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지중해변의 최고의 휴양지 페티에 본문
안탈리아에서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고 페티에로 이동하는 날이다. 5월 하순의 안탈리아는 갑자기 기온이 올라 배낭여행자에겐 이동하는 날은 힘든 날이다. 일찍 이동하면 덜 더울 것 같아 8시경에 숙소를 나서는데 프런트가 잠겨져 있고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다. 키를 방안에 두고 메모를 남기고 숙소를 나섰다. 방도 넓고 주방이 있어 편히 쉬었다 가는 숙소다.
트렘을 타고 오토가르로 가는 길이 가장 편하다. 물론 택시를 타면 좋겠지만 택시는 가능하면 타지 않기로 했다. 편해지면 더 편해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려고 한다. 안탈리아의 오토가르는 꽤나 큰 건물이다. 가까운 건물로 들어가는데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짐검사를 한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페티에 가는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창구에 서서 물어보니 왼쪽 건물로 가란다. 다시 짐검사를 해야 통과가 된다.
안탈리아에서 페티에는 3시간 거리로 튀르키에에서는 가까운 거리로 생각한다. 대형버스가 가나 했더니 소형미니 버스다. 간혹 있는 대형버스는 출발지가 안탈리아가 아니고 경유지로 가는 버스다. 3시간이니 편안함 보다 빠름을 선택해 미니버스다. 매표소에서는 카드는 받지 않고 오직 현금으로만 받으며 250리라(10,000원)다. 특별히 버스표가 있는 게 아니고 11,12란 숫자만 적힌 종이 쪼가리를 준다. 소리쳐 버스 기사를 부르더니 버스 기사가 와서 따라오라고 하며 버스로 안내해 준다. 여행을 해보면 버스 타는 방식이 각기 달라 그곳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 맞고 틀림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여행은 그 다름을 배우는 거다. 몸에 익은 생활방식이 그들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출발시간이 되니 손님도 차고 출발이다. 도심을 빠져 나갈때는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벗어나자 막힘 없이 달릴 수 있지만 티르키에 차들은 과속을 하지 않는 느림보 버스다. 거의 시속 6 ~ 70km/h로 달리니 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탁 트인 도로에 차도 없는데 고집스럽게 속도를 준수한다. 여느 시골과 같이 농사짓는 농부님과 들판을 초록의 들판이다. 이 버스는 어디든 내리고 어디든 타는 완행버스다.
2시간 정도를 달리자 길가 휴게소에서 멈춘다. 운전기사가 휴데폰에 20을 찍어 보여준다. 20분을 쉬어 간다는 안내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튀르키에인들은 골초가 많아 내리자 말자 담배를 피워 댄다. 화장실 이용료는 10리라(400원)이다. 튀르키에는 화장실이 모두 돈을 받는 화장실도 하나의 사업이다. 화장실 이용료도 각기 다르고 비싼 곳은 30리라도 한다.
페티에 오토가르에는 12시 30분에 도착했다. 더 남쪽으로 내려 왔더니 여름의 열기가 후끈하다. 숙소를 잡다 보니 찰리스 해변부근이라 도보 이동을 불가능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고 블로그로 까르프 건너편에 타나고 공부했지만 그곳 가게 아저씨가 여기서는 서지 않고 사거리 건너편으로 가야 탈 수 있다고 한다. 그걸 딱 한방에 찾아가지 못한다고 아내는 핀잔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우리나라 같이 딱딱 맞춰 가기는 불가능하다. 힘드니 짜증이 나는 게다.
구글지도가 있으니 방향은 찾았지만 어느 버스가 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버스에는 번호가 없고 글씨만 있다. 튀르키에 글씨는 쉽게 알아볼 수도 없다. 이럴 때는 물어보는 게 최고다. 친절한 할아버지가 타라고 알려준 버스는 구글지도 방향과 다르게 엉뚱한 곳으로 가더니 여기가 종점이라고 내려라 하니 낭패다. 다시 길가는 젊은이에게 물으니 50여 m 떨어진 정류소에서 찰리스 가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그곳에 가니 마침 찰리스라 쓴 버스가 있어 "찰리스?" 확인하고 올랐다.
이곳에도 현금도 되지만 카드로 찍으면 되니 그건 편리했다. 달리는 방향과 구글지도와 일치하니 맞게 탄 것 같다. 배낭여행은 움직일 때마다 아슬아슬 뭔 일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가는 것 같다. 찰리스 해변 건너편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로 깨끗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아들이 대표로 영어도 유창하고 온 식구가 숙소일을 하고 있다. 숙소 마당에는 꽤나 큰 수영장이 있어 먼저 온 투숙객들은 수영장 주변에서 선텐에 여념이 없다.
2층 방은 전망도 좋고 수영장도 빤히 내려다 보이며 베란다에 식탁이 있어 편리하고 특히 주방에 그릇이 많아 아내가 마음에 들어 한다. 가까이 BMI 매장이 있어 장을 보기 좋아서 즐겨 이용했다. 여행은 누구와 같이 가느냐가 중요하다. 여행의 합은 서로가 마음이 통하는 시이소의 평행을 이루는 그런 관계가 최고의 조합이다. 그런 면에서 부부의 여행이 최고의 조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일 전에 귀국편인 이스탄블에서 아부다비 가는 튀르키에 항공이 결항한다고 대체항공을 이용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예약한 여행사인 온라인투어에 문의하여 하루 더 머물고 더 좋은 시간대에 같은 가격으로 비행기를 다시 예약했다. 배낭여행은 늘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여행이다. 수학 숙제를 잘 풀고 나면 기분이 좋듯 비행 편이 해결되니 기분이 좋다. 문자 하나에 웃다가 메일 하나에 우는 웃픈 세상을 사는 게 중생들의 삶이다.
페티에의 시간은 여유롭다. 딱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여정이다. 페티에는 다들 바다로 떨어지는 페러그라이딩 성지로 많이들 찾아 오지만 우리는 그런 건 졸업을 했고 그리스 섬 로도스를 가기 위한 경유지로 이곳을 왔다.
여유로운 시간에 아내는 수영을 하고 조깅에 나섰다. 안탈리아에서도 한번 조깅을 했지만 도심이라 불편했다. 여긴 바닷가로 길도 한적하니 달리기 좋은 곳이다. 먼저 찰리스 해변으로 나가 해변을 따라 조류관찰공원을 지나면 베이공원을 지난다. 유럽인들이 여행 중에 조깅하러 나와 함께 달릴 수 있어 좋다. 여행지에서 조깅은 그냥 스쳐 지나는 곳을 보물찾기 하듯 만나 수 있다는 것이다. 요트 계류장까지 달리고 돌아왔다. 운동 후 먹는 아침맛이 최고다, 더구나 부엌이 있어 한식으로 먹었다.
페티에는 화요시장이 선다. 우리네 오일장 같은 것으로 농산물이 싸고 신선해서 꼭 들리는 여행지다. 돌무쉬를 타고 가면 시장 앞에 갈 수 있다. 입구부터 상인들과 사러 온 분들로 복작거린다. 과일, 채소가게는 상설시장에서 팔고 공산품은 임시 천막을 쳐서 팔고 있다. 지중해의 충분한 햇볕을 받아 생산한 오렌지, 체리에 눈이 많이 간다. 사과, 복숭아, 토마토, 오이, 파, 수박 등이 넘쳐나고 특히 꿀과 치즈, 올리브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싸다. 모두 사고 싶지만 남은 여정을 생각하여 체리, 오렌지, 치즈만 샀다.
화요시장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석굴무덤으로 향했다. 바다보다는 많이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오름길에서 아내는 많이 힘들어했다. 그냥 속소로 돌아 가지고 했지만 가까우니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여행은 체력전이다. 매일매일 걷는 길이 상당하고 이동이 많은 자유여행은 체력이 절대 필요하다.
석굴무덤은 바위를 쪼아 신전 같이 만든 석굴에 죽은자의 시신을 보관하는 이곳만의 특별한 장례풍습이다. 위치도 바위 절벽으로 지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곳에 굴을 만들었다. 그중에 특별한 석굴은 아만타스 왕의 석굴무덤으로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고 입장료도 3유로를 받고 있다. 멀리서도 잘 보이고 더워서 땡볕에 그곳까지 올라가는 게 싫어 돌아 나왔다.
기원전 3세기 리키아인들은 튀르키예 서남부지방에 자리를 잡고 세력을 키웠는데 페티예에서 안탈리아까지 리키안웨이라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이 지중해 인접지역까지 세력을 키운 리키아 문명에서 이름을 따 왔다.
그들은 무덤이 하늘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늘과 가까이 무덤을 만들려고 바위에 무덤을 만들었다. 규모가 다른 서로 여러 무덤과 다양한 형태의 구멍을 보았을 때 신분에 따라 다른 크기의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장 큰 규모의 석굴무덤이 아만타스 왕 석굴무덤이고 리키아 트레킹 길에서도 이런 석굴무덤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지는 지중해 바다에는 요트호텔이 있어 유럽인들이 요트를 타고 이곳으로 입항한단다. 석굴무덤보다 더 전망이 좋은 석굴무덤 앞에 요트호텔이 있다.
숙소 앞에는 찰리스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온난한 기후로 바닷물 온도가 차갑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해변으로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파도가 칠 때마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정겹다. 바다 건너편이 그리스의 로도스 섬이 있다. 로도스섬은 다음 여정이다.
페티에에서 머문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로 깔끔하게 잘 정리된 숙소였다. 3층으로 된 숙소로 지을 때부터 가족호텔로 설계를 한 것 같다. 중심가에서 돌무쉬로 20분 걸리는 것 뻬고는 모두 만족했다. 우리는 3층에 방을 이용하였는데 베란다 앞에 빨간 부겐빌라가 예쁘게 피어 있었고 수영장의 파란 물빛과 대조를 이루어 아름다웠다.
린도스 섬으로 갈 때 첫 돌무쉬를 타고 가면 뱃시간을 맞출 수 없어 택시 예약을 부탁했더니 택시를 불러 주고 대충 250 ~ 280리라가 나온다고 귀띔까지 해 주었다. 택시가 출발할 때까지 손도 흔들어 주는 가슴 따뜻한 페티예인으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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