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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외씨버선길 9구간 춘양 솔향기길 본문
춘양목 솔향기길을 걷는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뒤쪽 울타리를 따라 걷는 길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국가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소나무다. 춘양목에서 뿜어내는 천연 피톤치드와 솔내음이 가득한 길이다. 널찍한 흙길에 바닥에는 솔 갈비가 융단같이 깔린 길이다. 듬성듬성 쉼터가 있어 쉬어가기 좋은 길이다. 국립수목원 뒷길은 외씨버선길 중에도 가장 걷기 좋은 솔향기 길이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의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면 춘양목 솔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흙길이라 신발끝에 닿는 감촉이 좋다. 이런 길은 피곤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숲해설 안내소가 있다. 정자로 만든 외씨버선길 정자도 있다. 숲길 걷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금강소나무에 대한 자세한 안내판도 있다.
춘양목 군락지에 완주 인증 사진 촬영지점이 있다. 백두대간 수목원은 그 넓이가 대단하다. 백두산 호랑이도 사육을 한단다. 규모가 워낙 커서 트렘을 타고 다니며 관람을 하고 숙박을 하며 체험도 할 수 있단다.
수목원 길이 끝나면 사과나무 과수원길로 이어진다. 봄철에는 사과꽃 향기로 가을철에는 사과향을 맡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서산의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풍경 액자가 있다. 눈으로 사진을 찍듯이 백두대간의 풍경을 네모난 틀 안에 담아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간이상수도를 만나 식수를 2L 받았다. 오늘 비박을 어디서 할까 하룻밤 비박지를 잡아야 한다. 도심2리를 지나니 느티나무가 있는 공원이 크다. 정자가 탠트 치기 좋은 장소다 오늘은 땡잡은 날이다. 그곳에 탠트를 쳤다. 외씨버선길에서 하루가 저문다. 내일 새벽 기온이 영하 10도라한다. 침낭을 잘 싸매고 자야겠다. 밤이 깊어지니 바람이 거세게 탠트 자락을 펄럭이게 한다. 피곤해서 세상모르고 잔다. 걷기는 최고의 수면제다.
춘양의 겨울밤은 추웠다. 다행히 거위털 침낭을 준비한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무겁긴 하지만 그만큼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배낭을 꾸릴 때는 무게와 실리에서 고민을 한다. 영하 12도의 비박은 침낭 속에 얼굴까지 파묻고 자야 했다. 아침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서둘러 배낭을 챙겼다. 운곡천을 따라 걷는 길은 다행히 뒷바람이라 걸을 만했다. 스틱을 잡은 장갑을 낀 손가락이 시려 뒷짐을 지고 배낭과 등 사이에 손을 넣고 걸었다. 지나가던 농사용 트럭 아저씨가 추운 이른 아침에 걷는 사람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겨울 깡추위로 운곡천이 꽁꽁 얼어 흰 얼굴을 들어낸다. 봉화의 겨울은 더 추운 곳이다. 서벽은 산 하나만 넘으면 강원도 영월과 태백이다. 운곡천 건너 예당리에는 유일한 식당이 있지만 간단히 아침을 먹었기에 그냥 지난다. 외씨버선길은 산골동네라 식당이 귀한 곳이다.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산길에는 봉화의 명물 송이버섯 조형물이 있다. 소나무가 많은 봉화는 송이로 유명한 곳이다. 봉화 송이 조형물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다. 이제 줄곳 사과 과수원길을 걷는다.
사과향이 진한 거포사과마을을 지난다. 봉화는 영주와 더불어 경북 북부지방의 사과 주산지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면적당 소득이 높아 장려되는 품목이다. 주변이 온통 사과나무로 가득하다. 예전에는 대구가 사과 주산지라 배웠지만 지구온난화로 경북 북부지방인 영주나 봉화가 사과 주산지다. 일교차가 크고 햇살이 좋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과를 생산한다.
춘양으로 접어 들기전에 양반걸음 걷기 체험장을 지난다. 양반들은 일자 걸음이 아닌 팔자걸음을 즐겨 걸었나 보다. 뒷짐을 지고 양반걸음을 걸어 본다. 왠지 어색하다. 춘양에는 한국산림과학교가 있다. 이런 작은 면소재지에 고등학교가 있다는 게 놀랍다. 그것도 국내 유일한 산림과학고등학교다. 그러고 보면 봉화는 산림지역이라 백두대간 수목원도 있다. 춘양목 소나무가 톡톡히 그 몫을 한다.
억지춘양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곳으로 당시 영암선(영동선의 전신)을 부설할 때는 춘양을 통과하지 않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해방 후 그 계획이 자유당 집권 당시 봉화군 출신의 정치인의 요구로 인해 갑자기 수정되어 춘양을 경유하도록 철로가 S자로 굽어져서 부설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춘양에는 이름난 고택들이 있다. 성암고택으로 권 진사 댁이다. 지금도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택이다. 가끔 고택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아 만산고택이 있다. 고종 15년이 지은 고택으로 ㅁ형 집으로 좌측은 서당, 우측은 별당이 있는 사대부 집이다. 한자로 '만산'이란 대원군의 친액현판이 걸려 있다.
점심때가 되어 춘향억지시장으로 향했다. 춘양장은 80년 전 등짐 장사꾼들이 주동이 되어 만든 시장이다. 매월 4, 9일에 시장이 열린다. 봉화 송이와 약소 그리고 사과가 유명하다. 코로나로 이곳도 한산하다. 추어탕집을 찾아 이곳 태백 막걸리와 함께 든든히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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