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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겨울 설악 한계령에서 대청봉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겨울 설악 한계령에서 대청봉

산달림 2020. 1. 7. 18:18

 

 

 

2020 경자년 신년 설악 대청봉

 

 

겨울 설악이 그리웠다. 일출 명소라 한때는 새해 해맞이를 대청봉에서 했다. 늦었지만 해돋이도 보고 대회후 걷기로 체력 회복 삼아 설악을 생각했다. 겨울철에 한계령 입산시간은 10시까지다. 대피소 예약자에게는 1시간 늦은 11시까지 입산이 가능하다. 산을 늦게 올라가면 내려 가는 시간이 부족해 조난을 예방하기 위한 국공의 규칙이다.

한계령에 내리니 겨울바람이 매섭다. 대청봉에 간다고 하니 아주머기 한말씀 하신다. "이 추위에 얼어 죽겠다."양간지풍"이라 하여 양양과 간성사이는 겨울철 바람이 모질도록 세게 분다. 한가지 좋은건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이 미세먼지 "나쁨"인데 설악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공기는 깨끗 깨끗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백두대간을 넘지 못한다.

한계령에서 귀떼기청봉을 가는 갈림길이 한계삼거리까지는 초반 오름이 심한 구간이다. 내림이 두번있고 다시 오르면 한계삼거리다. 오늘도 한번도 쉬지 않고 올았다. 여기 따쓰한 양지쪽 눈밭에서 라면에 누룽지를 끓여 점심식사를 했다. 산행중 먹는 라면 맛은 누가 뭐래도 엄지척이다.

서북능선은 내륙쪽은 양지라 눈이 녹았고 음지는 내린 눈이 그대로라 빙판이다. 겨울철을 생각하면 남향집이 따뜻하고 연료비를 많이 아낄수 있겠다. 능선길이라 바람을 맞으며 걷는 구간은 왼쪽 귀만 시리다. 끝청까지는 오름내림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구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주목은 북풍한설에도 꿋꿋이 기품을 유지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버지 같이 든든한멋진 주목을 닮고 싶다.

웬만하면 쉬지 않고 걷는다. 속도를 높이지 않고 꾸준히 걷는게 나의 산행 스타일이다. 그런 주법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배웠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은 달팽이 같이 꾸준히 걸으시는데 빨리 걷고 쉬는 사이 목적지인 알베르게는 거의 비슷하게 도착하곤 했다. 체력을 안배하여 꾸준히 걷자. 아직 올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겨울산 답지 않게 황량하다.

끝청에 오르니 대청이 가깝다. 서북능선 자락에는 귀떼기청봉이 까마득히 멀어져 있다. 저 길을 걸어 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봉정암이 빤히 내려다 보인다. 불자들이 꼭 들리고 싶어 하는 암자다. 오늘 하룻밤을 쉬어갈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아직도 하루해가 한발도 더 남았다. 배낭을 맨채로 대청봉에나 다녀 와야겠다. 쉬지 않고 왔더니 너무 빨라 대피소 입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600m인 대청봉은 20여분의 거리다. 평지라면 금방이지만 올라 오느라 지쳐있고 까끌막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 대청봉의 대표적인 지표수종인 누운 잣나무가 모진 바람을 이겨네고 잘 자라고 있다. 동해바다의 바다 물색과 하늘의 색이 비슷하다. 속초의 공기가 깨끗하다는 반증이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거리는 짧아도 누적된 피로와 오르막길이라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다. 거기다가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디딛이고 싶은 땅을 딛지 못할 만큼 몸을 가누기 힘들다. 여름 태풍이 지나가는 느낌. 딱 그런 강풍이다. 대청봉은 바람이 심한 지역이다.

이곳에 오르면 인증샷은 찍고 간다. 배낭을 대피소에 두고 올라온 젊은 친구에게 서로 찍어주기를 햇다. 사실 이런 강풍에 잠시 장갑을 벗어도 손이 깨지는것 같이 시렵다. 코발트빛 하늘 아래 대청봉 표지석을 안고 " 2020년은 잘 살자! 행복하자!"를 외쳤다. 그건 염원이고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일몰이 아름다운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미리 내려 왔다.100명이 넘게 수용할 수 있는데 평일이라 절반도 차지 않았다. 주말을 예약하기가 힘드는데 주중산행이 이래서 좋다. 주말보다 편안한 잠자리가 될것 같다.

대피소에서 음주가 금지되면서 식사도 빨리 끝난다. 부어라 마셔라. 너 한잔 나 한잔하던 문화는 추억속의 사진이다. 새로운 풍습도 중 하나가 혼산을 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고 부부, 친구와 둘이 오는게 그다음이다. 떼거지로 산을 찾는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해가 지니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 겨울 설악의 바람은 더 매몰차게 분다. 산을 날려 버리기라도 할것 같이 윙~ 윙~ 부는 바람은 절로 기를 꺽어 놓는다. 밤하늘에 별은 많기도 하고 속초의 불야성은 이곳과 별개의 세상같이 느껴진다.

 

옆자리에 오신 어르신은 난생 처음으로 대청봉에 오랐단다. 그간 먹고 살기가 바빠 산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난단다. 오색에서 출발해 올랐는데 설악폭포를 지나서 다리에 쥐가 나서 주무르고 쉬고 힘들게 올라 왔단다. 그래도 대청봉에 서니 세상이 발아래에 있는데 너무 좋았단다. 처음 남한의 3위봉인 대청봉에 올랐으니 감격이었겠다. 이번에 산을 내려 가면 내친김에 제주돌로 건너가 한라산도 오르겠다고 하신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더니 열정이 대단하다.



밤 8시에 불을 끄고 자란다. 오랫만에 일찍 잠자리에 든 밤이다. 잠이 오지 않아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며 올해는 뭘할지 새해 설계를 해본다. 그래 올해는 잘 살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자.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서북능선에 올라서면 만나는 한계삼거리

 

 

 

 

서북능선에서 만나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인 주목

 

 

 

가야 할 길 중청봉, 꽤나 멀리 보이는 설악의 두번째 봉

 

 

응달에는 눈이 녹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에 그려진 그림자, 혼산을 하니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없을 때 하는 셀카 놀이

 

 

끝청봉에 올라 서면 멀리 가리봉, 주억봉이 보이고 가까이는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끝청봉 안내표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내설악의 용아장성 능선이 뚜렸하다.

 

 

 

중청 대피소와 그위로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청에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본 울산바위와 대명콘도

 

 

겨울철은 보온과 눈을 대비한 아이젠과 스페츠는 필수품

 

 

중청봉의 기상레이다

 

 

2020 새해 대청봉에 올랐다. "2020은 잘 살자! 행복하자!"

 

 

올라 오면서 만나 부부비박팀. 늦은 시간에 대청을 오른다. 대청봉 부근에서 내일 일출을 기대하며 하룻밤을 보낼것 같다.

 

 

 

저녁은 간단히 쇠고기 300g 조리시간이 짧아 자주 먹는다.

 

 

2020 신년 산행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