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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올해 가기 전에 끝내자 경기옛길 경흥길 본문

국내 걷기여행/경기옛길

올해 가기 전에 끝내자 경기옛길 경흥길

산달림 2024. 1. 9. 11:36

경흥길 비둘기낭 앞의 설경

 

올해가 가기 전에 시작한 경기옛길 경흥길을 끝내고 싶었다. 좀 일찍 다녀오고 싶었는데 세상일이란 게 다 내 마음 같이 되지 않는 게 산악회원이 아버지 상을 당해 다녀오다 보니 올해가 끝나는 하루 전에 출발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과 비가 예보되어 있다. 못 먹어도 Go라고 시작한 건 끝내야 하니 강행이다.

5시 37분 첫 전철을 타고 잠실환승센터에서 6시 30분 버스로 들머리 신북면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금방 눈이라도 솟아질 날씨다. 경기옛길은 주변 명승지도 포함을 한다. 이곳에 있는 효종의 동생으로 병자호란 후 볼모로 청나라에 간 인평대군의 묘가 있다. 방향이 정반대로 4km를 다녀와서 만세교길이 시작이다.

 

들머리인 신북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

 

문화유적인 인평대군 묘소의 신도비
인평대군 묘소 및 신도비


포천 채석장을 아트벨리로 새로 태어난 입구에서 천주산 이정표가 있는 등산로로 길은 이어진다. 포천은 서울과 지근거리라 공원묘원이 많다. 이곳이 그런 곳이다. 깊숙한 산속에 계단식으로 조성해 묘지를 만들었다. 빛바랜 플라스틱 꽃이 아름답지 않다.

 

제6길 만세교 예전에 여기에 군 검문소가 있었다.


새로 조성된 만세교 가는 길은 둘레길이 아니라 완전 등산길이다. 리본마저 없어 GPS가 아니면 알바하기 딱 좋은 길이다. 날머리가 대원사 절로 나오면 만세교다. 만세교는 625 전쟁 때 유엔군과 국군이 이 다리를 지나면서 만세를 불렀다 하여 만세교란 이름을 가진 다리로 예전 군 검문소가 있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부터 부슬부슬 눈발이 날린다.

 

7길 영평팔경길 백로주 입구
7길 시작점인 백로주



잠시 43번 국도와 마주하다 백로주에서 영중으로 길이 갈라 진다. 눈발이 펄펄 날리는 영평천을 따라 영중에 도착하니 미리 식사를 해야겠다. 11시 전이라도 열린 가게가 있어 먹고 출발이다. 눈발이 더 굵어졌다. 영평천을 따라가는 길은 온통 은세계다. 비닐하우스에는 내년 농사를 위해 계분을 뿌려 놓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눈 내리는 영평천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백로주부터 함박눈을 맞으며 달렸다.



포천야구장을 지나면 금수정이 기다린다. 영평 8경 중 2경으로 양사언이 직접 쓴 현판이 있고 영웅천과 어우러져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옆에는 안동김 씨 고택 기와지붕에 하염없이 눈마 쌓여 간다. 그간 내린 눈이 쌓이고 쌓여 러닝화와 키를 같이하니 눈이 자꾸만 밀려들어온다.

 

영평정 맑은 물이 흐르는 물가에 지은 금수정
양사의 대표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안동 김씨 고택

 

 

87번 국도에 눈이 쌓이니 제설제를 뿌려 놓아 눈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르니 눈이 녹지 않은 가장자리로 달려야 했다. 차들도 거북이 행진을 하고 견인차는 소리를 울리며 바쁘게 지난다. 눈길을 달리는 게 평소보다 많이 힘든다.

구라이캠핑장을 지나면서 87번 도로와 이별이다. 이제 한탄강 지질공원으로 들어섰다. 발자국이라곤 없는 신설을 밟고 지나야 하는 길이다. 지질공원길은 때로는 한탄강과 같이 달리다가 단층을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높이가 현기증이 올 정도로 높다. 바닥에 야자매트를 깔아 달리기에는 힘든 길이다. 달리기라 하기보다 군대에서 하던 구보가 맞겠다.

 

제8길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길의 폭설


비둘기낭은 비둘기의 낭떠러지로 한탄강 주상절리 지대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계단이 워낙 가팔라 눈이 많이 내려 통제를 하고 있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도 인적이 뜸하다. 4계절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지만 눈이 모두를 정지시켰다. 러닝화는 젖은 지 오래고 여기서 마지막 길인 금강산김화표지석 길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는 심한 갈등을 겪었다.

멍우리 협곡으로 가는 길은 한국판 그랜드캐년으로 절경이다. 남은 길이 11km니 달려 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협곡입구까지는 그래도 다닌 발자국이 있어 달리기가 낫다. 협곡의 소나무 위에 내린 눈이 장관이다. 아찔하게 높은 부소천교를 지나면 남은 길이 6km 남짓하다. 잠시 경기둘레길과 함께 하다 북으로 향한다.

농로길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지만 마을 앞을 지날 때는 트랙터가 제설작업을 하고 있어 그나마 낫다. 트랙터 타이어 자국만 따라 달려도 편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내린 눈이 눈은 즐거우나 다리가 힘든다. 이런 날은 방수 신발을 신어야 하지만 그건 무거워 달리기는 힘든다.

 

한해가 가기 전에 완주한 경흥길



포천에서 철원으로 넘어가는 자일리를 지날 때는 눈발이 약해지니 마을 사람들이 넉가래로 눈을 치고 있다. 강포 저수지를 앞두고 끝이 보인다. 북녘땅으로 가는 43번 국도를 따라 오르면 경흥길 금강산 김화표지석이 반겨 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오늘은 참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니 예까지 왔다. 방향만 맞으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오늘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