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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외씨버선길 8구간 보부상길 본문

국내 걷기여행/외씨버선길

외씨버선길 8구간 보부상길

산달림 2021. 2. 16. 17:07

보부상길의 시가 있는 현동 무인역

 

 

외씨버선길 8구간 보부상길

 

춘양 솔향기길이 끝나고 보부상길을 걷는다. 춘양면사무소를 출발하여 운곡천을 가로지르는 춘양교를 건넌다. 춘양역을 지나 모래재로 가는 길에 철길 건널목을 지났다. 잠시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숲길로 들어선다.

 

외씨버선길 8구간 보부상길  시작지인 춘양면사무소

 

운곡천을 가로 지르는 춘양교
꽁꽁언 운곡천

 

 

'억지 춘양'이란 말을 만든 말발굽 같은 철로가 지나는 춘양역

 

 

흙돌담에 기와를 얹은 울타리
중앙선 기차가 지나는 철도 건널목

 

1970년대 본 함석 대문

 

 

설을 앞둔 2월 초에 밭에서 냉이를 캐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이곳에도 벌써 봄이 오고 있다. 예전에 이곳 마을에 살다가 삼척 울진 무장공비 출몰로 소개령으로 춘양으로 이사를 하였고 오가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셨다. 가마골은 지형이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가는 형상이라 하여 가마골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모래재 넘는길


앞으로 두 시간은 인가가 없으니 먹을거리를 챙겨서 넘으란 말씀도 잊지 않았다. 춘양목 솔숲을 걷는 길이다. 인공물을 없고 숲 속 길만 걷고 또 걷는 길이다. 길을 걸으면 저절로 정신이 맑아지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걷기가 주는 선물이다.


자작나무 숲길 가는 길
솔향기 가득한  춘양목 숲길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길에서 완주인증
자작나무숲 완주 인증지점

자작나무 숲길이 완주 인증 지점이다. 얼굴과 표지판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높은터를 올랐다. 현동에서 춘양장으로 가는 고갯길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고 높은재라 한다. 살피재를 넘어 내려 서니 싸라리골이다. 골이 깊고 숲이 무성하여 전쟁 대 피난처로 이용되던 곳이다. 이곳에 억새풀이 많아 걷다가 베여 쓰라림을 맛보아야 한다고 하여 붙여진 깊은 골짜기다.

현동에서 춘양장을 가는 높은터 고개
깊고 깊은 골짜기 싸라리골


갑자기 큰 도로를 만난다. 현동 소천면 소재지다. 출출하던 차에 가게에 들러서 막걸리 한통과 마늘빵을 사서 길이 나섰다. 소천면사무소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시가 있는 현동 무인역'이다. 지금은 외씨버선길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길손들이 남긴 흔적이 게시판에 빼곡히 적혀 있다. 다녀 갔는 글귀도 있고 '무조건 100점 받게 해 주세요.' 하는 귀여운 소망도 있다. 바라는 데로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소천중학교 교문앞의 글 '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그리고 선생님   그들이 나의 등대였습니다.  당신은?

 

현동 소천면 사무소
고개마루에서 내려다 본 현동역
시가 있는 무인역인 현동역 게시판
8구간 인증지점 현동역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으니 오늘 잠자리를 정해야 한다. 먼저 식수를 2L 챙겨야 한다. 현동 2교를 건너니 민가가 있다. 물을 얻어 갈 요량으로 들어가니 주인은 없고 개만 두 마리 남아 심하게 짖는다.  겨울 한철은 읍내나 인근 도시로 나가 살다가 봄이 되면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것 같다. 물이 얼까 봐 틀어 놓은 수돗가에 물을 한통 채워 길을 나선다. 원할 때 물을 구할 수 있어 작은 일에 기분이 좋다. 오늘은 샐리의 법칙이 통하는 날인가 보다.

 

머피의 법칙은 자기가 바라는 데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고 샐리의 법칙은 우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 거듭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샐리’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주인공 맥 라이언이 엎어지고 넘어져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샐리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샐리의 법칙이 통한다. 원할 때 탁 이루어지는 게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현동역앞의 꽝꽝 언 낙동강
맷재가는 데크길
봉화 향토테마파크와 낙동강
고갯마루의 솟대


소소한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나를 바라본다. 배나들이를 지난다. 예전에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나루의 방언이 배나들이란다. 이제는 다리가 놓여 나루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맷재에는 봉화 향토테마파크가 있다. 한여울 소수력발전소에서 운영하는 황토방이다. 봄이 오면 황토방에서 하루쯤 쉬어가도 풍경이 좋은 마을이다.

곧은재를 앞두고 36번 국도를 건너기 위해 길은 삥 둘러 국도 아래를 통과한다. 땅거미가 지고 가로등 불빛이 밝은 저녁에 곧은재 아래 솔밭에서 탠트를 쳤다. 밤이 되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도 뚝뚝 떨어진다. 서둘러 탠트를 쳤다. 바람만 막아 줘도 훨씬 낫다. 내일 아침 기온도 영하 12도가 예보되어 있다. 이번 외씨버선길의 마지막 밤도 춥게 보내게 되었다. 침낭이나 쏙 들어가 찬 바랑이 들어오지 못하게 꽁꽁 싸매고 자야 겠다.

 

한뎃잠을 자고 나면 궁상맞긴 해도 면역력이 많이 좋아진다. 콧물은 흘려도 감기는 걸리지 않는다. 내성이 길러진 탓이다. 헤드랜턴을 켜고 하루를 정리해 보는데 손이 시려 장갑을 끼고 글을 썼다. 춥긴 춥다. 물통에 물이 금방 살얼음이 낀다. 추위도 비박 여행자에겐 함께해야 할 친구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밤새 한기를 느꼈던 밤이다. 하루 일정이 바쁘다. 낙동 세평 하늘길의 승부역은 산속이라 유일한 교통수단이 기차다. 12:37 영주행 기차 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겠다. 어제도 최대한 많이 걸은 이유도 기차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에 넘는 곧은재

 

산중에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배낭을 메고 오르막 길을 오르는 것이다. 금방 몸이 덮여지고 체온으로 땀이 난다. 36번 국도가 통과하는 분천 터널을 넘는 곧은재를 올랐다. 불 소시개로 쓰는 솔 갈비가 두껍게 깔렸다. 마치 레드 카페를 걷는 기분은 나만의 생각인가. 그리 상상하면 내가 행복하다.

 

곧은재 넘어 외씨버선길 안내판과 분천 싼타마을
봉화 분천싼타마을 안내도 
소박한 분천역


나태주 시인은 '행복'을 그냥 흥얼거리며 예전에 보부상들이 넘어 다녔을 곧은재를 넘으니 산타마을 분천역이다. 산골 오지마을을 산타마을로 변신시켜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곳이다. 이곳은 낙동 세평 하늘길과 낙동 트레일 시작점이기도 하다.

외씨버선길은 여기서 끝내고 낙동강 세평 하늘길로 접어든다. 골바람이 차다. 한낮에는 날이 풀리다 하니 낙동강 비경을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