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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진양기맥 8구간 막고개에서 집현산 넘고 덕곡고개 길 본문

국내 산행/기맥(기맥등산)

진양기맥 8구간 막고개에서 집현산 넘고 덕곡고개 길

산달림 2022. 8. 22. 17:03

오랜만에 나서는 기맥 산행이다. 진양기맥은 여름철 풀과 나무가 무성해 길을 찾고 걷기가 힘든다. 23시에 시청을 출발하면 내일 산행을 위하여 불을 끄고 눈을 감는다. 우등버스지만 불편한 잠자리에 뒤척이다 깨면 새벽 3시 15분 경이다. 배낭과 장비를 챙기고 빈속에 에너지;를 챙기려면 프로틴을 물에 넣고 흔들어 쭉 마셔 둔다. 연료가 있어야 걸을 수 있다.

들머리인 막고개에서 출발 전 의식인 전 대원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이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사진상으로 봐 둔 물탱크 옆 된비알을 올라간다. 제대로 된 길이 없으니 없는 길도 만들어 가는 게 기맥 길이다. 후덥지근한 습도와 높은 기온에 금세 땀으로 젖어 온다.

랜턴을 켜서 걸으니 불빛을 쫓아 나방과 벌레가 잔뜩 모여든다. 불빛을 좋아하는 불나비다. 때로는 귓구멍으로 들어 오려하여 호들갑 놀라기도 한다. 말복을 지나고 처서가 2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노염이 대단하다. 날을 바짝 세운 억새가 호시탐탐 노리는 길은 짧은 바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연식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랜턴 불빛만 비추는 곳을 보며 GPS가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 걷는다. 가끔 산악회 리본을 보며 이 길이 진양기맥 길임을 확인하고 걷는다. 걸으며 올려다본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깜깜한 밤길을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힘이 들면 자연 말소리도 줄어들고 겸손하게 된다. 자만하지 말라고 산은 그걸 가르쳐 준다. 때로는 길은 분명히 맞는데 가시덤불이 길을 막아 놓았다. 인적이 뜸하다 보니 길이 사라져 버린 게다. 돌아가던지 가시덤불을 헤치고 지나야 한다. 그게 기맥길 이다.

4km를 걸어 33번 국도가 지나는 내리실고개에 내려 서니 그제야 서서히 주변이 밝아 온다. 용케도 모두 잘 도착했다. 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다리 쉼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임도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지금까지 온 길보다는 한결 편하다. 월명암  가는 길과 임도길의 갈림길에서 기맥길은 임도를 따라 장군봉으로 향한다.

장군봉에 올라서니 후미와 차이가 벌어진다. 여기가 집현산 삼거리인 줄 착각하고 집현산을 다녀온다는 게 까치봉을 다녀왔다. 그간 기맥길을 쉰 게 감각이 떨어진 게다. 이곳 산청, 진주 산객들은 자주 찾은 산이라 길이 잘 다져 있다. 돌아온 장군봉에는 제단과 오래된 고사목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미리 확인한 기상청 예보는 밤에 온다던 비가 미리 온다.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은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젖기는 매한가지지만 땀보다는 비가 오히려 반갑다. 시원해서 준비해 온 우의는 꺼내지 않았다. 546봉에 올라 서니 널찍한 정자가 있어 잠시 비를 피해 쉬어 간다. 비가 내리면 마땅히 쉴 데가 없다. 후미가 온 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능선에 올라 서니 갑자기 집현산 표지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집현산은 진양기맥 능선에서 500m 떨어져 표기되어 있는데 집현산이라니 여기는 봉마다 집현산인가 싶다. 집현산 앞 삼거리 길에는 돌탑이 있다. 몇몇 분은 다녀오지 않고 쉬겠다 한다. 다녀온 분마다 거리가 500m다 600m다 의견이 분분해 Gps로 찍어 보았다. 정확히 500m가 맞다. 요즘 GPS가 있어 짧은 거리측정에는 10m 오차도 잡아내는 정확도를 자랑한다.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지리산 웅석봉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곳인데 오늘은 비가 내려 전망은 꽝이다. 오늘 산길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기념사진은 남기고 돌아왔다. 송전탑을 지나면 남으로 길이 이어진다. 내리막 길이 상당히 급한 까끌막이다. 늘 산은 오름보다 내리막 길에 사고가 난다. 소나무 뿌리에 등산화 끈이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스틱을 짚었더니 오른쪽 스틱이 휘어진다. 이탈리야 돌로미티 트레킹 때 기념으로 산 스틱인데 가벼워 오랫동안 애용하여 정이 들었는데 이별을 해야 한다. 휘어진 스틱을 폈더니 두 동강이 난다.

덕곡고개로 가는 남쪽 길은 '전국 최고의 토종 소나무 웰빙 등산로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란 안내판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나같이 꾸불꾸불한 게 목재로써의  큰 가치는 없지만 관상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소나무 숲이다. 광재봉 정상은 둔덕으로 나무에 광재봉이란 글씨를 인쇄해 붙여 놓았다. 빗줄기가 굵어 진지가 한참이 되어 옷은 땀으로 젖은 옷이 빗물로 흠뻑 젖으니 땀이 나지 않아서 좋다.

이번 산행에 마지막 봉은 봉화대다. 남에서 북으로 봉화로 신호를 주고받던 봉수대는 3개의 돌로 쌓은 봉수대가 남아 있다. 대원들과 마지막 만남을 이곳에서 만나 함께 내려 가기로 했는데 억수 같이 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기약 없이 기다리 수가 없어 명석면사무소로 가는 길 안내표시를 따라 먼저 내려섰다. 까끌막 길에 호우성 비가 내리니 물살에 흙이 패여 내려간다. 내리막을 내려 서니 덕곡고개다. 진양기맥 길은 능선을 따라 진행하지만 오늘은 여기 까지다.

여기서 진양기맥 길과 헤어져 버스가 기다리는 덕곡마을로 향했다. 시멘트 길에는 솟아 붓는 소나가가 길바닥에 소나가 꽃을 그린다. 이게 꽃 소나기다. 수없이 그려 놓은 꽃 소나기를 밟고 덕곡마을 당상나무 아래 기다리던 버스로 향했다. 길가 밭에는 고추, 콩, 들깨가 무럭무럭 자라고 벼도 가을을 향해 진한 녹색으로 꼿꼿이 자란다.

젖은 옷을 벗고 마을 공동화장실에서 긴 호수를 이용해 샤워기로 대충 씻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으니 개운하고 좋다. 버스에 올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곳의 맛집인 '나들목 아귀찜' 집을 찾았다. 내륙이면서도 이 집이 대표 메뉴인 아귀찜과 수육은 단연 엄지척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산길을 걷고 맛 좋은 음식과 부딪히는 단성 막걸리 잔에 행복이 별건가 내가 즐겁고 모두가 즐거우면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지 싶다.

 

집현산 장군봉

 

장군봉 표지석 앞

 

 

까치봉

 

 

집현산-8

 

 

능선상에 자리한 집현산

 

 

진짜 집현산 577m

 

 

집현산 삼거리

 

 

집현산, 광제봉 갈림길

 

 

광제봉 가는 임도길 정상

 

둔덕인 광제봉

 

 

한양으로 소식을 전하던 소나기 내리던 봉수대

 

 

덕곡고개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