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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금북기맥 눈 맞으며 송년산행 본문
옛 직장 도반들의 모임인 9기맥산악회에서 금북기맥을 간다. 9시 시청광장을 출발하여 부여로 가는 길에 정안휴게소에 잠시 들렀더니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서행으로 도착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들머리인 반고개에 도착하였다. 겨울산답게 설국이다.
당초 목표는 지티고개까지 16km를 가야 하는데 눈이 내려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진행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출발 때는 잠시 눈이 그쳐지만 기상 예보에는 점심때쯤 다시 눈이 내린다고 했다. 겨울산은 낙엽이 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볼품이 없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면 나이에 관계없이 기분이 좋다.
고만고만한 산들을 지나는 기맥길이라 어려움은 없다. 공주는 밤의 고향답게 산 전체가 밤나무 밭이다. 조공산은 기맥길에서 잠시 벗어나 있다. 언제 다시 가볼까 하고 다녀왔다. 산이름이 재미나게 조공산을 지나니 감봉산이다. 조공을 받이지 않아 감봉산인가? 아재 개그가 나온다. 마동재를 지나미 넓은 밤나무 단지가 보인다.
점심때가 되어 길가 눈 위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인기 있던 막걸리도 추운 날씨 탓에 사양을 한다. 추울 때는 뜨근한 어묵 국물이 최고다. 남부지방을 눈이 그리 많은 지역은 아닌데 축복하듯 눈을 선물 받았다.
오른쪽으로 화성저수지가 보인다. 이내 다시 눈발이 날린다. 그간 눈이 많이 내려 발목이 잠기도록 눈이 많다. 눈 구경이나 하며 천천히 즐기면서 새재고개까지만 가기로 했다. 힘들면 쉬어 가도 되고 이번에 못 가면 다음에 가도 된다. 제2의 인생은 여유가 필요하다. 그간 너무 빨리 달려왔으니 천천히 가는 법과 쉬어 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눈이 내리니 어르신들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눈은 그런 묘한 마력이 있다. 눈이 내리면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란 시가 떠 오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후일 백석이 사랑한 나타샤는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으로 법명이 길상화였다고 한다. 둘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헤어졌고 김영한은 불가에 귀의하여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을 만나 당시 천억에 달하는 대원각을 기부하고 절을 지어 달라고 했다 한다. 유명한 일화는 " 나에게 천억보다 소중한 것은 백석의 시 한 줄'이라 했다.
새재고개에서 중터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는 바닥은 얼고 눈이 덮여 있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내려와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눈이 주는 큰 선물이다. 한 해를 보내며 눈이 내려 더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아프지 말고 건강히 오래도록 같이 산행을 하자고 잔을 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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