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아버님, 힘네세요! 철원평화마라톤 풀코스 본문
제1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완주 기념메달
대회에서 함께 달리는 동반자는 조력자로써 때로는 경쟁자로써 기록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올해 4개 대회에서 만나 함께 달렸는데
2번은 내가 먼저 들어 왔고 2번은 그녀가 먼저 들어 왔다.
풀코스 마라톤 그 머나먼 길을 함께 달린다는 건 때론 힘을 주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달린 105리길 봄철 예산대회에는 내가 먼저,
8월 서울혹서기와 사천대회에서는 그녀가 먼저
가을과 함께 시작된 올가을 서막인 철원대회는 내가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대회날 철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4시에 일어났다.
그새 낮시간이 짧아 밖은 어두컴컴한데 부지런히 짐을 챙겨 사당역 14번 출구에 도착하니
벌써 마라톤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1호차 41, 42번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대회장 가는 시간에 잠시 눈을 붙여 본다.
차량의 흔들림에 눈을 뜨니 벌써 밝아 왔는데 주변이 안개가 자욱하다.
아침안개가 많은날은 아침엔 시원해도 한낮으로 가면
날씨가 맑아 구름이 없고 더운날이 예상된다.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달리는 버스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1시간을 더 달려 철원평화마라톤 출발지인 고석정앞 광장에 도착하니
전국의 마라톤동호인을 싣고온 마라톤 버스가 즐비하다.
서둘러 탈의실에서 복장을 갖추고 출발때까지 워밍업.
주로를 천천히 달리는데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을 잘 넘기고 들판엔 벼가 튼실히 잘 여물어 가고,
마스터즈 대회로 유난히 상금이 큰대회인 탓에
고수분들이 많이도 참가했다.
출발시간인 8시 30분은 햇살이 나오지 않아 선선한게 달리기 좋은 날씨속에 105리길 출발!
인근 군부대 장병들이 대거 참가한것도 철원대회의 특징.
이번대회는 여름동안 착실히 훈련한 결과를 확인하는 대회라 처음부터 조금 속도를 올려 본다.
대회입상을 노리는 여자고수들 뒤를 따라 달리다가
철원코스가 초반부터 완만한 오르막이라 이내 내 페이스에 맞춰 달리니 한결 편하다.
그런데 늘 기록이 비슷한 주자는 항상 만나기 마련.
어느새 지난 사천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정순*님과 달리게 되었다.
서로가 잘 알기에 초반은 함께하였는데 5km 통과기록이 21:21로 그리 나쁘진 않다.
긴 마라톤 코스를 혼자 달리기 보다 페이스가 비슷한 주자와 함께 달리면 조력자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불청객인 한분이 끼어든다.
그분은 앞서가다가 페이스가 떨어져 우리가 추월을 했는데
여자와 나이든 아저씨가 달리니 만만하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을 꾸준한 페이스로 달리니 결국 버티 못하고 뒤로 쳐진다.
마라톤이 기분만으로 되는 운동이 아니지.
한층 홀가분한 기분으로 달리는데 내리막에서는 내가 주로를 끌고
오르막은 그녀가 끌었는데 전반적인 페이스는 같아 달리기에 무리가 없었다.
노동당사를 지날쯤 언제 따라 왔는지 Sub3.com의 정두식님이 "선배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낸다.
그분의 목표를 알기에 "서브3페메가 저기 앞입니다."라고 알려 주고
일직선 내리막을 속도를 높여 달려 나갔다.
근데 Sub3.com 주인장은 우리를 추월해 나가지를 못했다.
왼쪽으로 "지뢰지대" 표시가 있는 민통선 북쪽 지역이다.
들판은 올 여름 긴장마와 폭염을 견디어 내고 잘자란
철원평야의 철원오대미 벼는 잘 익어 벌서 벼베기를 한 곳도 있다.
청정지역 황금들판을 가로 질러 달리는데 장병들이 길 양쪽에 도열해
"아버님! 힘내세요."라고 응원을 해 준다.
아들같은 군인들의 응원을 받으니 괜시리 가슴이 찡하다.
20km를 1:26:21에 통과하여 잠시 sub3에 대한 기대도 하였으나,
이후 비포장도로와 보도블럭을 달리면서 페이스가 깨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달리는데
아직도 그녀와 동반주를 하고 있다.
철원코스는 하프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 많고 이후는 내리막이 많은게
특징인데 전반을 큰 무리를 하지 않았기에 계속 페이스는 유지 할 수 있었는데
그간 몇몇 추월해간 주자와 페이스가 서서히 떨어져 가는 주자를 앞설 수 있었다.
29km지점에는 복사골 김창*님을 만났는데 그간 몇개월 쉬었다고 하면서 먼저 가란다.
마라톤은 참 정직한 운동인게 잠시만 게을리하면 그게 대회에서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뿌린데로 거두는게 마라톤이고 땀 흘린만큼 보상 받는데 마라톤이다.
마라톤의 벽이 시작된다는 30km지점을 2:10:11에 통과하고 철원평야를 신나게 달려가는데
한낮으로 가는 햇살은 구름이 걷히니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2.5km 마다 있는 급수대에서 이온음료을 마시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로 부터 응원을 받으며 달려 나가니
여름동안의 꾸준한 훈련탓인지 몸에 무리없이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거리 10여km,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보려고 한발앞서 치고 나오니
그녀의 발자욱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그리고 전반에 나를 추월해간 주자를 한명씩 앞서면서 나오니 양다리에 절로 힘이 들어 간다.
1차 반환점을 돌아 나오니 앞에도 뒤에도 줄줄이 연이어 달려오기에
잠시도 여유를 가질 틈이 없고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무거워 오는 다리를 채근하여 달리니 나만 힘든게 아니고
모두가 힘든 거리고 시간이니 참고 견디는 자가 앞설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걸 감내하고 달릴수 있었다.
그리고 2차반환점인 태봉교 입구에서 서브3페메가 흰풍선을 달고 달려 나온다.
그를 잡기에는 역부족인것 같고 앞선 주자를 목표로 달린다.
우리네 삶도 목표가 뚜렸하고 단순하면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듯
내가 힘든 만큼 그도 힘들것이란 생각에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참자! 로 최면을 걸면서 달려가니
시야에 보이는 많은 주자를 앞설 수 있었다.
점점 주로에서 응원해 주는 분도 늘고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니 다리는 점점 빨라 지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 진다.
조그만 더 참자!
조금만!
더!
그리고 결승선 통과! 3:03:05
정말 최선을 다한 후회없는 철원평화마라톤이었다.
< 구간별 기록 >
5k 21:21
10k 21:16(42:37)
15k 21:29(1:04:07)
20k 22:13(1:26:21)
25k 22:12(1:48:34)
30k 22:17(2:10:11)
35k 21:23(2:32:15)
40k 21:24(2:53:40)
42k 09:25(3:03:05)
철원 평화마라톤 코스도
DMZ내부를 달리는 철원평화마라톤 대회
08:30 풀코스 출발 준비전
전국 각지역에서 온 달림이들
08:30 고성정앞 광장을 출발하여 42.195km를 달리는 폴코스 주자들
청정지역의 오대미로 유명한 철원평야의 군검문소를 지나는 달림이
군인아저씨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는 풀코스 주자들
벼가 잘 여물은 철원평야를 달리는 풀코스주자들
거대한 물결처럼 무리를 이루어 달리는 주자들
철원평야을 한바퀴 돌고 원점으로 돌아 오는 철원마라톤 코스
105리길 완주직전
3시간 3분 5초로 결승선 통과.
풀코스 완주후 결승선 앞
한걸음 앞서 들어온 북파님과 뒤에는 이정숙님
고석정앞에 전시중인 군장비
마라톤 버스를 기다며 고석정 관광
임꺽정 바위
레프팅하기 좋은 한탄강 고석정앞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고석정 주변
뱃놀이 나선 울 부부
고석정의 아름다운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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