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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남해 바래길 16코스 대국산성길 본문
농작업이 있는 날이라 아침 달리기를 하고 작업복을 챙기는데 어제 비가 내려 땅이 질어 작업을 순연한단다. 뭘 하지? 생각해 낸 것이 바래길 걷기다. 새벽까지 비가 내려 흐리기도 하여 6 월치 곤 걷기 좋은 날이다. 남해터미널에서 노량 가는 8시 40분 군내버스를 타려면 20분의 여유밖에 없다.
등산복장으로 바꿔 입고 밥이 한 그릇밖에 없어 그것만 싸고 20분 만에 챙겨 차를 몰았다. 서둘러 가니 여유가 있다. 뷔페식당에 가서 밥을 챙기고 버스에 올랐다. 지난번 구두산 목장길을 걸을 때 탄 차라 시간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9시 7분에 설천면사무소 앞에 내려 길을 시작했다. 현지인은 남양이라 부른다. 설천 하나로마트까지 도로를 따라 걷다가 길을 산으로 올라간다. 설천은 강진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지역이라 산으로 가까워질수록 뷰가 좋다. 금음산 저수지의 물은 가뭄과 모내기로 바닥을 드러 내고 있다.
여기서부터 금음산 임도가 시작된다. 양옆으로 편백나무가 도열하듯 서 있어 상쾌함이 더 한다. 숲이 주는 맑은 공기 맛은 확실히 도심의 공기와 맛이 다르다. 시골분이 도시에 가면 공기가 탁해 살지 못하겠단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맘때는 숲이 주는 선물이 있다. 길섶에는 산딸기 가득하다. 완전히 익어 붉은빛이 더한다. 한 움큼 따서 한입에 털어 넣고 씹으면 달콤함과 새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두 주 먹이나 따 먹었더니 준비해 간 참외와 사과 간식은 먹지 않아도 되겠다.
오늘 길이 길다고 아내는 덥기 전에 많이 걸어야 한다고 앞서 내달린다. 사진 찍고 산딸기 따먹고 가는 길이 바쁘다. 완만한 오르막길인 금음산 임도길은 흐린 날이라 여름 산행임에도 그리 땀을 흘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난대림 숲으로 편백나무 숲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대숲을 지나기도 한다. 소나무 숲도 있다. 겨울철에도 그리 삭막해 지지 않고 푸르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편백나무 숲과 측백나무 숲은 멀리 보면 구별이 잘 되지 않지만 잎을 보면 확연히 구분이 된다. 측백은 W 모양이고 편백은 Y자 모양이며 나무줄기는 회갈색과 적갈색으로 구분되며 열매는 별사탕 같은 모양과 바람이 꽉 찬 축구공 모양 같이 서로 다르다. 피톤치드는 편백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바래길은 대국산성으로 이어진다. 대국산, 구두산, 금음산 등산안내도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 가파른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간다. 차량 운행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표지가 있다. 그만큼 가파른 산길이다. 다시 400m를 더 오르면 대국산성(大局山城 371m)이다.
"이 성은 자연석을 들여쌓기 한 뒤 내부에 흙과 자갈로 채워 만들었다. 축성법과 성의 형태로 미뤄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레 1.5km, 성벽의 높이 5∼6m, 윗부분 너비 2.4m이다. 지금도 여러 종류의 기와 조각과 토기(土器)·자기(磁器) 조각들이 발굴되고 있다. 현재까지 보존상태가 매우 좋아 학술적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1974년 12월 경남도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란 안내 판이 있다.
둘레가 500m가 되는 성곽은 곡선미가 있는 삼각형 모양이다. 성을 걸으면 남해를 파노라마로 내려다볼 수 있다. 멀리 창선도 대방산까지 훤히 보인다. 전망 좋은 성곽에서 간식을 먹었다. 남해의 바람이 시원하다. 성안에 주춧돌은 있다는데 성내 건물은 없고 달랑 산불감시초소 밖에 없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산을 내려간다. 비란리로 내려가는 길에는 먹음직한 살구가 노랗게 익어 간다. 약을 치지 않아 그냥 길바닥에 떨어져 있다. 주워 먹으니 새콤함이 침샘을 자극한다. 귀촌한 그림 같은 집의 담장 안으로는 접시꽃이 빨갛게 폈고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살음을 마친 벼가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점심식사는 이가락 흑마늘 공장 앞 정자에서 먹었다. 남해 바래길은 길가 정자가 있어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더운 날에도 정자 안은 걷었던 긴팔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준비해 온 막거리 한잔은 갈증을 내려 주고 든든한 영양식이기도 하다.
해안길로 나간다. 이 길은 남해 자전거길로 차량 통행이 뜸하다. 바닷가를 걷는 길에는 벽화도 있다. '사는 게 고기고 고기 쥐'에 픽 웃음이 나왔다. 한발 물러서 바라보면 거기서 거기다. 크게 좋아할 일도 크게 슬퍼할 일도 없다. 담담하게 살아가면 된다.
이어 어촌체험마을이다. 숙박도 하며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캐는 체험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마침 유치원 버스가 와 있고 갯벌에는 바지락 캐는 체험을 나온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해 갯벌의 길이가 넓고 길다.
해안 자전거 도로에는 쉼터와 화장실도 설치해 놓아 길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한낮의 햇살이 따가워 쉼터마다 잠시 쉬다가 걸었다. 바닷바람이 있어 그나마 걷기가 좋았다. 남해읍이 가깝다. 바닷가에는 전원주택도 더러 눈에 뜨인다. 바다와 함께 살고 싶어 지은 집인 듯하다.
선소항을 앞두고 동산마을에서 남해읍으로 향한다. 이제 대국산성길도 멀지 않았다. 동산마을에는 꽤나 규모가 큰 농협 정미소가 있고 남해 문화원을 만난다.
그리고 19번 국도를 건너면 남해 버스 공용터미널 앞이 대국산성길 종점이다. 아직 한낮의 열기가 대단하다. 빨리 끝내서 다행이라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많이 걷는 게 자랑이 아니고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수많은 경험과 느낌들이 자랑이 되어야 한다. 딱히 쓰임도 불명확하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로 명품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사는 물건처럼 길은 수집의 대상이 아닌지 바래길을 걸으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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