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경기 둘레길 15, 16, 17, 18코스 운천에서 보아귀골 48.5km 본문
봄날 달리다가 쉬고 있는 경기 둘레길을 다시 달려야 겠다. 둘레길은 언제 만나는 야가 중요하다. 여름 삼복 더위만은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땐 인내의 시험장이 되기 때문이다. 선선한 찬 바람이 불어오니 이제 달려도 되는 딱 좋은 계절이다.
이번 달릴 구간은 포천 운천에서 시작하는 15코스를 시작으로 4개 코스를 달리기로 했다. 15코스는 산정호수까지 8.6km, 16코스는 일동 유황온천단지까지 12.7km, 17코스는 오뚝이재를 넘어 논남기까지 14km, 18코스는 귀목고개를 넘어 보아귀골까지 8.8km이다. 경기 둘레길 중에 숲길을 달리는 구간이지만 숲길이 아닌 산길이 맞는 표현이다.
경기 둘레길은 시작점까지 가는 교통편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코스의 날머리와 들머리는 교통편이 편한곳을 정한다. 이번 들머리는 교통편이 비교적 편한 운천이다. 이제부터는 집에서 멀어 어프로치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가양역에서 첫차인 5시 37분 첫 전철을 타고 노량진에서 환승하고 도봉산 입구역에서 내려 도봉산 환승센터에서 두번째 버스인 7시 05분 산정호수행 1386번을 타고 운천에 내리니 8시 50분이다. 김밥을 한 줄 말아 9시에 출발이다.
운천 전통시장을 빠져 나오면 부소천 둑방길을 달린다. 가을 햇살 아래 둑방길에 바람개비가 잘도 돈다. 벼가 노랗게 익어 가고 고추가 빨갛게 익어 간다. 곡식이 익어 가는 결실의 계절임을 실감 나게 한다. 한과 박물관과 10대 경관에 든다는 몽베르CC를 지나 술 빚는 전가네는 전통주 무료 시음도 있지만 갈길이 바빠 산정호수 아래 하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낙천지 폭포는 산속의 호수인 산정호수 물이 떨어져 만든 폭포다. 호수를 2/3 바퀴를 돌면 15코스가 끝난다. 가을이면 명성산 억새와 함께 많이들 찾는 가을 여행지다.
16코스는 경기도 평화교육원을 지나 일동으로 가는 아스팔트 길을 달린다. 보행자 도로라고 길옆에 만들어 두긴 했는데 잡초가 자라 흔적이 희미하다. 대전차 방호벽이 설치된 낭유고개를 넘으면 잠시 마실을 지날 때는 잘 익은 밤이 떨어져 있어 몇 개 주워 먹으면 달렸다.
길가 파초가 가을 햇살을 받아 파란 하늘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루어 곱다. 가을은 눈을 어디에 두어도 풍요로움 그 자체다. 간혹 먹거리도 얻을 수 있어 입이 심심하지 않은 길이다. 아양바위교 앞에 느티나무가 좋다. 여름 한철은 그늘을 만들어 주어 마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좋은 곳이다. 수입리에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두 개의 돌기둥 위로 큰 돌판이 얹어져 있는 부족장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지석묘가 있다. 그때부터 물을 품은 포천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증거다. 운담 교차로에 16코스 종점 스탬프함이 있다. 여기서 스탬프를 꽉 눌러 찍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양평해장국으로 든든히 점심식사를 하고 17코스로 향했다.
17코스는 포천이 끝나고 가평으로 가는 길의 고개인 오뚜기 고개를 넘는다. 등산을 하면서 오뚝이 고개를 넘었지만 달려서 넘기는 첫 도전이다. 700m까지 고도를 높여야 한다. 금방 식사를 하고 달린다는 것도 부담이다. 오후가 되니 햇살도 따갑다. 포천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고 고개로 가는 길은 철조망이 길을 막는다. 국유림 감시 초소로 산불감시 기간에는 여기서 출입금지다. 비포장 길을 달린다는 건 더욱 힘든 길이다. 차량의 통행 흔적이 있으니 달릴 수 있다는 확신으로 한 걸음씩 높여 갔다. 좀 더 가파른 길은 시멘트로 길을 포장을 해 놓았고 덜 가파른 길은 울퉁불퉁한 길이다.
용하게도 달리니 달려진다. km당 9분대의 기록이니 느린 달리기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달린다데 목적이 있다. 간혹 평지 같은 길을 만날 때면 웬 횡재야 하는 느낌이다. 포천 들녘이 멀리 발 아래에 보이니 오르긴 많이 올랐나 보다. 1.5km를 남겨두고는 잡풀을 제거하지 않아 풀을 헤치며 달려야 했다. 가끔은 바위가 무너져 내려 길을 막고 있기도 한다. 여기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예방하려고 온통 철재 휀스를 전구간 쳐져 있다. 지금도 흉물인데 몇 년 후만 되면 더 흉물로 방치될 것 같다.
우측으로 꺾이던 구비 길이 좌측으로 꺾이고 다시 우측으로 꺾이고 나서 오뚜기고개다. 한국전 후에 군사목적으로 오뚜기부대가 이 길을 건설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래된 돌판에는 논남기 7km란 표시가 있다. 운 좋게 이곳에서 만난 여자분이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제 포천 땅이 끝나고 가평 땅이 시작이다. 잡초가 무성하던 길이 끝나고 가평 땅은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도로 상태가 좋다. 이곳에서 발원한 논남기 계곡은 여름이면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숲이 너무 좋아 햇볕 만나기 힘든 계곡이다. 물은 얼마나 맑은지 고개로 오르면서 바닥에 나 물을 여기서 채워 마셨다. 계곡 중간에는 강씨봉 자연휴양림이 있어 숲 속에서 하룻밤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17코스 종점은 휴양림에서 한참을 더 달려야 도착하는 곳에 있다. 오래전 논남기는 깡촌중에도 깡촌인 곳이었는데 쌍전벽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도시민을 위한 펜션 및 캠핑장이 새로 생겨 도시민을 반기고 가평 사과가 여기도 잘 자라고 있다. 고개를 쉬지 않고 넘었더니 18코스 보아귀골에서 17시 30분 막차 시간을 맞출 여유가 생겼다. 여기는 골이 얼마나 깊은지 일동 유황온천단지의 차를 가지러 가려면 70km로 택시비만 8만 원이 든단다.
이번 달리기의 마지막 코스는 18코스로 귀목령을 넘어야 한다. 770m의 귀목령 아래 귀목고개는 6.25 때 마을 양민들을 이 험준한 계곡으로 끌고 들오 와서 집단 학살을 한 곳이라 귀신을 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계곡이다. 7부 능선까지는 최근에 길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 지금은 이곳에 한봉을 치는 분이 살고 있어 곳곳에 한봉 벌통을 만날 수 있었다.
7부 능선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길은 도저히 달릴 수 없어 걸었다. 돌길에 경사가 급해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멧돼지들이 땅을 헤집어 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 있어 조심해서 올랐다. 마지막은 경사가 급해 밧줄을 매어 놓았다. 귀목고개는 4거리길로 귀목봉, 명지산 가는 길과 논남기와 상판리로 가는 길의 갈림 고갯마루다. 일설에 의하면 귀신이 자주 나와 귀목이라 불렀다고 한다.
급한 경사는 내림 길도 급해 정지가 힘든다. 구르면 부상이고 조심해 내려와야 했다. 유일한 길잡이는 경기 둘레길 리본이 길임을 알려 준다. 원시림 길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 강원도 첩첩산중에 만날 수 있는 길이 가평에서 만났다.
가평은 잣나무 고장이라 잣나무가 많이 보인다. 국내 최고 잣 생산 군이다. 상판리는 그간 많이도 변했다. 깨끗한 자연으로 지금도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이곳을 가평군은 별바라기 마을로 만들었다.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마을이다. 18코스 종점은 이곳에서도 2km를 더 달려 내려가야 한다. 그간 귀촌을 한 전원주택이 여럿 보이고 펜션, 캠핑장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보아귀골 입구에 있는 스탬프를 찍고 보니 시간의 여유가 있어 그냥 버스를 기다리느니 달려 내려가기로 했다. 가끔은 떨어진 알밤도 줍고 가을 들길을 신나게 달리니 현리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만났다. 상판리에서 들렸다 다시 내려오니 땀을 식히며 기다리기로 했다. 마지막 버스는 상판리에 17시 30분에 출발하여 현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모처럼 가을 산과 들을 달리니 활력이 솟는다. 연중 가장 자연이 아름다운 시기에 자연을 친구 삼아 그냥 달려도 좋겠다. 정형화된 길도 좋지만 탁 내려놓고 야생의 자연도 좋은 달리기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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