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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라톤/마라톤 이론

하루라도 안 달리면 불안하세요

산달림 2007. 7. 4. 16:16
[황세희칼럼] “하루라도 안 달리면 불안하세요?”

컨디션 나쁜데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면 ‘운동 중독증’ 의심


운동 중독증에 빠진 사람은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불편하고, 소화도 안 된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 등 통증감소 물질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는데, 운동을 거르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창문을 넘나드는 봄소식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운동=만병통치약’이란 믿음은 수정해야 한다. 운동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봄철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과격한 운동을 시작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평상시 달리기로 건강을 관리하던 P(61·남)씨가 2004년 지방의 하프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가 6∼7km 구간에서 숨찬 증상을 호소하다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동맥경화 환자였던 그는 심한 운동 때문에 혈전이 생겼고, 그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킨 것이었다.

P씨 같은 운동 중 돌연사는 특히 비후성 심장병과 동맥경화 등의 환자에게서 나타나기 쉽다. 동맥경화증 환자는 평상시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혈관에 있던 노폐물 덩어리(혈전)가 떨어져 나가 뇌나 심장·폐 등 중요한 동맥을 막게 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 등에 해당되는 사람은 마라톤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운동을 처방 받아 하더라도 약물 치료를 꼭 병행해야 한다.

평소 건강 검진에 소홀한 사람이라면 남자는 40세, 여자는 50세 이후부터 심전도·운동부하·심장 초음파·혈압·혈당 등 기본적인 검사를 받은 뒤 운동 강도와 시간을 정해야 한다. 운동이 보약이 되는 것은 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 운동’을 할 때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하루도 안 빠지고 스포츠센터에서 1시간은 힘차게 달리고, 1시간은 근력운동에 몰입하는 M(42·남)씨. 보통 운동을 하면 찌뿌드드한 몸 상태가 개선되지만, 그는 과격한 운동 때문에 무릎도 아프고 어깨 근육이 파열된 적도 있다. 하지만 M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운동량을 줄이지 않는다. 일견 운동 덕분에 ‘몸짱’을 유지하는 듯 보이나 알고 보면 운동 때문에 골병이 들고 있는 셈이다.

“운동, 정신력으로 하는 것 아니다”

그렇다면 지루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운동을 M씨처럼 몰입해서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운동 의존증(중독증)’ 때문이다.

운동 중독증에 빠진 사람은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불편한 것 같고, 소화도 안 된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내인성 모르핀(아편)인 엔도르핀 등 통증 감소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데, 운동을 거르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 중독증은 매일 3km 이상 걷거나 등산 등을 석 달만 해도 생길 수 있다. ‘운동은 시작이 어렵지, 일단 하면 습관되기 쉽다’는 말이 통하는 이유다. 건강한 사람은 운동 중독 덕분(?)에 운동을 생활화하게 된다. 하지만 심할 땐 건강을 해친다.

예컨대 운동 중독증 상태에선 기분이 고양돼 있기 때문에 다쳐도 아픈 줄 모르고 계속 운동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내성으로 인해 운동 강도가 계속 증가하고, 세지는 것도 문제다. 컨디션이 나빠서 쉬어야 하는데도 운동을 계속하는 사람이라면 운동 중독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최적의 운동을 하는 걸까. 당연히 개인의 체력·연령·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 우선 운동 도중에, 혹은 운동 후에 통증을 느낀다면 뭔가 잘못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럴 때는 즉시 운동 방법과 시간·운동 강도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운동 강도는 최대 운동량의 50∼60%가 적당하다. 최대 운동량은, 쉽게 말해 운동 중에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만일 운동을 하면서 노래는 못 불러도 대화는 할 수 있다면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심장 부담은 운동을 하고 15분쯤 지나면서 급속히 증가한다.

그러니 청년층이라도 강도 높은 운동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 날엔 쉬거나 운동 강도를 줄여야 한다.

종류도 스트레칭·웨이트 트레이닝(덤벨 등을 이용한 중량 운동)·유산소 운동(달리기 등)을 골고루 해야 유연성·근력·지구력 등이 균형 있게 발전한다.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 1주일에 3∼5일 하는 게 좋은데, 처음엔 20분 정도 빠르게 걷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가벼운 조깅을 40분쯤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나가는 게 좋다. 운동한 다음 날 사지에 통증이 오는 과훈련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운동은 정신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잊지 말자.

황세희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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