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바람이 허락한 섬 추자도 올레길 18-1 상추자도 본문
하추자도를 둘러 보고 추자교를 건너 상추자도로 갑니다. 추자교가 끝나는 곳에는 추자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필요한데 수도와 전기가 아니겠습니까. 발전소에서 기계소리가 요란하네요. 길은 두갈래로 갈라집니다. 오르편으로는 영흥공원을 지나 바로 추자항으로 가는 길이 있고 왼편으로 가는 길은 추자등대로 가는 길입니다. 저녁식사를 추자항에서 하려면 아직 시간이 일러서 추자등대로 길을 잡았습니다. 추자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추자교 쉼터가 있어 잠시 쉬어 갈 수 도 있습니다.
등대가 있는 산은 큰산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 가기 전에 바랑케길 쉼터가 있네요. 해풍이 불어 그리 힘들지 않고 올랐습니다. 추자도에는 높은 산이 없어 마치 작은 언덕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추자등대는 제주해협과 부산, 목포 등 내륙을 오가는 여객선과 화물선,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선박, 남해안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부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며 안전한 밤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등대 전망대에 올라가면 추자항의 알록달록한 색색의 지붕과 바다, 마을 한가운데 작은 밭들이 한눈에 들어 오는 전망좋은 곳입니다.
여기서 바로 추자항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올레길은 추자등대를 지나서 능선길로 이어 집니다. 나바론 하늘길을 앞두고 올레길은 오른쪽 순효각으로 이어지지만 나바론 하늘길을 걷지 않으면 추자도에 온 의미가 반감될것 같아 나바론 하늘길로 길을 잡았습니다. 약 2.1km의 이 길은 나바론 요새를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절벽위에 가파른 길입니다.
나바론은 영화 '나바론 요새'에서 나왔으며 2차세계대전 당시 그리스 케로스섬에 포위된 영국군 2,000명을 구출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하고 비행대를 동원해도 워낙 험준한 곳인 나바론에 있는 대원을 구출하지 못하자 특공대가 나바론에 파견되어 구출한다는 내용인데 사실은 특공대가 출동도 하지 않았고 대원들 싸그리 항복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왼쪽 해안은 깍아지른듯한 해안절벽이 장관이다. 나바론 하늘길 끝에는 말머리 형상의 바위가 해풍에 반긴다. 나바론 길이 끝나면 후포해안인데 이곳에 낚시 포인트라 모진 바닷바람을 맞으며 낚싯줄을 드리운 꾼들이 여럿 보인다. 추자도는 바다 낚시의 천국으로 낚시하러 이 섬을 찾는이가 많다. 추자도는 단단한 바위에 해류가 거질게 흘러 힘이 약한 고기들은 살수가 없는 곳이다. 바위틈에서 거센 물살과 씨름하며 사는 고기는 쫄깃쫄깃한 육질을 자랑한다.
추자도에는 두개의 용둠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용둠벙은 용이 노는 웅덩이와 같다는 데서 유래 된것인데, '둠벙'은 물 웅덩이의 방언으로 물이 고이는 곳을 뜻한다. 이는 마치 용둠벙의 용이 승천하면서 신비한 모습을 보이는것 같다. 이곳은 터진몰이라 추자도의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는 곳이라 바람이 허락한 섬임을 실감한다.
이제 올레길을 따라 봉글레산으로 오른다. 작은 산이 봉긋하게 솟아 봉글레산이라 불리는 이 산은 겨우 85.5m의 작은 봉우리로 이곳에서 보는 낙조가 일품이라 낙조 전망대가 있다. 봉글레산 노을길을 따라 내려 오면 최영장군 사당으로 이어진다. 고려 공민왕 때 제주목사를 죽이는 등 민란이 일어나자 이 난을 진압하러 탐나로 가던 중 심한 풍랑을 만나 추자도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곳 섬사람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등 큰 도움을 주어 마을주민들은 그의 은덕을 기리고자 사당을 지어 매년 백중날과 음력 섣달그믐에 제를 지네며 풍어와 풍농을 기원하고 있다.
추자에는 추자 초등학교가 있고 신양분교가 있다. 학생수 48명의 추자초등학교는 선생님이 12분으로 섬마을 치고는 아직도 꽤 큰 학교다. 그간 배출한 학생수가 4,086명이라니 대단하다. 이런 작은섬에 학생수를 유지하는 것은 올레길과 바다낚시로 많은 외지인들이 찾고 있기에 횔력있는 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자항에는 목포와 제주를 연결하는 퀸스타호가 입출항하는 항구다. 올레 스템프는 추자항 앞에 있다. 시작 스템프와 마지막 스템프 2개가 같이 있으니 함께 찍어야 한다. 퀸스타호는 쾌속선으로 차량을 싣을 수는 없고 사람만 타는 배다. 추자도의 대부분의 숙박, 식당, 가계 등 여행자 편의시설은 추자항 부근에 있다. 추자면사무와 보건소도 이곳에 있으니 명실상부 추자1번인 셈이다.
낮이 긴 5월 봄날이지만 6시가 되었는데 식당에 가니 아직 준비중으로 기다려야 한단다.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하는 올레꾼은 맛보다 우선 허기를 면해야 하기에 일반식당에서 좀 이른 식사를 하고 벽화거리를 지나 영흥공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추자교가 빤히 보이고 길 옆에는 119소방서가 있는 곳이라 안심하고 영흥공원에 탠트를 쳤다. 썰물때라 바닷물이 빠지고 있어 파도가 잔잔하다. 내일은 아침일출을 탠트 문만 열면 바라볼 수 있겠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추자등대는 밤을 지키고 있으니 잠을 청해도 되겠다. 오늘 하루 추자섬을 많이도 걸었다.
아침이 밝아 온다. 탠트 문을 열고 일출을 기다렸다. 먼저 하늘이 점점 붉어 진다. 그리고 용이 여의주를 토해 내듯 붉은 빛이 뚜렷해 지더니 바다위로 조금씩 얼굴을 내밀더너 금방 솟아 오르나. 지구가 그렇게 빨리 도는 처음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랫만에 일출 장면을 제대로 감상했다.
다시 배낭을 매고 추자교를 건넌다. 오늘은 추자도를 떠나 제주로가는 날이다. 남을 올레길을 부지런히 걸어야 겠다. 추자교에서 묵리길을 가려면 묵리 고갯마루를 넘어야 한다. 솔향기가 좋은 숲길이다. 묵리 갈림길에서 묵리로 내리막길을 내려 서면 아담한 묵리 마을 안길을 따라 가면 묵리슈퍼앞에 올레길 중간스템프 찍는 곳이 있다.
묵리슈퍼에는 백구가 느긋히 잠을 자다가 낯선 이방인을 보고 짖을 생각은 않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고 다가온다. 이게 추자도 인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을 입구에는 신양항으로 가는 할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아미 시간을 맞추어 나와 기다시는것 같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신양2리 뒤길을 걸어 내려 서니 신양항이다.추자도에 있는 유일한 추자중학교는 이곳 신양항 앞에 있다.
바람이 허락하는 섬 추자도는 작은 섬이지만 자연이 아직은 그대로 살아 있고 순박한 섬사람들의 인심이 넉넉한 그런 섬이다.
산봉우리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바다와 고즈넉한 숲길을 바다에 만나고 동화같은 자연과 희망의 노래가 가득한 추자 올레였다. 작은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살아가는 그런 섬이다. 바다 낚시로 즐겨 찾는 곳이 섬. 올레길을 걸으며 들여다 본 추자도는 예전에 살던 고향마을이 생각나는 그런 곳이 었다.
추자올레 18-1코스를 걸어 제주올레 전코스를 완주하였다. 제주 올레길은 산티아고 순레길에 영감을 얻어 만든 길이라 하지만 카미노 길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우리의 길이었기에 더 애착이 있었던것 같다. 육지와 달리 제주라는 특별한 문화와 기후가 주는 선물은 올레길에 설때 마다 설레임으로 다가 왔다. 그 길을 다 걸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걸을 것 같다. 그 길에서 삶의 이정표를 만들었기에 마음이 흔들릴 때는 그길에서 올레길의 화살표를 만나듯 내 인생의 화살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바론 하늘길의 말머리 형상 바위
추자도 신양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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