한 후 양지쪽 바위돌에 앉아 라면을 한개 끓이고 아침에 준비해 온 주먹밥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서둘러 길을 재촉하였다.

 

 간단한 점심식사 - 라면에다 밥과 함께 먹었다.


가지산 까지는 그리 오르막은 없어 속도를 좀 빨리할 수 있었다. 이곳 우측 바위는 이곳 바위꾼들의 암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즐겨 찾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어 썰렁하다.

가지산(1,240m)은 석남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 낙동정맥의 주능선으로 북으로는 고헌산 ~ 운문재로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배내봉을 거쳐 간월산으로 이어져 신불산으로 이어진다.

 

가지산 정상의 등산객들

 

  가지산 정상

 

부산, 울산지방 산꾼들이 언양을 거쳐 즐겨 찾는산으로 돌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 한 모퉁이에는 막걸리, 담근 과실주를 팔고 있었다.

바람도 심히 불고 남은 시간도 여유롭지 않아 가지산을 내려와 석남터널로 향했다. 등산로가 돌로 되어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 왔다. 추운날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이 굳어 있어 자칫 넘어지면 큰부상으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산 아래 헬기장 - 잔설이 남아 있다.


주능선에서 다시 계곡 같은 길로 떨어지는데 그렇게 내려서야 석남재로 이어진다. 많은 등산객들은 거의 석남사로 하산을 하고 혼자 석남재로 향하였다.

큰 장기배낭을 맨 산꾼은 혼자였으니 석양으로 가는 시간에 혼자 다시 산으로 올라 가는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다시 능동산 까지 지루한 오르막이 진행되는데 다행한 것은 등산로가 흙길이라 걷기가 편하다. 등산화를 초겨울이라 가벼운 신발을 신었는데 배낭무게에 비해 바닥이 얇아 발바닥이 아팟는데 배낭의 무게에 따라 등산화를 달리 선택하는 신중함이 필요하였다.

 

능동산 정상(983m) 


서산에 해가 가까워 졌을 때 능동산(983m)에 섰다. 더욱 붉어진 햇살에 억새의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오래 지체할 수 없어 오늘의 야영지로 정한 능동샘터로 향했다.

 

능동산 샘터

 

 

 

능동샘터의 저녁 식사 

 

내리막을 잠시 내려가자 왼편에 능동샘이 있고 탠트를 칠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바람이 있긴 했으나 동고서저의 지형이고 보면 동쪽에 탠트를 칠수 있는 곳을 구하기 힘들었다.

점점 떨어지는 기온과 바람으로 재빨리 탠트를 치는데 손끝이 시려온다. 면장갑에 동계털장갑을 꼈는데도 춥긴 춥나보다.

바닥에 억새를 깔고 낙엽도 넣은 후 그위에 탠트를 쳤다. 수낭에 물을 받고 쌀을 씻어 아예 모든일은 탠트안에서 할 참이다.

역시 탠트 안은 엄마품 처럼 포근했다. 버너를 피우니온기가 전해 온다.

준비해 온 삼겹살을 굽고 양주를 한모금 들이키니 하루의 피로가 삭 가시는 듯 하다.

오늘 치악산 산행중인 주봉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해 메일을 보내니 산행을 끝내고 원주역앞 해장국집에 있다고 한다.

 

 홀로 외로워 보이는 탠트 - 1평반 정도의 공간이지만 추운밤을 견디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다.


간밤에 밤차로 내려 오느라 잠이 부족하여 피곤이 엄습하니 일찍 저녁식사를 끝내고 저녁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침낭 안으로 파고 들었다.

우모복을 입고 침낭에 커버를 씌우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탠트밖 나뭇가지에는 겨울산 울음소리가 오싹하게 느껴질 정도로 윙 윙 거린다.

간혹 탠트가 들썩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피곤에 지친 몸은 그래도 꿈의 세계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