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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계곡산행 가평 유명산 본문

국내 산행/경기도

한 여름 계곡산행 가평 유명산

산달림 2024. 8. 6. 10:42

경기도 가평과 양평 경계에 자리한 유명산(862m)

 

폭염이 지속되는 올여름은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금요일은 쉬는 딸애와 유명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내는 "복중에 무슨 산행? " 더운건 딱 질색인 아내다. 안 간다는 사람 굳이 가자 할 일은 아니라 부녀간의 산행이다. 자차가 편하긴 하지만 돌아올 때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대중교통도 나쁘지 않다. 7시 20분 잠실역 5번 출구 앞에서 출발하는 7002번 버스는 1시간 20분이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앞에 데려다주고 요금도 착하게 2,800원이다.

휴양림은 일반인은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하고 65세 이상은 무료다.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캠핑장이 있어 잣나무 숲 속 데크 위에 탠트가 많다. 숲 속은 그늘이 있어 한낮에도 시원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곳이다. 밤에는 서늘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숲이 주는 효과다.

오늘 산행 코스는 더위를 식히기 좋은 계곡코스로 오르기로 했다. 사방댐을 지나면 왼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길은 이어진다. 계곡 숲속으로 접어드니 초입부터 기온이 서들함이 전해 오는게 계곡과 밖은 기온차가 다르다. 유명산 계곡은 산이 깊어 물의 온도가 낮아 시원함이 더한 계곡이다. 박쥐소는 물이 많아 시원함이 더하다.

계곡에는 담(潭)이 있고 소(沼)가 있고 탕(湯)이 있다. 각기 계곡에 있는 물이 고인 곳으로 탕은 폭포 아래에 물이 고인 못을 말하며 유명한 계곡에 가면 붙여진 선녀탕, 복숭아탕을 말한다. 담은 폭포와 연결되지 않는 물이 고인 못을 말하며 백담계곡에는 담이 많다. 소는 늪이나 습지에 물이 고인곳을 말하며 계곡에 움푹 패인 곳에 물이 고인곳을 말한다. 

유명산 계곡에는 폭포다운 낙차가 큰 폭포가 없어 소(沼)가 많다. 계곡에는 깊은 못이 있으며 유명산 계곡에도 용소가 있다. 검푸른 물에 어림잡아 봐도 깊이가 있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여 용소라 부른다. 용은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신령스러운 동물이었다.

가끔씩 계곡을 건너는 쇠로 만든 출렁다리도 건넜다. 올해는 7월 하순까지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도 넉넉하게 흐른다. 계곡이 순해 졌나 했더니 큼직한 못이 보이더니 이곳이 마당소라 하다. 마당소는 넓고 펑퍼짐하다. 여벌의 옷이 있다면 풍덩하고 물속에 들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지는 복중 산행이다.

계곡물이 갈라지는 합수지점은 어비산과 갈라 지는 지점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오르는 유명산 정상으로 오른는 길로 들어섰다. 순탄하던 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이미 티셔츠는 땀으로 흠씬 젖었다. 여름산행은 땀과의 전쟁이 맞다. 이럴 땐 계곡에 쉬면서 발도 식히고 머리도 감아 체온을 내렸다. 계곡물의 시원함이 전신으로 전해온다. 이맛에 여름 계곡산행을 한다.

길게 늘어지면 걷기 싫어진다. 편하면 더 편해지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마음을 다잡고 올랐다. 능선으로 오르기 전에는 된비알이다. 잣나무 숲이 싱그럽지만 바람 한점 없는 산길이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올랐다.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불어온다. 한 점의 바람이 이렇게 고맙다. 흐린 날씨에 짙은 안개로 전망은 완전 곰탕이다.

 

유명산 정상 862m



조망이 있는 곳이지만 안개만 자욱하다. 짤은 억새숲을 지나니 유명산 정상이다.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있는 유명산에는 양평 방향은 펑퍼짐하여 말을 길렀다 하여 마유산이라 부리기도 했는데 마유산이 알려지기 전인 1973년에 어느 산악회에서 이 산을 산행하면서 여성 회원의 이름이 '유명'이라 그 이름을 따서 유명산으로 부른 게 지금의 유명산이 되었다. 지명은 누가 선점하면 굳어지고 모두가 그리 부르면 그게 지명에 된다. 유명산은 딱히 가평이나 양평의 지명으로 연관이 없는 다소 생뚱맞은 지명이긴 하다.

 

산 정상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 산에서 먹는 밥은 시장이 반찬이다.



유명산은 양평 쪽에서 올라오면 산이 부드러워 자전거로도 올라올 수 있는 산이다. 정상에서 먹는 점심은 뭐들 먹어도 꿀맛이다. 장수 막걸리 한잔이 꿀처럼 달게 느껴진다. 밤새 얼려온 막걸리는 슬러시가 되어 찬 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하산길은 능선 길로 잡았다. 계곡길은 돌아 올라오는 길이고 능선길은 곧장 올라오는 길이라 길이가 짧은 반면 된비알이다. 여름 산행은 계곡으로 올라 능선길로 내려가는 게 좀 편한 코스가 된다. 급경사 길에는 줄을 매어 놓아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오름에 비해 편한 내리막길이다.

잠실로 돌아가는 버스는 16시10분에 있으니 여윳시간은 유명산 계곡에 돗자리를 깔고 물가에 놀았다. 당일치기로 계곡 피서를 오는 피서인파가 무척 많다.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날 하루쯤 유명산 계곡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히며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몸을 식히고 땀을 식히고 유명산휴양림을 나와 다리만 건너면 바로 7002번 버스가 기다린다. 아침에 같은 버스로 같이 왔던 부부는 남편이 올해 은퇴하시고 버스 여행으로 전국으로 다니신다 하셨다. 참 아름다운 부부 모습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근교 산행은 버스시간만 잘 맞추면 편리하고 차 막힘이 적어 편리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거기다 자차를 이용하지 않았으니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보호는 덤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