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상고대 찾아 오른 용문산 가섭봉 본문
어제 눈이 내려 1157m인 용문산 가섭봉에 오르면 상고대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분산 산행에 나섰다. 5시 37분 가양역 첫 전철을 타고 용산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면 용문역에 도착한다. 08시 15분발 용문사행 버스는 연수리를 거쳐서 용문사 입구에 내려 놓는다.
어제보다 기온이 급강하해서 한파주의보가 내린 용문사 입구는 -8도로 뚝 떨어진 기온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버프로 목을 감싸고 바라클도 챙기고 용문사로 향했다. 어제 내린 눈으로 설국을 이룬 용문사는 고즈넉하다. 잘귀를 물리 친다는 사천왕사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만큼 오래 사는 나무로 추정 나이가 1,100살 높이는 42m 둘레가 15m나 되며 한반도 은행나무 중에 나이와 높이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 은행나무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에 이곳 용문사를 지나면서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았던 것이 자라서 이렇게 컸다는 전설이 있다.
용문사를 지나면 용문골로 접어들면 계곡의 흐르는 물이 고드름이 얼어 아래로 자라는 게 한겨울임을 실감한다. 마당바위로 가는 길을 오를 때 앞서 오르던 부부를 만났다.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생활이 아름답게 보인다. 추위에 대비해 복장도 단단히 챙겼다. 마당바위는 높이 3m 둘레 19m로 바위 위가 평평하고 넓어 마당같이 생겨 마당바위라 부른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곡을 오르는 산객들이 바위 위에서 잠시 쉬어 가기 좋은 여름철 인기 장소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계곡길을 버리고 능선길로 오르는 길이 바윗길이다. 된비알에 바위가 있어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오르는 길로 용문산이 아니라 욕문산이라 할 정도로 힘이 들어 욕이 나온다고 해서 그리 부르기도 한다. 경기 오악 중에 용문산이 들지 않지만 클래스로 본다면 충분히 5대 악산에 들 정도로 힘든 바위산이다.
바윗길과 로프구간을 통과해야 마난룻 있는 삼거리 능선길에 올라선다. 상원사 방향에 올라오는 곳과 만나는 지점이다. 나무 평상이 있어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먼저 상원사 쪽으로 올라온 산객 두 분이 쉬고 있다. 여기서 정상인 가섭봉은 0.9km로 짧은 거리지만 급경사와 바윗길로 근 1시간을 잡아야 오르는 길이다. 올려다본 정상부는 상고대로 하얗게 흰머리를 들어냈고 파란 하늘과 대조적이다.
남은 길이 용문산 오르는 마지막 힘든 구간이다. 거친 숨을 토하면서 한발 한발 더하면 오르다 보면 정상에 가까워진다. 주변은 안개가 지나면서 얼은 상고대가 마치 바닷속의 산호 같이 얼어 있어 겨울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이걸 만나러 힘들게 올랐다. 정상에 군부대가 있지만 정상석 부분은 오를 수 있다. 용문산 가섭봉으로 1157m로 용문산 최고봉이다.
가섭봉은 부처님의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낸 '마하가섭'의 가섭존자를 칭하는 것으로 최고봉을 가섭봉이라 한다. 용문산은 용이 드나드는 산 혹은 용이 머무는 산에서 연유된 지명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군부대와 통신시설로 이용되고 있어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게 아쉽다.
동향은 햇살이 비춰 녹아 내리는 반면 북향은 상고대가 그대로 남아 있어 장군봉 가는 길을 걸어 상고대를 만나고 하산길을 잡았다. 능선길로 상원사 가는 능선길은 바윗길과 로프구간이 많은 길이다. 자주자주 로프 잡고 내려야 해서 발걸음이 더디어 진다. 이따금 이제 오름길을 오르는 산객의 거친 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상원사와 용문사 사이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 용문사 방향의 계곡길을 잡았다. 지난 11월 폭설 때 부러진 소나무가 여럿 보인다. 소나무는 질기 질 못해 잘 부러지는 특성이 있다. 계곡길에서 만난 노부부는 벌써 내려오느냐고 한다. 아무래도 두 분은 정상을 다녀오기엔 시간상으로 늦었다. 여기쯤에서 쉬었다가 돌아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겨울철 산행은 빨리 해가 저물고 기온도 빨리 떨어지니 3시이전에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마당바위 오름길 합류부를 만나고 400m만 내려오면 용문사다. 오후가 되니 산사를 찾은 나들이 객이 많다. 추워도 눈구경을 나온 분들이다. 용문사는 은행나무를 보호하려고 더 높이 철탑이 있는 건 낙뢰를 예방하려고 세운 피뢰침이다. 미관상으로는 흉해 보여 나무 보호가 우선이다.
일주문을 지나 용문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3분인데 13분 전인 14시 20분 버스가 떠났다. 다음 버스는 오후 3시 30분에 있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농업박물관에 들려 양평의 지명유래 학자들 용문사의 유래들을 알아보니 금방 버스 시간이 되었다.
용문사는 용문역에서 연결되는 버스가 자주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으며 1000m가 넘는 산으로 겨울철 상고대를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산과 달리기는 서로 보완이 되는 운동으로 어제 하프를 달렸지만 산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오늘도 멋진 하루를 만들었다. 행복이 별 건가?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아도 행복 뿜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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