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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동계적응 영남알프스 산행(2) 본문

국내 산행/경상도

동계적응 영남알프스 산행(2)

산달림 2006. 12. 7. 16:18

영남알프스( 천황산 ~ 재약산 ~ 고사리분교터 ~ 죽전마을 ~ 간월재 ~ 신불산) 

 

간밤에 텐트 자락은 바람에 펄럭였고 나뭇가지는 겨울산 울음을 울고 있다. 동고서저의 영향으로 동쪽이 야영지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최상의 야영지는 이상향일 뿐이다.

밤차로 밀양으로 내려오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늦잠을 잤다. 음력 열사흘밤의 달은 휘영청 밝아 겨울밤의 운치를 더하지만 뚝 떨어진 기온은 마음을 긴장하게 한다. 머리맡에 놓아둔 수통의 물은 꽁꽁 얼어 마실 수가 없고, 숨쉬면서 내뿜은 입김이 침낭커버를 얼게하여 얼음이 서걱거린다.

6시 30분 더 이상 꾸물거릴 수 없어 침낭에 빠져나와 또 하루 산행을 준비한다. 어제 저녁에 먹고 남겨둔 코펠의 밥은 꽁꽁 얼었다. 된장찌게를 끓여 밥을 녹여 아침식사를 하고 텐트 안에서 배낭을 꾸렸다. 밖은 너무 춥고 바람은 쉼 없이 불어온다.

 

 추위에 하룻밤을 포근하게 휴식을 선사한 나의 텐트

 

 

텐트만 남겨 두고 배낭을 챙긴 다음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한기가 엄습한다. 털모자에 바라클에 털장갑을 끼고 텐트를 철거 하였다.

텐트플라이는 얼음조각이 서걱거린다. 팩을 빼자 잠깐 사이에 텐트가 바람에 저만치 날아간다. 폴대를 빼고서 그제야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부피가 늘어난 텐트를 두개의 주머니에 외피 내피로 나누어 배낭을 꾸리는데 발가락도 손가락도 시려와 서둘러 배낭을 메고 천황산으로 향했다.

추울때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다보면 체온이 올라가 몸이 덥혀진다. 지루한 찻길을 따라 사자평고원을 걷는다. 찬공기 탓에 연신 콧물이 줄줄 흘러 나온다. 상당히 추운 날씨인데 바람마져 가세하니 더욱 춥다. 아내의 말이 생각난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따뜻한 구들목이나 업고 있지 왜 고생은 사서 하는냐고.... 쓴 웃음이 나온다.

 

 샘물 산장


샘물산장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등산객에게 먹거리도 팔고 산장에 잠도 자고 갈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몸을 녹이고 갈까 하다가 바로 천황산으로 올랐다. 드넓은 사자평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정상으로 올라서자 강풍에 더욱 추위를 느껴야 했다. 막힘이 없는 천황산은 얼음골 건너편의 운문, 가지를 돌아 석남터널을 거처 능동산 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가야할 산 재약산과 멀리 신불산이 한눈에 조망이 된다.


천황산이란 지명은 일제식민지 때 붙인 지명으로 원래 이름은 사자봉이라고 한다. 늘 지리산의 천왕봉과 천황봉이 헷갈렸는데 일본식민지 때 이곳 천황봉관 월출산 천황봉도 일본이 지명을 바꾸었다 하니 이제는 정리할 때도 되지 않아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천황봉 정상(1,189m) : 추위로  눈만 빼고 완전히 감쌋다.

 

 천황산과 돌탑

 

 천황산에서 본 멀리 보이는 가지산


천황봉 정상은 돌탑이 있고 표지석이 있는데 요즘은 산 정상에 돌탑이 많은데 한국인은 기원을 하며 탑을 쌓는 걸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다행이 당일 산행으로 일찍 올라온 분이 계셔서 기념촬영을 하고 재약산으로 향하는데 천황산 아래에서 야영을 한 등산객이 이제야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그들 또한 복장이 두툼하다. 천황재에는 매점이 2곳 있는데 시즌에는 상당히 많은 이용객이 있는 듯 탁자가 족히 수십개는 될 듯 놓여져 있지만 오늘은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오면서 보니 매뉴는 막걸리, 소주, 맥주, 두부, 묵 컵라면 등을 팔고 있다. 아주머니가 잠시 나와 날씨 이야기로 말을 붙여 왔지만 일정이 여유롭지 못해 바로 재약산으로 올랐다.

 

 재약산(일명 수미봉) 1,108m : 정상

 

재약산은 바위산으로 바위 위에 표지석이 있다. 이제야 아침 일찍 표충사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하나, 둘 올라 오고 있다. 발아래는 고사리마을이 있었다. 지난번에 다녀 갈때는 민가도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궁금해서 일부러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쪽으로 하산을 했다.

하지만 그후 정비사업을 했는지 고사리분교터 자리만 있고 모두 철거되고 흔적이 없다.

그런 흔적들이 정비사업이란 미명아래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잘 정리해서 보존하면 볼거리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법도 하련만 철거가 쉽긴 하지만 사라져가는건 아쉽다.

 

 

 사자평 등산로 : 억새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더욱 붉게 보이는 찔래꽃 열매

 

재약산(수미봉) 모습 

 

 사자평 억새밭


추운 날씨탓에 단체로 등산온 분들은 어디서 식사를 할까 자리를 물색해 보지만 마땅하지 않아 우왕좌왕 하고 있다. 이게 다 너무 추운기온과 바람탓인 듯 하다.

옛고사리분교터를 뒤로하고 고개를 넘어 죽전마을로 향했다. 이번 코스를 잡으며 고민한 부분이 운문, 가지, 능동을 하고 낙동정맥 주능을 따라 간월, 신불, 취서로 할까 했지만 거리가 너무 짧아 거리를 늘리고 천황, 재약을 둘러 보려고 코스를 이렇게 잡아 봤다.


전마을은 배내고개로 오르는 들머리에 있는 마을인데 깡촌인 배내고개 도로가 포장이 되면서 음식점이 생기고 모텔이 들어 서며 관광지화 되었는게 아쉽다.

점심은 죽전마을로 내려가기 전 전망바위 전에서 해결 했다. 지루한 급한 내리막이 연이어지고 무거운 배낭에 낙엽이 깔린 등산로는 속도를 내기에 무리가 있었다.


죽전마을에서 배내고개로 올라가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우측 임도를 타고 간월재로 갈 것이다. 산행중에 만나는 아스팔트 도로는 반갑지 않지만 부득이 코스를 잡다 보니 피할 수 없었다. 여름이면 상당한 피서객이 몰리는 듯 단체손님을 받는 음식점이 많이 눈에 띄인다.


임도는 군데군데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간월재를 다녀오는 승용차로 연신 차들의 내왕이 있어 걷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굳이 이런길을 차로 타고 빨리 가야 할까?

이제는 조급함 보다는 때로는 슬로우가 좋은 것 같다. 차탄 사람보다 내가 더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하다.

 

 천주교 성지 죽림굴

 

 

 죽림굴 내부

 

간월재 가는길에 죽림굴이 있는데 천주고 성지로 조선말기 천주교신자들이 검거에 박해를 피해 이굴에서 기거하였다고 한다. 입구는 좁았는데 굴 안으로 들어가자 무척 넓었으며 굴밖은 추운데 안은 포근했다.

여기서 하루 묵고 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어차피 추위에 익숙해 지려면 편안함 만을 찾으려면 이런 산행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시 간월재로 향했다.

 

 간월재

 

 

 간월재에서 간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신불산 오름길에서 본  간월재


간월재는 늘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다. 지난 산행에서는 이곳에서 야영을 하다가 아침에 텐트를 철거하다가 날려 보내 텐트가 찢어지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석양이라 서둘러 하산을 하는 등산객들 속에 간월샘에서 물주머니에 물을 채우고 신불산을 오르는데 강풍이 장난이 아니다.


간월재에는 목재 데크로 잘 정리되어 있으며 여기에도 돌탑이 높이 쌓아져 있다. 전보다 훨씬 많아진 이곳 이동가게는 이곳을 찾는 이가 많다는 뜻이다.

등산로변에는 산행중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의 추모비가 있고 노란국화 조화가 꼿혀 있다. 마음속으로 명복을 빌고 신불산으로 향하였다.

옷깃으로 파고드는 칼바람을 피해 신불산을 오르지만 석양의 을씨년스러운 날씨는 쓸쓸함 마져 더해 준다. 층층이 놓여진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 가는데 일요산행을 끝낸 일행들은 총총히 발길을 재촉해 하산하고 이젠 신불산엔 인적이 끊어 진지 오래다.

 

억새숲에서 야영지 - 포근한 나만의 공간이다.


산에서 또 하루의 일정을 끝내고 야영지를 선택해야 한다. 하룻밤만 자면 되는데 장소 선택이 쉽지는 않다. 막힘없이 불어대는 바람을 피해 어디에 텐트를 칠까?

벌써 동쪽 하늘엔 둥근달이 높이 떠 있다. 결국 신불산옆 중턱 억새 숲에 들어가 텐트를 쳤다. 금새 한기가 밀려와 제빨리 텐트를 치고 배낭채로 텐트안으로 들어가니 포근한 안식처가 된다.


신불산까지 하루일정이 끝났다. 여전히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고 어두움은 점점 깊어간다.

텐트 안에서 밥을 짓고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삼겹살에 한잔을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보고 싶은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산이 가려서 메일발송도 잘 되지 않는다. 애궃은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다가 이내 침낭속으로 파고든다.

하루종일 걸었더니 피곤한 탓에 이내 잠이 든다. 펄럭이는 텐트자락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침낭안 포근함이 좋아 그냥 꿈속에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