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돌로미티 트레킹 9일차 최악의 고개 델라 사스 넘고 페이콜 본문
○ 일자 : 2017년 7월 19일 (수) 날씨 : 맑음
○ 일정 : 티씨산장 ∼ 펠사계곡 ∼ 바쫄레르산장 ∼ 델라사스 고개(2,475m) ∼ 피안 델 크레프 산장 ∼ 페이콜 마을
새벽녘에 꿈을 꿨는데 호랑이에 쫓기는 꿈이었다. 하필이면 돌로미티 트레킹 중에 호랑이를 꿈에서 보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눈을 떠 일출 시간이 되어 복장을 단단히 챙기고 산장 위 언덕으로 올라갔다. 2명의 트레커가 카메라를 들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콜리안(Col rean) 정상부에서 보는 일출은 앞산에 가려 급이 솟아 올라 그리 장관은 아닌듯하다. 발아래 보이는 알레게호수가 크고 맑아 인상적이다. 돌로미티 지역은 어디에도 호수가 있어 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7시부터 테이블 마다 붙여 놓은 이름을 찾아 식사하는데 뷔페식인데 일행 중 한 분이 늦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알타비아 1코스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다들 서두른다. 산장 아랫길도 있는데 뭣이 그리 급한지 능선길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옛길로 소나무가 빽빽하고 언덕을 내려가는 길이라 한번 접어들면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길이라 고집스럽게 밀고 내려가니 오래 전에 난 등산로인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길이라 많이도 거칠다.
마지막에는 언덕이라 배낭을 메고 내려오면 위험할 것 같아 배낭을 던지고 맨몸으로 내려왔다. 아침부터 생쇼를 했다. 출발 때 부터 기운이 솟는지 바짝 뒤를 따라붙어 점점 가속된다. 좀 느긋이 걸어도 좋으련만 뒤에 따라 오는 유럽 트레커를 의식해 점점 속도를 내서 펠샤계곡을 내려왔다.
바쫄네르 산장에 도착하여 잠시 어깨 쉼을 하며 아침부터 서둘러 내려오느라고 땀을 흘린 탓에 갈증이 있어 생맥주 한 잔씩 마시며 간식을 먹고 내려가는 길을 어떻게 걸을까 하다가 각자 걷고 싶은 길을 걷자는 뜻에 따라 두 명은 554길을 걷고 두 명은 능선길로 가는 지름길을 걸어 카파나 트리에스타 산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588길로 접어들어 일행은 앞세우고 뒤에서 걷는데 입구에 텐트 한 동이 있다. 돌로미티 지역은 세계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야영이 금지된 구역인데 그래도 야영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하네. 트레킹 후반으로 가면서 팀워크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며 뒤를 따라가는데 자꾸만 험한 바위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지금쯤 고개가 나와야 할 시간이 되었건만 점점 주변은 험한 바위산뿐인데 일행이 하는 말 "아직은 반도 못 왔을걸." 한다. 그래 걸어 봐야지 하고 쉬지 않고 오르는데 갈증이 와서 암반수를 큰 이파리를 따서 물을 흘려 수통에 물을 채우고 마신 후 또 길을 올랐다. 그런데 여기도 알프스의 상징 에델바이스가 군락으로 자란다. 바쁜 길이지만 카메라에 담아 본다.
12시쯤 오르니 평평한 고원 분지가 나타나는데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티씨산장으로 가는 길 하나는 558길이다. 점심때가 되면 먹어야 힘을 쓰니 각자 배낭을 열고 남겨둔 빵을 뜯는다. 아직도 먹을게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길은 우측으로 평평한 들판을 지나 고개로 오른다. 그 고개가 델러 사스고개로 2,475m이다. 여기에 올라서니 아랫마을이 보인다.
지도를 꺼내 보니 558길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그냥 올라오다 보니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돌아가기는 너무나 먼 길을 왔다. 내일 만나기로 하고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데 마사토 길이라 길은 쭉 쭉 미끄러진다. 그래도 균형만 잘 잡으면 내려 오는 것은 편했다.
건너편 초원 위에 산장이 보여 그것을 목표로 걷다 보니 스키장 슬로프가 나타나고 찻길이 있어 쉼터에서 한숨을 돌리며 시장기를 달래려고 남은 간식을 먹고 문자로 내일 코르티나 캠핑장에서 만나자고 하니 알았다고 문자가 온다. 스키용 리프트가 올라오는 크레프 산장에서 피곤해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니 패이콜 마을(PeCol) 이다.
이제 오늘 당장 숙박이 문제다. 다행히 인포멘션 센타가 있어 들어가니 영어는 별로지만 그래도 대충 알아들어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코르티나까지 가는 버스는 연결되지 않아 숙소를 소개해 달라고 하니 여기저기 확인하더니 약도를 주면서 호텔 이름을 알려준다.
작은 시골 동네인데도 캠핑장이 있고 근사한 호텔도 많은데 배낭여행자라고 싼 숙소를 부탁했더니 호텔 맨 꼭대기 층에 2인실을 안내해 준다. 저녁 식사는 안되고 아침 식사만 가능하단다. 시장한 김에 나가서 먹을 걸 찾아보니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아 식사 주문은 되지 않고 대신 피자는 가능하단다.
채소와 고기 피자 2판을 주문하고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는데 피자는 생가보다 양이 많아 도저히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건 싸서 숙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뽀송뽀송한 침대에서 더운물 샤워를 하니 몸이 날아 갈 것 같다.
일행은 피곤한지 잠을 자고 마을을 걷다가 수제 맥주를 주문했는데 이탈리아 북부 우디네(Udine) 지방에서 만든 "맥주 마시는 신사" 그림이 그려진 비라 모레티(Birra Moretti) 맥주를 여기서 맛보았다. 색상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오늘은 꿈자리가 이상하더니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마을 페이콜로 내려왔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험한 고개를 넘어왔는데 주변 풍경 하나는 단연 최고였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다 " 여행은 계획대로 그대로만 한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계획된 코스를 걷지 못해도 더 좋은 풍광과 이 작은 페이콜마을과의 만남. 그리고 비라 모리테의 만남이 있지 않았는가. 지난 일은 다 잘된 일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은 긍정으로 생각하고 내일 버스를 타고 코르티나로 가야겠다. 돌로미티의 작은 산골 마을은 밤이 되니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고 적막 속에 잠긴다. 오늘 밤도 노숙하지 않고 지붕 아래 잘 수 있어 좋은 날이다.
콜 리안Col Rean) 정상부의 십자가와 이탈리아국기
티씨산장과 치베타 산군
티씨산장의 일출
돌로미티 티씨산장에서 보는 아침 일출
콜 리안 정상부에서 내려다 본 알레게 호수
티씨산장 벽에 걸린 애리오 티씨(ATTilio Tissi)의 등정시 흑백사진
티씨 산장 식당 내부 모습
치베타 산군
티씨산장에서 내려 오는 563번길
치베타 산군의 백운석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 오는 치베타 산군
건넢편 목장 지대
바쫄레르 산장(Rif Vazzoler)
바쫄레르 산장 주변 산군들
바쫄레르 산장 전경
탠트 금지구역인 돌로미티에 친 무단 탠트
이 길은 트레커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트레킹길
델라 사스 고개를 오르며 뒤돌아 본 돌로미티 산군들
길은 점점 험하지만 풍경은 점점 감탄사를 연발하는 델라사스 고개 가는 길
눈이 절로 휘 둥그레지는 암릉길
드디어 펼쳐지는 넓은 고원평지
길 안내 표지목에서 기념사진 돌로미티 558길
주변은 나무는 없고 초원이 펼쳐지는 길
야생화 풀밭을 지나 넘어야 할 델라사스 고개가 눈앞에
어디가 길이지?
델라사스 고개에서 뒤돌아 본 걸어 온 길들
주변의 험준한 백운석 사이로 이루어진 588 트레킹길
이 지점에서 길은 뒤로 보이는 바윗길을 넘어야 하는데
무거운 배낭을 지고는 넘을 수 없어 탈출 결정
하산길에 뒤돌아 본 델라사스 고개
돌로미티의 산골 페이콜(Pecol) 마을
늦은 점심겸 저녁으로 먹은 피자와 맥주
이탈리아 우디네(Udine)지방의 비라 모르티 맥주
"맥주 마시는 신사" 그림이 그려진 비라 모르티(Birra Moretti)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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