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외씨버선 13구간 관풍헌 가는 길 본문
외씨버선길 마지막 구간을 걷는다. 관풍헌 가는 길이다. 이구간이 너무 길어 아내와 같이 한 번에 걷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라 두 번에 나누어 걷는다. 지난번에 각동교까지 걷고 이번에 나머지 구간이다. 남한강을 오른쪽으로 두고 태화산을 향해 걷는 길이다. 태화산 자락에는 영월 고씨동굴이 있는 곳이다.
각동교를 지나 갈론마을로 가는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강원도 산길이라 하더니 점점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 가는 것 같다. 눈이 밝은 아내가 "저게 뭐야?" 올려다보니 으름이다. 쉽게 만나는 으름이 아니지만 깊은 산속이니 으름이 잘 익었다. 으름은 줄기 식물로 조선 바나나로 불릴 정도로 바나나 맛과 흡사하다. 그사이에 잘 익어 벌어져 있다.
그 좁은 길을 뚫고 오니 안은 넓은 밭이 있거 네댓 집이 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런 골짜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니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옴직한 곳이다. 정적에 쌓인 마을에 나이 지긋한 부부가 장화를 신고 밭일을 나가 신다. 경사면에 밭을 일구어 살아가는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마을이다. 묶어 놓은 개가 짖을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고 연신 달려들지만 끈이 짧아 아숴워 한다. 마을길이 끝나는 곳에 외씨버선길 이정표가 있다. 현 위치가 사모개라한다. 그 뜻을 몰라 아쉽다.
태화산 자락도 길이 험하다. 지난 폭우로 흙은 죄다 씻겨내려 가고 돌들만 남았다. 길 찾기가 만만하지 않은 길이다. 예전에는 이 길이 각동, 갈론마을 사람들이 흥월, 팔괴를 거처 영월읍으로 가던 우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었다 한다. 그곳에 산신바위 안내판이 있다. 길을 걸어가던 옛사람들이 염원을 담아 산신바위를 향해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얹히면 이들을 낳게 해 준다고 해서 산신바위라 부른단다. 무심한 바위 하나에도 의미를 두어 고단한 삶의 길에 잠시 여유와 행운을 빌었다. 참나무 숲이 울창한 된비알을 힘들게 올라서니 태화산, 고씨동굴과 영월로 가는 길의 갈림길이다. 여기서 잠시 쉼을 하고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오늘 길의 가장 힘든 길을 올랐다. 내리막길은 급경사 길이다. 샘이 있고 사람이 산 흔적이 있다. 이곳이 동지모둑이다. 깊은 산중인 이곳에 화전민들이 농사를 지르면서 생활했던 곳으로 집터 주위에는 샘에서 물이 솟아나고 돌담이 있다. 돌담을 쌓아 계단식 다랭이 논을 만들어 벼농사도 지으며 살던 곳이다.
1968년 삼척, 울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그동안 숲에 불을 질러 빈터에 밭을 만들어 곡식을 재배하는 화전민이 많았다. 지력이 쇠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삶의 터전을 만들던 화전민으로 산림이 황폐해져 갔다. 이에 나라에서 산림녹화를 위하여 이주정책을 펼쳐 그들이 떠난 자리에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으로 숲을 조성했다. 그때 동지모둑 마을도 사라지고 그 흔적만 남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그들이 이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영월장에 내다 팔던 그 길을 따라 걷는다. 그곳에 돌담은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다. 그들이 농사짓던 땅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터를 잡았다. 힘들게 살아가던 그들의 땅은 수풀에 덮여 있다.
길은 남한강 옆으로 진행이 된다. 올해 여름 내린 집중 호우 시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무와 스티로폼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이 길은 비가 내리면 우회를 해야 하는 길이다. 팔괴리 동강 카누 선착장을 지나 팔괴리를 마을길을 걷는다. 전망이 좋은 마을이다. 앞으로는 동강과 서강이 만나서 남한강을 이루고 계족산이 우뚝 솟아있다.
배추, 무밭은 지나 콩밭에는 허수아비가 홀로 보초를 서고 있다. 길가 밤나무의 밤송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알밤이 꽤나 크다. 한송이에 세 개의 밤알이 들어 있다.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건너편이 영월화력발전소다. 예전에는 석탄발전소로 마차리의 석탄을 삭도로 운반해 연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천연가스 발전소로 바뀌었다.
길은 남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가스회사를 지나 숲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영월객주에 계시는 분이 외씨버선길 안내판 보수작업을 하고 계신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길 잘 관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화답했다. 누군가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영월 시내로 진입하는 팔괴교를 건넌다. 영월 강변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체육시설단지를 지난다. 축구장, 트랙, 테니스장, 실내체육관이 함께 있다. 외씨버선길 갤러리 터널을 지나면 외씨버선길의 종점인 관풍헌이다.
관풍헌은 영월 관아로 단종이 청령포에 유배생활을 할 때 홍수가 나서 피신해 이곳에 머문 적도 있다. 주변 모텔 건물보다 낮아 왜소하고 초라해 보인다. 외씨버선길은 둘레길이 아니다. 산이 험한 이곳 지형을 감안하면 반 등산을 각오해야 한다. 느릿느릿 쉬어 가는 길에서는 그간 잊고 지냈던 마음속 그리운 이에게 몇 자 적어 내 마음을 실어 보내는 마음속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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