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겨울 설악 공룡능선을 넘다.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겨울 설악 공룡능선을 넘다.

산달림 2020. 1. 8. 13:25

 

 

 

설악의 동해 일출전 풍경

 

 

대피소 안은 히터를 켜 놓아 포근하게 잤다. 남여 50여명이 한 공간에 잤는데 심한 코골이가 없었다. 군대 시절을 생각하며 자는 마룻바닥이 겨울철에는 춥지 않고  잘 수 있어 좋다. 예전에는 대청봉 바로 아래에 대청산장이 있었다. 대청봉 자연보호를 하며 허물었다. 그때는 설악에 눈이 많이도  내렸다. 한 두차례 폭설로 2m넘게 오는게 다반사였다.

 


대청의 일출이 7:30경이라 일출을 보고 공룡능선을 넘기에는 너무 늦어 6시 30분에 대피소를 나섰다. 곡두새벽에 설악의 모습은 어둡고 살벌할 정도로 바람이 몰아 친다. 이마에 렌턴을 켜고 혼자 길을 나섰다. 설악의 칼바람이 기를 팍 죽여 놓는다. 소청으로 가는 능선에는 옷깃 사이로 냉기가 파고든다. 겨울은 확실히 동계장비를 잘 챙겨서 산행에 나서야 한다. 소청에서 희운각 구간은 급 내리막이라 겨울에는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오르막에서 생기는게 아니라 내리막 길에서 생긴다. 미끄러져 꼬구라지면 사고로 연결된다. 혼산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누가 도와 줄 사람이 없다.

희운각에 도착해도 아직도 어둡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여 먹으려는데 냇물이 꽝꽝 얼어 식수가 없다. 할수 없이 눈을 녹였다. 도심의 눈은 녹으면 걸래 빤 물 같이 탁한데 설악의 눈은 깨끗하다. 낙엽 부스러기만 건져네면 식수로 손색이 없다. 휘발유 버너를 가지고 와야 하는데 가스버너를 가지고 왔더니 화력이 약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홀로 무너미재에서 공룡능선으로 접어 드는 입구에는 위험구간이란 안내표지가 있다.겨울 공룡능선은 폭설이 내리면 고립되기 쉬운 구간이라 조금 조심을 해야 한다. 명칭이 주는 것과 같이 공룡의 등과 같이 오름내림과 구간구간 로프를 잡는 곳도 여럿있다. 곧 이어 만나는 바윗길에는 쇠말뚝에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완력이 없으면 무서운 구간이다. 공룡능선의 첫봉우리 신선봉을 올랐다.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서둘러 내려 서니 음지라 내린 눈이 녹아 빙판이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공룡능선은 음지는 빙판 양지는 눈이 다 녹았다. 아이젠을 계속 차기도 벗기도 난감한 구간이다. 특히 왼쪽은 급경사 낭떠러지가 많은 구간이다. 조금 느긋하게 진행한다. 쉬지않고 전진이다.

최대의 난코스는 1275봉 오르는 오르막길. 가뿐숨을 몰아 쉬면서 오르면 물길이 얼어 빙판이다.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오늘따라 공룡능선에서 산객을 만나기도 어렵다. 윙웡 거리는 바람소리만 듣고 길을 간다. 음지에는 제법 눈이 쌓였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서 걷다 보니 한번도 쉬지 않고 마등령에 섰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오세암 오른쪽으로 가면 비선대다. 11시 10분인데 새벽부터 힘 쫌 썼더니 시장기가 밀려와 간식을 먹고 가야 겠다.

마등령은 예전에 속초에서 인제로 넘어 갈떼 말을 타고 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땐 그렇게 눈이 많이 내려 고개를 넘다가 던져둔 짚신이 다음 봄에 보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단다.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린 설악인데 온난화로 눈이 귀한 설악이 되었다.

비선대까지는 3.5km. 완전 돌길에 급 내리막 길이다. 배낭무게가 있어 편한 길은 아니다. 장군봉이 앞을 막고 바위의 중간에 금강굴이 있다. 예전에 저곳까지 어떻게 올라갔나 싶다. 물이 있으니 참선하기는 좋겠지만 道를 닦는다는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일 까 싶다.

 

한무리의 아가씨들이 금강굴을 간다고 올라 오더니 와인 코르크 병 따게가 있는냐고 한다. 신년에 기분 내려고 무겁게 갖고 올라왔는데 마게를 열수 없어 난감해 한다. 멕가이버 칼이 있어 따주니 한잔 먼저 준다. 알딸딸 한 기분으로 비선대로 향한다. 예 전에 풍류를 좋아 하던 분들이 이곳의 풍류를 즐기며 바위에 세겨둔 글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비선대 천불동 계곡이 얼었다.

 

설악의 겨울은 눈이 많은 산이었는데 눈이 귀한 산이 되었다. 온난화가 여기서도 그 흔적을 느낄수 있다. 경자년을 맞이 하여 걷고 생각하고 한해 계획을 세우기 위해 떠난 의미있는 신년 1박2일 설악산행이었다.

 

 

 

점점 붉어 지는 동해 일출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범봉

 

 

 

공룡능선의 백미 1275봉

 

 

 

 

온거리 3.0km, 마등령 2.1km 1275봉 아래 고갯마루

 

 

 

 

한번쯤 쉬어 가고 싶은 고개인 1275봉 고갯마루

 

 

 

 

세존봉과 학사평 앞 동해 바다

 

 

 

공룡능선은 겨울철 폭설시 고립위험 지역으로 구분된다.

 

 

 

 

마등령 삼거리 오세암과 비선대로 갈림길

 

 

 

 

천불동 계곡은 혹한으로 꽁꽁 얼었다.

 

 

 

 

설악동 가는 숲길은 늘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