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완주! 경기둘레길 마지막 구간 40, 39, 38코스 금광호수에서 장호원 본문
- 들머리 가는 길 : 가양역(05:37) 9호선 ~ 선정릉역(수인 분당선) ~ 야탑역(3번 출구) ~ 안성(8201) ~ 택시(12,400원)
- 돌아오는 길 : 장호원 터미널(17:50) ~ 동서울터미널(20:00) ~ 강변역(2호선) ~ 종합운동장역(9호선) ~ 가양(21:00)
올 1월에 시작한 경기 둘레길 60개 코스 860km 마지막 구간인 38, 39, 40코스를 달리러 간다. 코스의 들머리를 정할 때는 편리한 교통편이 최우선이다. 요즘 시골길의 대중교통은 하루 고작 2 ~ 4회 운행이다. 날머리에서 돌아오는 교통편은 들머리 보다 더 우선을 해야 고생을 덜한다. 장호원은 돌아오는 교통편이 금광호수보다 훨씬 편리하다.
그래서 이번 길은 역코스로 달리기로 했다. 안성에서 금광호수, 돌아오는 길은 장호원에서 서울로 정했다. 가는 길이 만만찮다. 안성 인삼농협 앞에 출발하는 3-2 버스가 8시 20분에 있다. 안성을 가는 방법은 경부고속터미널과 야탑역에서 출발하는 8201번 버스가 있다. 야탑에서 첫차인 6시 50분 버스를 탔지만 5분이 늦어 놓쳤다. 안성 IC에서 출근차들로 정체가 심했다. 버스 기사님은 타는 속은 모르고 느긋하기만 했다. 같은 상황에 마음은 각기 다름을 느껴보았다. 경부선 고속터미널의 첫차인 6시 20분을 타야 8시 20분 3-2번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안성터미널에서 택시로 이동해 금강호수에서 마지막 구간 출발이다. 금광호수는 아침 물안개가 피어 올라 몽환적 풍경을 연출한다. 호수 가장자리로 데크길을 따라가다 산길을 넘으면 다시 호수 옆길로 이어진다. 끝에는 안성이 고향인 박두진 시인의 문학길로 청록파이며 '해'는 내가 좋아하는 시다. 선생님의 동상은 옆 자리를 내어 주어 기찰을 하고 아스팔트 길을 따라 달렸다.
아침은 겨우 영상의 기온이지만 밤새 영하의 기온으로 논이 꽁꽁 얼었고 손이 시려 울 정도의 쌀쌀함이 느껴진다. 석암마을의 금광초교 조령분교가 아직도 남아있는 게 용하다. 농촌은 고령화로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골짜기를 따라 오르니 깊숙한 골짜기의 사간마을을 지나자 임도길로 이어지고 고갯마루에서 능선길을 따라간다. 인적도 뜸하고 낙엽이 워낙 많이 쌓여 달리기가 쉽지 않다.
능선길은 생거 진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 진천군 안내표지판을 여럿 만났다. 공림정상 표지목을 지나면 칠현산이다. 아래에서 부스럭 소리에 멧돼지 인가 긴장하고 내려 갔더니 아랫마을에 사시는 어르신이 매일 칠현산을 다녀 오신단다. 대단한 어르신이다. 왼쪽 능선 아래에는 안성 베네스트 GC로 평일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다.
고갯마루에는 칠순비 부부탑이란 표지석은 칠순까지 쌓은 돌탑인가? 생각만 할 뿐이다. 칠장산 500m 전에서 칠장산은 오르지 않고 칠장사로 길을 안내한다. 다녀온 산이기에 발길을 돌린다. 칠장사에는 어사 박문수 다리가 있다. 박문수도 8년간 과거시험에 낙방을 하였는데 이곳 칠장사 나한전에 기도 드리고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서 시제를 알려 주어 장원 급제를 했다는 데 유래하여 지금도 입시철이면 불공드리러 오는 분이 많다. 어사 박문수 다리에는 오색천 테이프로 소망을 적은 끈이 가득하다.
이번 코스 중 가장 험한 산을 넘는 40코스를 끝내고 39코스 가는 길에는 칠장사 당간이 아직도 잘 보존되고 있다. 당간은 절에서 의식이 있을 때 당이라는 깃발을 걸어 두는 장대로 이곳 당간은 9.75m의 높이에 15마디의 원통 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극낙마을은 요즘 복지시설 신축 반대 플래카드가 가득하다. 상호 간 공생의 묘안이 있어야겠다. 잠시 다리 쉼도 할 겸 전통찻집에서 쌍화차 한잔을 마시고 다시 출발이다.
길가에 경기 둘레길 캐릭터인 평화를 상징하는 누리, 단풍을 상징하는 깃발을 든 누비, 바다를 상징하는 아라, 들판을 상징하는 연두가 반긴다. 고속도로를 지하통로로 지나면 용설호수를 만난다. 내륙 호수로는 큰 호수로 낚시터가 있고 주변은 캠핑장, 펜션 등 숙박, 음식점이 즐비하다. 호수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이 여럿있다.
안성 들판을 달려 도착한 곳은 죽산성지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묘지로 '거기로 끌려가면 죽은 사람이 있으니 잊으라, 하여 '잊은터'로 불리게 된 순교터 죽산성지다. 정문은 성역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으로 24분의 순교자와 가운데 무명 묘역이 있다. 주변은 공원 같이 잘 조성되어 있다.
축사가 많은 안성이다. 젖소보다는 한우를 많이 사육하고 있고 축사가 많아 인근 다른 군에 비해 귀촌 인구가 적은 안성이기도 하다. 18km의 39코스의 마지막 부근에는 손님 접대하느라 손이 마를 날이 없는 며느리의 소원을 이루어 준 갓바위는 며느리 손은 말랐지만 집안이 망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함께 한다.
광천마을에서 39코스를 끝내고 나니 오후 2시 20분이다. 유난히 해가 짧은 12월 중순이라 남은 38코스 21km가 부담스럽다. 다행이라면 산을 넘지 않고 금산천과 청미천을 따라가는 평지 길이기에 서둘러 출발했다. 안성은 마을을 벗어나면 축사를 만난다. 그 냄새는 반갑지 않다. 특히 여름철이면 고역일 것이다.
판교마을을 지나니 포도밭을 자주 만나게 된다. 언제부턴가 영남길과도 자주 만나게 된다. 지역마다 많을 길을 만들었는데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편의점 7 마트를 만났지만 쌀쌀한 날씨 탓에 갈증도 심하지 않아 지났다. 이곳은 안성 축산물 공판장이 있고 한식 붜페 집이 있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안성 들판에 들어섰다. 청미천의 상류인 금산천을 따라 쭉 뻗은 직선 길을 달린다. 여름이면 그늘 한점 없는 힘든 길이 될 것이다. 같은 길도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지나는 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늦은 봄이나 가을에 찾는 걸 추천할 만한 길이다. 장호원 버스터미널 11km 표지목을 만났다. 이제 절반은 달려 왔으니 남은거리를 생각하며 달린다. 마라톤 풀코스 거리를 달렸으니 지쳐서 걷뛰가 된다.
율면 청미천 꽃길이란 표시가 예쁘다. 꽃길 길이가 3.5km나 되니 꽃밭을 가꾸는 손길도 쉽진 않겠다. 자전거 타고 지나는 아주머니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신다. 인사 한마디에 친근감이 오고 기분이 좋다. 멀리서 장호원 아파트가 보인다. 복숭아 밭에서 동해를 입지 말라고 밑동에 비닐로 싸메는 작업을 하는 농부를 만났다. 복숭아 하나 열려 수확할 때까지 그분들의 땀이 베여 있다.
마지막 장호원 파크 골프장에 들어 서니 서산으로 해가 기운다. 이제 남은 길도 그리 길지 않으니 경기 둘레길은 모두 끝내고 졸업을 할 수 있겠다. 장호원 전통시장으로 들었다. 저녁에는 을씨년스럽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시장기가 밀려와 뼈다귀 해장국 집을 찾았다. 뜨끈한 국물과 시원한 맥주로 완주를 자축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번 들렸던 스탬프 함이 있다. 38코스 스탬프를 찍고 경기 둘레길 완주다!
동서울 가는 버스가 오후 5시 50분에 있다. 얼른 매표하고 나니 5분 만에 버스가 온다. 버스 안은 포근하다. 종일 떨었던 기억이 아련히 지나간다. 지난 1월에 첫발을 딛고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끝낸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 둘레길은 경기도 외곽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두발로 경험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길이다. 풋풋한 삶의 활기와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명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총길이 860km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을 지나는 사람·문화·자연이 함께하는 길이다.
둘레길은 총 60개 코스로 4개의 권역으로 나눠지며 DMZ 외곽 걷기 길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갯길이 있다.
그 길은 기존의 길을 구슬 꿰듯이 엮어 하나의 걷기 길로 만들었고 오랜 역사도 시끌벅적한 시장과 숲 속 새소리도 각각의 길에 담겨있다. 경기 둘레길을 달리는 동안 자연의 내음을 맡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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