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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달림의 걷기여행과 마라톤 그리고 등산

하프라고 편한건 아니네. 김포 한강마라톤 대회 본문

국내 마라톤/32, 하프, 10km

하프라고 편한건 아니네. 김포 한강마라톤 대회

산달림 2022. 9. 18. 22:17

제 10회 김포 한강마라톤 대회 포스터

2주 전 철원 풀코스 마라톤 후 첫 하프 도전이다. 풀코스는 지구력으로 뛸 수 있지만 하프코스는 지구력보다 스피드를 필요로 한다. 독립군으로 달리다 보니 힘든 건 하기 싫어하는 나이다. 강제로 라도 뛰려면 대회 참가 밖에 없어 신청한 대회다.

태풍 난마돌로 더운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 올려 9월 중순에 여름 같은 더위다. 출발시간이 9시 정각인데 뭔 이유인지 18분을 출발선에 대기시켜 놓는다. 지방 대회는 유명 인사가 도착하지 않으면 올 때까지 대기를 시켜 놓는 게 못 마땅하다. 풀코스는 워밍업을 짧게 하고 달리면서 몸을 풀며 달리지만 하프코스는 출발부터 속도를 올려야 하니 충분히 몸풀기를 하고 달려야 기록이 잘 나온다. 트랙을 좀 길게 돌았더니 땀으로 러닝셔츠가 다 젖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그게 다시 말랐다.

출발은 5번째 줄 쯤에서 빠르게 출발선을 빠져 나갔다. 오늘 하프대회는 공격적 달리기를 해 보기로 했다. 첫 1km가 4분 20초가 찍힌다. 좀 빠른 게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그대로 달렸다. 다음 1km는 4분 24초가 찍힌다. 호흡도 다리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그대로 밀고 가 보기로 했다.

2.5km 급수대에서 물을 반 컵 마셔주고 달렸다. 워밍업이 되지 않았다면 그냥 통과하는 급수대다. 더운 날씨로 땀을 많이 흘릴 것 같아 미리 마셔 두었다. 곧이어 토끼굴을 지나 한강제방 도로로  빠져나간다. 추월해 가는 이가 없는 걸 보니 페이스는 잘 유지되고 있다. 지금 페이스만 유지를 해도 한 명 두 명 추월이 된다. 더 이상 밀리지 말자하고 다짐하며 달리는데 속도는 몇 초씩 조금 밀린다. 아직 갈 길이 많으니 조급해야 할 일은 아니다.

더운 열기로 5km 급수대로 가는데 벌써 목이 마르다. 뱃속이 헛헛해 5km 급수대에서 잘라 놓은 초코파이 1/4개와 물을 한 컵 마시고 나니 당분이 들어가서 속이 든든하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속도를 높이면 체력소모가 훨씬 많다. 한창 때는 물만 마셔도 되었지만 이젠 에너지 저장 능력이 떨어져 파워겔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아직도 마음은 예전 생각을 하고 있다.

마라톤에서 함께 달리는 동반자는 경쟁자로서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 앞서 가는 주자를 목표로 달리니 한분 두 분 뒤로 보내고 달리 게 된다. 마스터즈 마라토너에게 가장 좋은 훈련은 대회 참가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혼자 달리면 도저히 나오지 않는 속도로 잘 달리고 있다.

7.5km 급수대에서는 이온음료인 게토레이를 2컵이나 마시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빠져 나가는 수분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금방 체력이 떨어진다. 작은 고개를 만나니 금방 속도가 떨어진다. 예전에는 속도 변동 없이 오르막도 잘도 달렸는데 가는 세월은 막을 수가 없다.

9km를 지나서 10km로 달려 가는데 하프 선두인 마성*님이 돌아온다. 10m 뒤에 최진*님이 따라온다. 크게 "최진*님 파이팅!"을 외쳐 주고 주로에 집중해 본다. 50대 중반에 근접하는 나이로 하프에는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주로에서 만나고 있고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도 함께 달린 적이 있는 안면 있는 후배다. 아직 페이스가 그런대로 잘 유지되고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괜히 지레짐작으로 빨리 달려야 하는 하프코스에 겁을 먹었나 싶다. 달리니 달려진다.

10km 급수대는 하프 반환점에 있었다. 다시 뱃속이 헛헛해 바나나 반개를 집어 들고 돌아오면서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갈 때는 한낮의 열기로 그리도 덥더니 돌아오는 길은 앞바람이 불어 체온을 식혀 주니 시원함이 느껴진다. 앞바람이 불어 힘은 들지만 더위를 식혀 주니 나는 고맙게 느껴졌다.

앞서 가는 여성 선두권 주자가 달려 가기에 동반주를 할까 하고 함께 뛰어 보니 페이스가 느린 것 같아 먼저 앞서 나갔다. 순위권에 들기에 최선을 다해 보지만 마음 같이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때 앞서가던 젊은 친구가 있어 함께 달렸다. 1km 정도 함께 달리다가 여유가 있어 속도를 높여 앞서 나가니 기를 쓰고 따라온다.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달리다가 15km를 지나면서 먼저 나왔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록이 빨라진다.

시계를 보니 속도를 높인 게 아니고 유지 정도인데 동반자가 페이스가 느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왕 달리는 김에 몸이 허락하는 한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달려보기로 했다. 요즘 달려 보지 못한 속도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 버티어 주리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보폭수를 늘리면서 달렸다.

한강 길이 끝나고 토끼굴을 지나 김포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10km 후미 주자들이 걷뛰기를 하면서 가고 있다. 남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아 여기서 퍼질 리는 없다 생각하고 다리를 재촉했다. 코로나 기간에 잘 쉰 탓인지 다리는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잘 버티어 준다. 눈앞에 보이는 하프 주자는 모두 앞설 수 있었다.

한낮으로 가는 시간에 가로수 그늘 아래가 그리 시원할 수가 없다. 햇살과 음지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느낌이 다르다. 이제 김포 시민운동장이 가까워 오니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마지막은 멋지고 아름답게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1:32:31 예상외의 호기록이다. 아직 잘 다듬으면 쓸만한 다리다. 근데 거리가 좀 짧은 것 같다. 아무튼 숫자가 뭐라고 기분은 좋다.

제10회 김포한강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1:32:31
김포 한강마라톤 본부석 경품 추첨
김포 한강마라톤 출발선이자 결승선
본부 간시배부 및 급수처
김포시 마스코트 포수 포미오 아내 10km 완주(1:11:50)
아직도 달릴 수 있음에 감사!
뒷풀이는 수하동의 국물이 진한 곰탕