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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크리스마스 대관령 선자령 눈길 본문

국내 산행/강원도

3월의 크리스마스 대관령 선자령 눈길

산달림 2025. 3. 11. 16:44

백두대간 선자령 1157m

 

대관령에 도착하니 을씨년스러운 산바람이 휘몰아 치니 혹한의 겨울 속으로 온 것 같다. 대관령마을의 가게 앞에서 바람막이와 버프, 아이젠, 스페츠를 착용하고 길을 나섰다. 상가는 가게 앞에 내린 폭설을 치울 때는 빗자루는 어림도 없고 눈삽으로 치운다. 눈의 고향 대관령다운 풍경이다.

선자령으로 올라가는 길은 양떼목장 코스와 kt중계소 코스 두 개의 길중에 kt중계소 코스로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양떼목장 코스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를 걷기로 했다. 폭설 소식에 산객과 여행자들 이 몰려 주차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번 내린 눈과 이번에 내린 눈으로 다져진 눈길을 벗어나면 무릎까지 푹 빠진다. 올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폭설이라 다시 만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반갑기만 하다.

오름길에 국사성황사를 거쳐 오르기로 했다. 간밤에 내린 눈발이 오름길에도 잔설이 날리는 국사성황사는 강원도 기념물 제 54호로 선자령 오르는 길에 위치한 대관령 성황사 및 산신각은 강릉 단오제와 관련된 사당이다. 성황사에는 신라 말 고려 초 고승인 강릉 출신의 범일국사를 모셨고, 산신각에는 신라 장군 김유신을 모셨다. 대관령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은 국가 무형 문화재 제13호인 강릉 단오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매년 음력 4월 15일 산신각에서 먼저 산신제를 올린 다음, 성황사에서 국사성황제를 지내고 신맞이 굿을 한 다음 뒷산에서 신목인 단풍나무를 베어 들고 강릉으로 행차한다.

이것을 '대관령국사성황신행차'라고 하며 신목은 강릉 시내 홍제동에 있는 '대관령국사여성황사'에 봉안하였다가 음력 5월 3일 영신제를 지내고 시내를 도는 영신 행차를 한 후 남대천 단오장 제단에 봉안하고 단오제를 치른다. 대관령국사성황사는 '국사성황사' 또는 '국사당'이라고도 하며 중앙에 전립을 쓰고 백마를 탄 범일국사 화상을 모셨다. 산신각 내부에는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 모습을 그린 화상을 모셨다.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

 

국사성황사 가는 길의 눈길

 

전망대를 돌아가는 길로 접어 들었더니 아직 산객이 많이 다니자 않아 허벅지까지 빠는 눈길이다. 강릉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는 안개가 자욱한 곰탕으로 시야가 없다. 선자령과 합류되는 길을 찾아가는 길은 산객이 다니지 않아 눈길에 길을 만들어 가는데 허벅지까지 푹 빠지는 곳이 있어 발을 빼려면 힘이 많이 든다. 눈밭은 야생이 살아 있어 기분만큼은 최고다. 한때는 이런 길이 좋아 눈길을 찾아 다니며 눈길을 걷곤 해지만 이제 오랜만에 이런 길을 걷는다. 전문용어로는 '러셀'이라 한다.

 

선자령 오르기 전 마지막 숲은 참나무 가지에 눈이 소복이 쌓여 겨울왕국을 만들었다. 선자령으로 오르던 산객들의 사진을 담느라 길을 오르지 못한다. 눈 터널로 그 풍경을 경이롭고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아니며 선자령에서나 만날 수 있는 설국이다.

선자령 아래 풍력발전기의 윙~ 윙~ 돌아가는 소리가 무척 크게 들린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올 때는 겨울왕국 같은 풍경은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인간의 예술적 능력이 뛰어난다 해도 자연이 만든 풍경만큼은 따라갈 수 없는 넘사벽이다. 눈 소식에 선자령 풍력발전기 아래 눈밭에서 탠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오는 큼직한 배낭을 멘 산객들이 여럿이다. 눈 내는 밤 탠트 속에 보내는 하룻밤이 궁금해진다.

시야가 탁 터지는 지역을 지나면 선자령으로 이곳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놀다 하늘로 올라간 데서 붙여진 지명이 선자령(仙子嶺)이다. 10여 m쯤 되는 화강석에 '백두대간 선자령'이라 표지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1157m로 상당히 높은 산이지만 정상은 산이나 봉으로 표기하지만 선자령은 령으로 표기하는 게 특별하다. 겨울엔 사나운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곳이지만 오늘은 기세를 낮추어 조금 누그러 뜨리고 있다.

 

한일목장 가는 길의 크리스마스 트리


하산길을 선자령 표지석을 지나 대간길로 잠시 북쪽으로 걷다가 순환도로 길로 내려오는 길이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전나무에 폭설이 내려 앉으니 3월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났다. 원통 뿔형의 전나무에 소복이 쌓여 가지를 늘어뜨린 풍경이 유럽의 어느 산속 눈풍경이다. 한일목장 표지석이 보일 때 전나무 숲은 바람이 쉬어 가는 곳으로 눈을 발로 치우고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산에서 먹는 식사는 뭐든 맛이 최고다.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은 계곡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전나무에 내려앉은 눈이 어디를 봐도 시선을 빼앗아 간다. 계곡의 물은 얼고 그 위로 눈이 쌓여 모두 눈으로 덮었다. 계곡이 끝나면 양떼목장 울타리를 따라 걷는다. 눈이 너무 쌓여 양 떼는 보이지 않고 눈만 가득이다. 그 풍경이 흡사 알프스의 모습 판박이로 절로 와 ~ 하는 탄성이 나온다.

양떼목장의 멋진 소나무



풍해 조림지삼거리는 국사성황사 400m 거리로 대관령마을로 길을 잡았다. 나들이 나온 여행자들이 오랜만에 설국을 만나 아이젠도 없이 눈구경을 하러 올라오는 분들은 애견과 함께 하는 분도 많다. 눈이 좋아 마냥 즐거워하는 건 개나 사람이나 똑같은 것 같다. 그 눈 속을 살맛 났다고 눈 속을 달리려는 애견과 견주가 한판 씨름을 벌인다.

대관령 마을의 가게에는 어묵이 가장 인기 먹거리다. 추울 때는 어묵에 어묵국물은 뱃속까지 데워 준다. 설국이 된 대관령은 눈의 고향인 것 같다. 눈을 만나고 싶다면 대관령이 최고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이 될 눈산행 제대로 하고 왔다. 오래 기억될 선자령 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