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설악산 대청봉 찍고 오세암 그리고 백담사 단풍산행 본문
설악 2일차는 대청봉을 올랐다 다시 소청봉으로 돌아와 소청대피소와 봉정암을 들려서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오층 석탑을 참배하고 가야동계곡을 가로질러 오세암으로 길을 잡는다. 오세암 앞에 망경대에 올라 용아장성 능선과 가야동계곡을 내려다보고 영시암을 지나 백담사까지 17km의 긴 길이다.
작년에 새로 지은 희운각 대피소는 산꾼들의 말로 5성급 호텔로 불린다. 편백나무 목조건물로 개별로 작은 방을 준다.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니 편안하다. 난방도 잘 되어 밖은 밤공기는 싸늘하여 패딩을 입어야 하지만 실내는 따뜻해서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오늘 산행을 끝내고 상경해야 하니 서둘렀다.
산객은 부지런하다 공룡선을 넘는 팀이 제일 먼저 일어 났다. 4시에 일어나 아침밥으로 누룽지를 삶아 먹고 5시 5분에 길을 나섰다. 어두워진 길을 랜턴불을 켜고 걷는 길이다. 희운각에서 소청봉까지는 1.2km 정도의 길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돌길이고 계단이 많아 속도가 나지 않고 힘이 많이 드는 구간이다. 새벽부터 반팔 차림으로 올라도 땀이 삐질삐질 난다. 그만큼 힘들다는 길이다. 중간쯤 오르니 동해바다에 먼동이 터 온다. 하루의 시작이 되는 빛이다.
일기예보에도 일출은 보기 어렵다 해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는 해 본다. 그새 야간산행을 한 산객들이 소청봉에서 내려온다. 아마 소청대피소에서 잠을 잔 분인 것 같다. 부부 산객이 많은 건 새로운 풍습도다. 끼리끼리 산행에서 가족산행으로 바뀌어 간다. 소청에 오르니 동해바다가 붉어 온다. 하지만 구름이 진하다. 동해 바다가 붉어지다간 흐려진다. 오늘 해돋이는 글렀다.
기상 레이더가 있는 중청을 돌아가니 중청대피소는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제 바닥 콘크리트를 치고 있다. 대청 오름길에는 설악의 지표종인 눈잣나무의 푸르름이 싱싱함을 전해 준다. 멸종 위기에 있었지만 잘 보호되었다.
역시나 대청봉은 계절이 한걸음 먼저 온다. 뚝 떨어진 기온에 바람까지 있으니 체감온도는 영하권이다.
대구에서 오신 어머님이 남편이
"아이구 춥다."
"올여름에 아무리 추워도 '춥다.'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해놓고 뭐가 춥노? 한다.
올해 여름이 덥긴 더운 여름이었다. 다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여름이 다시 그리울까? 변덕쟁이 마음은 그때그때 바뀐다. 미쳐 패딩을 준비 못한 산객은 춥다고 얼른 산을 내려간다.
보일 듯 말듯하던 해가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린다. 늘 대청봉 표지석 앞에 인증사진을 찍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지만 오늘은 추위 탓에 서둘러 내려가니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운해는 중청봉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그 풍경도 일품이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소청봉을 지나 소청대피소로 향했다. 늦장을 부린 산객이 이제야 길을 올라오고 대피소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분도 있다. 소청대피소 앞의 빨간 열매는 마가목 열매로 올해도 잘 익었다. 애주가들이 담금주로 최고로 친다. 서둘러 내려가면 봉정암이다.
봉황이 부처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봉정암을 지었고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5측 석탑이 있어 불자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순례사찰 중 하나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기에 불상이 없는 '적멸보궁'이다.
5층 석탑에 올라 108배를 드리고 오세암으로 향했다. 이 길은 오세암과 봉정암을 연결하는 길로 불자들도 많이 걷는 길이지만 길이 험해 많이 이용하는 길은 아니고 동절기에는 폐쇄되는 길이다.
가을에는 가야동계곡을 가로지르기에 물가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굳이 이 길을 걷는다. 내설악의 가장 험하고 아름다운 용아장성능선을 바로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용의 잇발을 연상하는 용아장성길은 바윗길이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그전에 두 번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다. 뜀바위가 있고 개구멍바위가 있어 천길 낭떠러지를 뛰어 넘어야 하고 개구멍 바위는 개처럼 기어서 통과해야 하는 길이다.
오세암 가는 길은 단풍철에도 호젓하고 산객이 적어 붐비지 않아 좋고 물가에 단풍은 붉은색이 선홍색을 띠기에 더욱 붉게 보인다. 공룡능선 자락을 걷기에 몇 개의 능선을 넘어야 하는 체력적 부담도 있는 길이다. 눈이 호강을 하며 걷다 보면 오세암의 목탁소리가 들리는 걸보니 오세암이 가깝다.
스님이 5살 아이와 살던 암자에 폭설이 내려 도저히 암자로 돌아 올수 없어 가슴을 조이다가 해동이 되어 암자로 돌아 와 보니 아이가 폭설 속에서 부처님의 가피로 살아남았다 하여 붙여진 오세암이다. 스님과 함께 절에서 같이 살고 있었는데 겨울을 나려고 동네로 탁발을 떠난 스님이 탁발을 끝내고 암자로 돌아오려는데 폭설이 내려 암자로 돌아올 수 없었고 눈이 녹고 길이 나자 암자를 찾으니 백의를 입은 여인네가 한겨울 동안 아이를 돌보고 있었단다. 스님이 돌아오자 그 여인은 파랑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단다. 그 여인은 관음보살이 여인으로 환생하였던 거란다.
오세암에는 지나는 길손에게 아침, 점심, 저녁에 무료 공양을 한다. 시장하면 미역국에 밥을 먹을 수 있다. 오세암 앞 만경대는 내설악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다. 영시암으로 가는 길에는 아름들이 구상나무와 전나무가 하늘 향해 솟아 있는 게 장관이다. 설악에서 가장 멋진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올 설악의 단풍은 딱 오세암까지 내려와 있었다.
영시암 삼거리는 대청봉과 오세암의 갈림길이다. 오늘도 창원에서 온 불자들이 봉정암으로 참배를 가는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만만한 거리도 아니고 길도 험한데 순례자들은 아무리 험해도 마다하지 않고 길을 나선다. 이제 백담사까지는 4km 남짓 남았다. 부지런히 걸어 백담사를 둘러보고 용대리까지 셔틀버스를 타면 오후 2시 30분 동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겠다.
물 하나는 최고인 수렴동 계곡의 물빛은 옥색으로 물들인 것 같다. 연신 물이 깨끗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자연은 본시 깨끗했다 인간이 훼손하기 전에는. 그걸 망친 건 편리하기 살려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등령에서 발원한 곰골과 저항령에서 시작한 길골의 내를 건너면 백담사다. 만해 한용운 님이 '남의 침묵'을 쓰실 때 백담사에 머무를 때라 한다. 백담사 앞 계곡에는 돌탑이 수백 개가 있다. 지금도 이곳에 오면 소원을 기원하면서 돌탑을 쌓는다. 그 소원하는 일이 모루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 본다. 경내를 한 바퀴 돌고 용대리행 셔틀버스에 오르면서 1박 2일 단풍산행을 무사히 잘 마쳤다. 설악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활력이 넘친다. 설악의 정기를 받은 걸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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