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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첫눈 오는 날 예봉산 운길산 가족 종주 산행 본문

국내 산행/경기도

첫눈 오는 날 예봉산 운길산 가족 종주 산행

산달림 2022. 12. 6. 20:30

예봉 ~ 운길 종주 끝 운길산 정상석

첫눈이 내렸다고 산에 가보자고 한다. 전철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예봉산과 운길산도 좋다. 들머리는 팔당역에서 시작을 한다. 팔당 앞은 한강이 흐른다. 겨울엔 강가라 강바람이 매섭다. 추울 땐 속을 데우면 춥지 않으니 등산로 길목 가게 들려 어묵을 먹으니 맛이 엄지척이다. 겨울이면 절로 땡기는 어묵 맛도 맛이지만 어묵 국물이 뜨끈하니 좋다. 이게 겨울 맛이다. 호빵, 어묵은 겨울철 별미다. 뜨거운 속으로 들어가니 추위가 싹 달아난다.

지금부터는 걸으면서 자체 발열을 한다. 예봉산으로 바로 오르는 능선 코스를 잡았다. 앞서 출발한 산객들의 발자국이 눈위에 선명하다. 새벽에 눈발이 쌓였다기보다 날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겨울산에 오르막은 핫팩이다. 오르면 금방 등이 뜨끈하고 이마에 땀이 맺힌다. 밖에 입었던 고어텍스 재킷은 배낭 안으로 들어간다.

주말이라 가족단위객과  직장에서 온 팀도 여럿 있다. 인적이 뜸하면 적막할 텐데 적당히 산객을 만날 수 있어 좋다. 높이를 더해가니 미사리와 한강이 점점 뚜렷하게 다가온다. 흐린 날이라 시야가 멀이 보이지 않아 아쉽긴 하다. 정상에는 강우 레이다가 설치되어 옛 예봉산 모습이 많이 변했다. 여전히 정상에서 막걸리 파는 분은 아직도 계신다. 여기서 각자 갈길을 간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분도 있고 덕소 쪽으로 하산을 하는 분도 있고 예빈산 쪽으로 내려가는 분도 있다. 우린 북쪽으로 앞으로 걸어야 할 운길산이 우뚝 서 있다. 모처럼 종주 산행을 할 것이다.

 

예봉산 정상 683m
예봉산 전망대
예봉산 천마지맥 누리길 안내판


적갑산으로 가는 길에 왼편의 억새숲은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곳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명당자리다. 추운 날 컵라면은 산에서는 최고의 메뉴다.  같은 라면이라도 산에서 먹으니 더 맛이 좋다. 산에서 먹으면 맛이 없는 게 없다.  힘들게 일하고  혹은 빡센 운동을 하고 먹을 때는 뭔들 맛이 없겠나.

패러 그라이딩 장을 지나면 적갑산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 칠 수 있는 작은 산이다. 겨울철 능선길은 능선을 넘어 다니는 바람으로 매섭다. 두껍지 않은 장갑을 챙겨 왔더니 손가락이 시려온다. 다음엔 핫팩을 챙겨 와야겠다.  새재에서 운길산으로 접어든다. 내린 눈이 녹아 겉은 미속얼이다. 걷는 미끄럽고 속은 얼어 있다.  얼어서 미끄러운 산길은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든다. 걸음걸음마다 힘주어 걸어야지 자칫하다가는 낙엽 아래 빙판이 숨어 있어 낙상 입기 십상이다.

 

새재에서 운길산 가는 길


운길산 가는 길은 야생 그대로라 바윗길도 만난다. 급 오르막과 급 내리막길을 만나고 급 내리막 길이 있어 힘들다고 한다. 산은 늘 그래 왔듯이 힘든다.

'얼나 남았어?'

'조금만 가면 돼'

'그렇게 말한 게 몇 번째냐?'

산에만 가면 그래서 거짓말쟁이가 된다. 희망의 끈을 잡고 걸으라고 한 건데 괜한 오해도 받는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 서면 온몸에 용을 쓰고 올라야 데크가 넓게 깔린 운길산 정상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여기서 비박을 하려고 올라온 산객이 있다. 이곳은 일몰과 일출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비박지다. 밤에는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도 만날 수 있다. 5성급 보다도 훨씬 높은 수천 개의 별인 탠트에서 하룻밤은 한번 느껴본 사람을 한 번으로 끝낸 사람은 없다.

 

운길산 정상석
운길산 정상 데크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고 하여 운길산이라 부른다. 강원도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하천, 춘천을 거쳐 370km를 흘러내려온 북한강과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영월, 충주를 거쳐 흘러내려온 두 개의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가장 잘 내려 다 볼 수 있는 산이 운길산이다.  능선길을 600m만 내려가면 일출 명소이자 새해 해맞이 명소로 수종사에서는 해맞이 손님을 위하여 무료 떡국 공양을 한다.

수종사 500년 된 은행나무

이 절에는 세조를 감동시킨 은행나무가 있다. 피부병을 앓던 세조가 오대산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완치를 하고 환궁하는 길에 이곳을 지날 때 날이 저물어 자고 가는데 이곳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알아보니 암 굴속에 십팔 나한상이 앉아 있고 천정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종소리를 내는지라 영험하게 생각하고 이곳의 절을 복원하고 은행나무를 심은 게 지금 이 은행나무로 500년이 넘었다 한다. 올려다 보기에도 그 기상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수종사의 삼헌정은 무료 다실로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누려 본다. 시간이 여유로우면 좀 더 머물고 싶은 자리지만 서둘러 일어나야 했다. 대웅전에 들려 3배 절하고 해탈문을 지나 운길산 굽이굽이 찻길을  3km를 걸어 운길산역에 내려오니 땅거미가 진다.  5시 37분 문산행 전철에 오르니 차 안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빡센 가족산행 잘하고 첫눈이 내린 날이라 더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다.

고즈넉한 수종사 길
두물머리(양수리) 풍경 앞으로 보이는 게 북한강 뒤로 보이는 강이 남한강
해질녘 수종사 앞마당
묵언.  경내서는 조용.....
무료 다실 삼헌정
수종사 경내
수종사 해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