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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혹한과 함께한 소백산과 형제봉 본문

국내 산행

혹한과 함께한 소백산과 형제봉

산달림 2007. 1. 18. 11:18

 

겨울산하면 떠오르는 산은 많은 국내산이 있지만 그중에도 소백을 꼽고 싶다. 소백은 충청도과 경상도 경계를 백두대간으로 가로 지르는 산으로 특히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겨울의 혹한을 느껴 보고 싶다면 소백을 가라.”는 말처럼 겨울산의 백미인 눈과 강풍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소백이야 말로 겨울산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다.


산악회의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동행하겠다는 분이 리베로 한명만 함께 하겠다고 하여 1월 12일 밤 9시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풍기로 향하였다. 심야버스의 편리함으로 부전행 무궁화 열차는 쓸쓸함 마져 느끼게 할 정도로 한산하다.

세월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끊임없는 변신이 필요한 걸 새삼 느꼈다. 3시간 만에 풍기역에 도착하니 소백산의 찬 눈바람이 산사람을 맞이해 준다.


당초 일정은 희방사 아래 야영장에서 야영을 할 계획이었으나 리베로님의 제안으로 야영을 여관에서 자고 일찍 출발하자는 의견에 편안함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고 동의하여 풍기여관에 들었다.

아침 5시 30분 모닝콜을 부탁하고 휴대폰에 알람을 설정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소리에 깨어 배낭을 챙겨 풍기역앞. “24시 야식집”으로 갔으나 문은 닫히고 불은 꺼져 있다. 택시기사가 굴다리 지나면 김밥 파는 집이 있으니 그리로 가 보라 는 말에 물어물어 겨우 찾아가니 아파트앞 가게로 김밥과 어묵, 샌드위치 등을 팔고 있다.

6시 30분에 출발하는 희방사행 버스시간에 맞출려니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 김밥 두줄과 우유를 사서 풍기역에 도착하여 6시 30분 첫버스로 희방사로 향했다.


새벽공기가 무척 차가워 파일자켓위로 윈드자켓과 방한장갑을 끼고 보온을 하였다. 역시 풍기는 바람이 심한 소백산을 닮아 바람이 심하게 분다.

새벽버스는 새로 개발한 온천에서 아주머니 몇분을 내려 놓고 나니 차안에는 등산객 5명만 남는다. 희방사 입구 검문소앞에 7시경 도착하여 소백산을 찾은 등산객 5명을 내려놓고 횡하니 오던길을 돌아간다.

동계야영 배낭은 텐트 등으로 무게가 만만하지 않다. 거기다가 추워서 둔하게 옷을 많이 입었더니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매표소는 국립공원 입장료에서 문화재 관람료로 바뀌어 전과 같이 2,000원씩을 받고 있었으나 이른 아침시간이라 다행히 무사통과 하여 산책로 길을 따라 희방사로 향했다.

 

 소백산(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상월봉 ~ 마당치) 구간

 


서서히 어두움이 걷히고 일출시간이 되어 가니 주변이 밝아진다. 희방폭포앞에서 짐을 추스르면서 윈드자켓은 벗어 배낭에 넣고 걸으려면 요기라도 해두어야 하기에 찬 김밥을 씹어 먹었다.

희방폭포는 올해 혹한이 없었던 탓에 고드름만 있고 중앙에는 물이 흘러 내린다. 잘만 얼어 준다면 빙폭으로 훌륭한 빙장이 되련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소백산 희방사 희방폭포 - 아직도 물이 흐른다.

 

좀 간편한 복장으로 희방사앞을 지나 안부 까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이다. 나뭇가지 끝으로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오싹 몸을 움츠리게 한다. 인내력을 시험이라도 하듯 계단 사이에 언 눈길이 더욱 힘들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코스는 초반이라 힘든 구간이다. 안부에 올라서니 매서운 바람이 불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이제는 능선길을 잡고 오름짓을 계속한다. 등산화 끈이 풀려 리베로님을 먼저 보내면서 그간 함께 하지 못해 서로 걷는 속도를 몰라 뒤를 따르면서 속도를 맞추어 본다. 먼저 앞서 가던 예천에서 온 개인택시 부부를 앞서 연화봉 아래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하면서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을 간식으로 보충하였다.


연화봉 부터는 소백산의 강한 바람을 맛볼 것에 대비 복장을 추스리고 연화봉에 올라서자 탁 터진 산들이 첩첩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칼날 같은 매서운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내려 서려고 디카를 꺼냈지만 건전지가 얼어 작동을 거부하니 무용지물이다.


서둘러 제1연화봉으로 향하는데 지금과는 달리 본격적인 소백산의 칼바람이 옷섭으로 파고든다. 노출된 왼쪽 빰의 피부가 아리어 온다.

이정도의 날씨에도 노출이 계속되면 1도 동상에 걸릴 정도로 춥다. 영하 10여도의 기온에 바람이 매섭게 불어 추위가 배가 되는 것 같다.


제1연화봉 오르기전 목재계단의 오름은 막힘없이 터진 곳이라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이건 비로봉 바람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 하리란 생각에 가볍게 올랐다.

새벽에 삼가동에서 비로봉을 오르고 하산하는 산행객들이 마치 마피아단 같이 안면을 검은 모자를 깊숙이 쓰고 하산을 하고 있었으며 그들과 만나 지나칠 때면 좁은 등산로를 벗어나 조금만 발을 내딛으면 무릅까지 눈에 푹 빠지고 말아 조심해야 했다.


비로봉 아래 주목단지앞 대피소에 들어가 숨을 고른 후 준비해간 누룽지를 끓이니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바로 옆에 경상도에서 산행을 왔다는 2쌍의 부부는 가스버너의 물이 끓지 않아 라면을 끓일 수 없다하여 휘발유버너를 빌려 주니 금새 물이 끓는다.

이런 혹한에 가스버너로 물을 끓인다는건 무리인 것 같다. 동계에는 휘발유버너가 꼭 필요한 필수 장비다.


비로봉을 오르면서 강풍과 혹한에 대비하여 바라클로 앞면을 보호하고 윈드자켓을 챙겨 입고 방한장갑을 끼고 눈만 남기고 완전히 감싼 후 비로봉으로 향했다.

목재계단을 오르고 올라 비로봉(1,439m)에 섰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고 추워 바로 국망봉으로 향하였다. 목재 계단을 따라 걷는데 앞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상체가 많이 흔들린다.


이구간은 나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는 구간이다. 수년전 희방사에서 구인사까지 동계산행을 했는데 그날 혹한에 강풍을 더하여 최악의 기상상태에서 이 구간을 통과하면서 강추위로 왼쪽 귀에 물집에 잡히는 2도 동상에 걸려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는 곳이다.


오늘 기온과 바람은 그날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리베로님이 "바람이 머리를 때리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그 바람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리 길지 않은 목재계단은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오직 바닥만 보면서 걷는데 눈알이 다 시려온다. 그러나 이 매서운 칼바람이 또한 소백의 매력이 아닐까?

청량고추 하면 매운맛의 대명사이듯 겨울칼바람 하면 소백산 비로봉의 바람이 떠 오른다.

청량고추가 맵다하지만 그 매운맛에 다시 청량고추를 찾듯 그 칼바람의 맛을 느끼기 위해 산악인들은 다시 소백산을 찾는다.


강풍구간을 통과하니 마치 안방에 들어 온듯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게 더 힘든 극한 상황을 견디고 나서 느끼는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국망봉으로 가는 구간은 상고대가 아름다운 구간인데 오늘은 맑은 날씨에 혹한이라 상고대가 생기지 않는다. 기온차가 생겨 한바탕 구름이 몰려 지나가야 상고대가 생겨 겨울정취를 느끼게 하는데 아쉽다.

 

 

국망봉에서 돌아본 소백산 비로봉 - 小白이란 말이 연상된다.

 

국망봉에서 다리쉼을 하며 

 

 국망봉을 오르는 오름길


국망봉(1,420m)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바람이 잠잠해 진 틈을 이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지나온 길 소백의 비로봉을 돌아보니 소백이란 이름에 걸맞게 흰백이다.

국내 산중에는 白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을 보는데 백두산, 태백산, 소백산이다.

모두 신령스러운 산이고 백의민족의 백은 영산을 일컬으니 소백도 또한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상월봉을 지나 늦은맥이재로 향하는데 혼자 소백을 찾은 산행객이 따라가도 되겠는냐고 물어 왔다. 오늘 목적지는 고치령이라고 했는데 어찌 자신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형제봉을 간다고 하고 따라 올수 있으면 따라오라고 했는데 가벼운 배낭을 매었는데도 따라 오지 못하고 이내 보이지도 않는다.


늦은맥이고개에 도착하여 이제는 구인사로 가는 신선봉 방향의 길을 버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고치령 쪽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발자욱은 어의곡쪽으로 하산을 하였고 드문드문한 발자욱을 따라 마당치로 향했다.


지금까지 온 길 보다는 내림이 많아 빠른 속도로 진행을 하였고 오늘 형제봉 아래 까지는 가능 할 것 같았고 그러면 형제봉을  지나 검우실로 하산을 하지 않고 베틀재를 넘어 마대산 까지 산행이 가능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묘가 있는 노루목까지 산행이 가능 할 것 같다.


오늘은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10시경 아점으로 누릉지로 먹고 2시가 넘으니 슬슬 배가 고파 점저로 라면과 삼겹살을 먹기로 하고 배낭을 내렸다.

물은 비로봉아래 주목군락지 대피소에서 가지고온 물로 라면을 끓이면서 막간을 이용하여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느긋하게 소주도 한잔하자는 제안에 듣던중 반가운 소리라고 맛장구를 쳐주니 가볍게 소주 한잔씩 하는데 추운날씨 탓에 소주가 달콤하다고 한다.

그래서 추운 러시아에서는 독한 보드카를 마신탓에 알콜 중독자가 많나 보다.

 

산중에 먹는 삽겹살 맛은 소주한잔과 더하여 최고 맛이다. 

 

 집에선 먹지 않는 라면도 산중에서는 최고의 맛을 낸다.


식사를 하고 나니 다시 힘이 솟고 곧 나타날 마당치를 기대하며 빠른 발걸음을 움직였다. 걷는 속도가 비슷하니 기다리지 않고 계속 진행 할 수 있어 산행속도가 빨랐다.

내린 눈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바람에 실려 온 눈이 능선에 쌓여 있어 등산로를 알면서도 등산로가 아닌 옆길을 걸어야 했다.

늘 눈이 내리면 러셀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힘이 적게 드는 쪽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자연히 등산로는 눈속에 묻히고 옆으로 우회하게 되니 평소보다 힘은 힘데로 들고 속도도 더디어 진다.

가능하면 속도는 느긋이 하고 휴식회수를 줄이면서 진행을 하였다.


마당치는 마당은 넓은 곳이고 峙는 재를 말하는 것으로 넓은마당이 있는곳의 재가 있다는 곳이다. 마당치를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오르는데 여기서 고치령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형제봉으로 향하게 된다.

 

 국망봉 8.3km 지점인 마당치

 

 마당치 부근에 쌓인 눈 - 상당히 깊다.

 바람이 쌓아 놓은 눈城(?)


얼마 남지 않는 하루해를 남겨 두고 속도를 더해가며 형제봉으로 향했다. 바로 형제봉 안부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야영장소를 물색하는데 충북쪽에서 바람이 경북쪽으로 불기에 능선 오른쪽에 탠트를 친다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장소를 물색하는데 적당한 탠트장소가 보여 내려가니 경사가 급해서 그냥은 칠수가 없고 사면의 눈을 깍아 아래를 메우니 2인용 탠트를 칠 공간이 마련되어 탠트를 쳤다.


산중의 밤은 금새 어두워 진다. 탠트 안으로 배낭 채 밀어 넣고 탠트안으로 들어가니 포근한 안방처럼 느껴진다. 우선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삼겹살과 시바스리갈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니 하룻동안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듯 전율이 온다.

적당한 취기속에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능선위로는 싱싱거리는 겨울바람 소리가 몸을 오싹하게 하지만 탠트안은 포근한 딴 세상이다.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적당히 술은 적당히 먹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아쉬운지 리베로님이 소주 두어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술은 적당히가 내일을 위해 아껴두고 침낭속으로 다리를 뻗으니 포근함과 안락함이 이내 꿈나라로 달려간다.

여전히 겨울바람은 밤에도 쉬지 않고 쌩쌩 소리를 낸다. 내일은 베틀재를 지나 마대산을 오른 후 김삿갓 생가터로 하산하여 노루목으로 하산해야 하니 아침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형제봉 텐트안의 모습 - 밖과 기온차로 얼음이 언다. 하지만 텐트안은 포근하다. 

 

 특히 아래 부분이 많이 언다. 열이 위로 가니 아래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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